유창선  / 시사평론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급진전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한반도 정세였지만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은 현송월 일행의 방남 일정을 아무 설명도 없이 하루 지연시킨데 이어 금강산 남북합동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다는 통보를 해왔다. 이번 통보에서는 우리 측 언론들의 보도에 대한 불만까지 내비쳤다.

남북 합의 사항에 대한 북한 측의 일방적 태도가 거듭되면서 북한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게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이미 남북단일팀 구성과 관련하여 비판적 여론이 대두되었던 바 있기에, 자칫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라는 계기에도 불구하고 남북화해 분위기가 주춤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평창올림픽 이후에 관한 강경한 메시지들이 다시 나오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남북 간의 올림픽 대화가 북한 비핵화라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를 흐트러뜨려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비핵화에 대한 보장 없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할 것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로 해석된다. 그런가 하면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 사령관은 북한과 지상전이 일어난다면 희생이 큰 지상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나오는 미국에서의 강경한 목소리들은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미국은 곧 바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 다시 나설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이다. 이미 우리 국방부도 평창올림픽 이후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정상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평창올림픽은 자칫 일회성 이벤트 끝나버릴 가능성도 크다. 올림픽 기간에 남북 간의 지속적 대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북-미 대화를 위한 실마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긴장고조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축구가 우리의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이제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올림픽 이후 미국이 북한을 향한 군사적 압박에 나서고, 북한이 이에 맞서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면 한반도 전쟁위기가 재연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북한은 이제까지 보여준 일방적인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여론의 특성을 이해하고, 반북정서를 자극함으로써 남북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자신들도 원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배려하며 유연하고 지혜로운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만을 앞세워 한국 정부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남북관계의 개선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그것은 북한도 원하지 않는 상황일 것이다.

우리 쪽에서는 언론과 야당들의 분별 있는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현송월 일행의 방남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언론들의 모습은 남북 대결 의식에 갇혀 있는 그 자체였다.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대의 절박감은 읽혀지지 않았고, 상대방에 대한 헐뜯기에 매몰되는 근시안적인 보도 태도로 일관했다.

평화가 아닌 대결의 논리에 갇혀 있는 것은 야당들도 마찬가지였다. 극우 정당이 되어버린 자유한국당이야 그렇다 치고,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바른정당 또한 자유한국당과 같은 목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국민의당 경우는 그동안은 당내에 햇볕정책론자들이 많아 그 영향을 받아왔지만, 이제 안철수 대표가 합당을 추진하면서 유승민 대표의 대북 강경론과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보수화된 야당들이 남북관계 개선에 제동을 거는 선동적인 목소리를 계속 낼 경우 국민여론을 이상한 방향으로 자극할 것이 우려된다. 정파적 이해를 넘어 평화의 길을 만들어 가는데 야당들의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한반도 위기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환경은 여전히 험난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어 내고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해내는 문재인 정부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북한, 미국, 언론, 국민여론, 그 어느 하나도 쉬운 상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데 평창올림픽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절박한 상황을 인식한다면, 어떻게든 풀어내야 할 일이다. 지금의 한반도 문제가 어디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내듯이 해결될 일이겠는가.

전쟁을 막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결코 어느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문제임을 소통하면서 국민공감을 얻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회의 시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실수가 없는, 준비된 정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여러 도전 속에서도 평화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서,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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