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까지 덧붙였습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시절 9년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 특히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한반도 전쟁 위기설’을 되돌아본다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이자 배려(?)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평창동계올림픽’을 매개로 해서 보면, 김 위원장의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화답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의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초부터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공을 들였습니다. 게다가 문 대통령 자신이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임을 자임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를 것을 주장해 왔고, 이를 위해 북측의 참가를 꾸준히 촉구해 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개막한 ‘2017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 축사를 통해 “태권도에서 이뤄낸 이번 성과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선수단의 참가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회에는 북측 주도의 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공연을 하기도 해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남북대화의 기회로 삼고,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평창올림픽에 할애하면서 “(평창올림픽)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북측의 참가를 열렬히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북측의 반응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호소는 한.미 군사훈련 연기와 관련 있을 듯싶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기간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를 미국 측에 제안했음을 밝혔습니다.

이는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기 어려운 대미 제안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한.미 군사훈련 연기 제안은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평화올림픽 성사,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을 겨냥한 일종의 승부수였습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통했을까요?

어쨌든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용의로 화답하자, 갑자기 남북관계가 부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남과 북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년 초를 맞이하는 것이 여간 다행스럽고 대견스러운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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