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정 / 종주대 대장

일자: 2017년 11월12일(토요무박 산행)
구간: 덕산재~부항령~백수리산~박석산~삼도봉~삼마골재~해인리
산행거리: 17.26Km
산행시간: 12시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10명

 

▲ 삼도봉에 오른 대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13구간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다녀온 지 3주가 지났다. 9월과 10월 두 달간 4회에 걸쳐 꿈같은 지리산 구간을 다녀오고 나서 3주 만에 가는 14구간 산행이다.

가는 가을이 아쉽기도 하고 격주로 가던 백두대간 산행을 한 주를 더 기다리자니 지루하여 10월 마지막 주말에 가빈가희네 가족과 우리 부부는 보령 오서산으로 억새산행을 다녀왔다.

3주 사이 계절은 큰 폭으로 변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과 입동(立冬)을 지나며 가을이 초겨울로 넘어갔다.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11월 4일엔 설악산에 35cm의 큰 눈이 내렸다.

▲ 들머리 덕산재에서 찰칵.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4월과 11월은 애매한 계절이다. 그래도 4월엔 새싹이 돋기도 하고 야생화도 피는데 11월엔 단풍이 지고 산은 온통 갈색으로 변해 바람이 불면 으스스한 것이 쓸쓸한 감정을 불러온다.

이번 산행에는 우리 팀의 마스코트인 초등생이 한 명도 없이 어른들 10명만이 동행했다. 11일 토요일 밤 11시 30분에 사당을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인 인삼랜드에 도착하여 1시간여 휴식을 취한 다음 들머리 덕산재에 4시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새벽 찬바람이 으스스하게 몸을 파고들며 손도 시렵다. 덕산재부터 북으로 산길을 이어가기 위해 2달 만에 다시 왔다.

비닐막 안에서의 아침식사

▲ "야간산행 후 맞이하는 여명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잠시 몸을 풀고 4시경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초입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산길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날씨가 쌀쌀하기도 하고 산행을 좀 빨리 진행하여 시간이 되면 우두령까지 가볼까 생각하여 속도를 약간 높여 보았는데 “선두 반보요!” 소리가 뒤에서 연이어 들려온다. 다시 평소의 속도로 조정한다.

산행시작 1시간 정도 지난 후 별다른 이정표도 없는 선황당재에 도착하여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이후 숲길을 2시간여 지나니 동쪽에선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야간산행 후 맞이하는 여명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러나 날이 추워지니 여명과 함께 언제나 들리던 새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는다.

▲ 부항령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6시 30경 부항령 도착. 부항령은 경북 김천시 부항면과 전북 무주군 무풍면을 잇는 고갯길로서 옛날에는 우마차가 다닐 정도로 넓었다고 한다. 부항령에서 600m를 내려가면 삼도봉 터널이 나오고, 터널 앞에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 비닐막 안에서 아침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아침식사부터 돼지고기 수육 등 진수성찬이 펼쳐진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모두 버스에 두고 온 도시락을 챙겨 팔각정 위에 친 바람막이 비닐막 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오늘도 여지없이 돼지고기 수육 등 진수성찬이 펼쳐진다. 오랜만에 참석한 정병창 대원은 중국에서 사온 연태고량주까지 가져왔다. 고량주 한잔이 새벽 한기를 달래준다.

끝없는 낙엽 길과의 사투

▲ 엄청난 낙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7시 45분 백수리산을 향해 출발. 식사시간이 많이 길어졌다. 식사 후에 오르는 오르막길은 언제나 힘들다. 더구나 산행 초입부터 그랬지만 길 위에 수북이 쌓인 낙엽이 미끄러워서 발에 힘을 주고 걸을 수가 없다. 속도는 나지 않고 체력적으로 더욱 힘들다.

산행 후 장소영 대원은 ‘평생 밟아 볼 낙엽을 이날 다 밟아보았다’고 할 정도로 수북이 쌓인 활엽수 낙엽은 하루 종일 우리를 힘들게 했다.

▲  ‘능성구가 묘소 가는 길’ 안내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부항령에서 낙엽 쌓인 길을 힘겹게 밟으며 30여분 정도 올라가니 ‘능성구가 묘소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 계속 나온다. 어떤 집안이길래 이 높은 곳에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는지 궁금해진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엘지그룹을 창립한 구인회 씨가 ‘능성 구씨’라 한다.

▲ 백수리산에 오른 정병창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낙엽길과 사투하며 9시 30분경 백수리산 정상에 도착. 백수리산에 올라오니 사방으로 시야가 트이고 옅게 운무가 낀 수채화 같은 산그리메가 펼쳐진다. 뒤로는 우리가 걸어온 덕유산과 대덕산, 삼봉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가야할 박석산, 삼도봉 옆 석기산 등이 훤히 보인다.

“겨울에 덕유산에서 보면 수리새의 머리같이 뾰족하게 눈이 쌓여 있다하여 백수리산이라 하였다”고 이지련 대원이 설명해 준다.

이미 겨울이 와 있다

▲ 박석산을 지나며 발밑을 보니 땅이 얼어 있다. 이곳엔 이미 겨울이 와 있다.[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백수리산에서 잠시 휴식 후 급경사를 내려와 여러 개의 봉우리를 지루하게 오르고 내리다 보면 참나무와 잡목들로 둘러싸여 조망도 없고 무풍304라고 씌여진 삼각점 외엔 별 특이점도 없는 1170.6m의 박석산이 나타났다. 박석산을 지나며 발밑을 보니 땅이 얼어 있다. 1,000m가 넘는 이곳엔 이미 겨울이 와 있는 것이다.

▲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해서 인공나무데크에서 찰칵.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박석산을 내려서니 막힘없는 넓은 풀밭과 억새 군락이 나타났다. 마음마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곳에 나무데크를 설치해 놓았는데 길이 위험한 것도 아니고 백두대간 산꾼들 이외엔 등산객도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인데 인공나무데크를 설치해 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데크를 지나며 삼도봉에 오르기 전 쉬어가기로 마음먹고 장소를 둘러보니 마침 넓은 억새풀밭이 보여 자리를 잡는다. 눈앞으로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으로 이어지는 각호지맥 능선과 다음 구간에 가야할 석교산(화주봉)이 가깝게 보인다.

▲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억새풀밭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대원들이 가져온 간식을 먹으며 쉬는 사이 장소영 대원은 억새풀밭에 누워 쉬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쉬고 난 후 다시 삼도봉을 향해 출발한다. 뾰족한 바위산인 석기봉은 뚜렷하게 보이는데 삼도봉은 나무와 다른 봉우리에 가려 보이질 않다가 봉우리를 두어 개 넘으니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삼도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산죽길도 지나고 나니 삼도봉 500m전에 무주 쪽 중미마을과 부항면 해인리로 내려가는 사거리가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오름길이 완만하여 그리 힘들지 않았다.

사방이 탁 트인 삼도봉에 오르다

▲ 삼도봉 오르는 길. 지나온 길이 구비구비 멋지게 펼쳐 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드디어 1176m 삼도봉에 올랐다. 삼도봉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여 그야말로 마음이 시원해지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계환 대원이 정말 대단하다고 하며 이렇게까지 멋진 줄 몰랐다며 지리산이나 덕유산과는 또 다른 절경이라고 감탄한다. 올 겨울에 시간이 되면 다시 이곳에 와야지 생각해 본다.

▲ 삼도봉에서.[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삼도봉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가 만나는 말 그대로 삼도가 만나는 봉우리이기에 삼도봉 정상에는 넓게 나무데크를 깔고 삼도화합을 상징하는 탑을 설치해 놓았다. 정상탑은 세 마리 거북등 위에 세 마리 용머리를 얹고 용머리 위에 커다란 둥근 돌을 올려놓았는데 먼지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진다.

들머리 덕산재에서 삼도봉까지 10시간, 아침식사 후 7시간이 지났으니 모두들 배가 몹시 고프다. 배낭에 남은 먹을거리를 모두 꺼내 정상주도 마시며 지친 체력을 보충한다.

대간 신행 중 처음으로 알바를 하다

▲ 저 멀리 우리가 지나온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제 삼도봉부터는 계속 내리막 하산길이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뒤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한다며 길을 잘못 든 것 같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gps위치를 확인하니 삼도봉에서 우측으로 내려왔어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이곳으로 계속 내려가면 영동 쪽 물한계곡으로 가게 된다. 삼마골재를 거치지 않고 물한계곡으로 내려가는 샛길이 있었는데 무심결에 그길로 내려온 곳이다. 결국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알바를 한 것이다.

우리의 목적지인 날머리 해인리는 삼마골재에서 내려가야 하니 산 우측 사면을 가로질러 삼도봉에서 삼마골재로 내러오는 등산로를 만나야 한다. 다행히 산은 겨울로 접어들어 수풀이 우거지지 않고 방향도 가늠하기 쉬어 20여분간 나무 사이를 헤치고 우측 사면을 가로질러 가니 넓은 대간 길을 다시 만났다.

▲ 날머리 해인리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조금 내려와 해인리로 내려가는 삼마골재를 만났다. 여름이었으면 다시 삼도봉으로 올라가거나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비탈진 사면을 헤치고 가야하는 고생을 했을 것이니 이정도면 다행이다 싶다.

삼마골재에서 해인리로 내려가는 삼막골은 가파른데다 낙엽까지 쌓여 있어서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중간정도 내려오면 너덜 길은 계속되지만 경사가 완만하여 한결 수월해졌다. 특히 노랗게 물든 낙엽송 숲이 보여준 아름다운 분위기가 힘든 산행을 위로해 주는 듯 했다.

오후 3시 50분 드디어 날머리 해인리에 도착했다. 우리를 태워줄 버스가 반가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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