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원출처가 미국 여류작가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에 등장하는 ‘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이라는 구절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그 사용에 있어서는 북한이 독보적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하자, 곧바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뉴욕에서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 북한은 미국 등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 지속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이 같은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이 말은 한마디로 ‘누가 뭐래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측 참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최근 보수 세력의 행태를 보면 꼭 이 말이 떠오른다.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평창올림픽은 평양올림픽”이라고 이념전을 펼치거나 또는 북측의 참가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자 “이 정도면 올림픽인지, 남북체전인지 분간이 어렵다”고 빈정댄다.

◆ 아마 보수 세력의 이 같은 ‘개소리’는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작스럽게 개선되는 분위기에 놀랐기 때문인 듯싶다. 북측은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등 수백 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나아가 남북은 △개회식에 한반도기 들고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단일팀 구성, △금강산에서 합동문화행사, △북측 마식령스키장에서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 진행 등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선발대가 시설 점검을 위해 남과 북 현지를 방문하는 등 부산하게 오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측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남측에 오자 이들 보수 세력의 준동이 극에 달했다. 보수단체는 북측 사전점검단이 22일 서울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현장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공화국기를 가져와 화형식을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찰은 소화기로 이를 제지했고, 불법집회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수사에 착수했다. 북측이 가만있을 리 없다.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3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보수단체의 서울역 시위에 대해 “특대형 도발망동”으로 규정하고는 “결단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 돌이켜 봐라. 한두 달 전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 위기설’에 휩싸였고, 이 같은 한반도의 긴장고조로 평창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지 우려가 팽배했다. 북측의 참가로 세계적 관심 속에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될 공산이 커졌음에도 자유한국당이 이를 평양올림픽이라고 이념전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보혁대결과 남남갈등을 일으켜 살길을 찾자는 것인가? 남과 북이 함께하는 민족행사에 이념을 덧칠하는 건 민족화해를 깨는 행위이다.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 보수 세력들이 훼방 놓아도 평창 동계올림픽은 진행된다. 남북이 합심해 평화올림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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