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실패했다고 공개한 것은 단 1건이다. 2012년 4월에 발사했던 광명성 3호가 발사 직후 100여초 만에 공중에서 폭파되었다. 혹자는 일부러 공중 폭파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로동신문>에 오류를 찾아 고쳤다는 이야기가 한 달 뒤에 나왔으니 실패한 건 맞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당시의 평가가 가관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 전문가들이 북한 인공위성 발사 전체가 실패한 것인 양 이야기했고, 심지어 개발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벌을 받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 누구도 이를 ‘과학'의 이름으로 사고하지 않았다.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던 사람들은 ‘북한'적 현상에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사실, 인공위성 발사 시험과 같은 ‘빅 사이언스(Big Science)’에서 실패는 너무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북한처럼 실패한 흔적이 별로 안 나오는 경우가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공위성 발사체는 1개만 만들지 않고 최소 2개, 복수로 제작된다. 그래야 발사하다가 실패하면 남은 것을 통해 잘못을 수정하고 최종 완성단계로 진화시킨다. 우리나라의 나로호도 그랬다.

당시 필자는 이런 일반적인 과학 상식에 기초하여 북한 광명성 3호는 10개월 안에 재발사된다는 글을 써서 나름 언론에서 주목받은 적이 있다.(광명성 3호는 다시 발사된다 (프레시안, 2012.4.17)) 게다가 필자의 글을 읽은 ‘과학자' 선배가 20여년 만에 연락하여 나로호도 3개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반성의 말을 전했다. 인공위성 발사체를 연구하는 자신들이 너무 안일하게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과학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문 과학자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사고, 합리적 사고를 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는 못할지라도 참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있다. ‘북한'적 현상들도 일상적 사고, 혹은 합리적 추론을 통해 분석한다면 새로운 면이 보일 거라 장담한다.

북한 미사일 개발팀은 하나 뿐일까?

북한의 주장을 신뢰하는 사람이나 불신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범하는 실수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팀은 ‘하나’일 것이라는 막연하게 믿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팀이 한번 쏘고 그것을 개량, 발전시켜 그 다음 것을 쏜다는 인식이다. 즉 공개된 모든 미사일이 하나의 개발 프로그램 상에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니 “75일만에 이 정도로 발전시키다니 놀랍다”라는 평가나 “75일 밖에 개발 시간이 없었으니 미숙한 기술”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혹은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기술발전할 수 있는 경우는 없으니 외국에서 도입한 것이거나 베낀 것이라고 폄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1번부터 10번까지 미사일이 발사되었다고 할 때, 개발팀이 ‘하나’라면 1번 다음에 2번, 2번 다음에 3번, 하는 식으로 하나씩 시험/개발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발팀이 ‘4팀’이라면? 그렇다면 A팀은 1번, 5번, 9번 미사일을 담당하고 B팀은 2번, 6번, 10번 미사일을 담당하는 식이 될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1번~10번 미사일이 순차적으로 개발 및 시험 발사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A-1, B-1, C-1, D-1, A-2, B-2, C-2, D-2와 같은 서로 다른 4개 계열의 미사일이 시험 발사된 것이다. 물론 서로 다른 4개의 개발팀은 각자가 개발한 기술과 시험 결과는 공유할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개발팀이 미사일을 만들어, 시험 발사한다고 보면, 75일만에 기술진보를 이루었다는 평가는 너무 후한 것이고, 75일밖에 안 되니 제대로 된 기술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너무 박한 것이 된다.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주체가 군수공업부도 있고 국방과학원도 있는 등 적어도 2개의 집단이 시험발사를 담당한 것도 이런 추론이 합당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또한 북한의 과학기술 개발 역사를 보면, 같은 연구 주제를 최소 2개 이상, 보통 5개 가량 복수로 두는 경우가 많이 등장한다. 당연히 하나만으로는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할 수 없으니,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별개의 여러 조직들에게 같은 목표를 동시에 주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나라, 기업에서 쓰는 방법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북한도 이런 생각을 하는게 ‘당연'하다.

『라남의 열풍』이라는 소설에서 첨단기계 개발 프로젝트를 5개의 서로 다른 단위에게 맡기는 장면이 나온다. 4개는 외국에서 기술을 이전해 오는 방법을 썼고 1개만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썼는데 결국 자체 개발한 팀만 성공했다고 소설은 끝을 맺는다.

태블릿, 일체형 컴퓨터 등 최신 IT를 만드는 기업도 1개만 있는게 아니다. 여러 기업이 서로 경쟁하듯 IT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미사일도 이렇게 여러 개발팀이 만들어졌을 것이라 간주해야 합당하다. 근데 몇 개일까? 지금까지 공개된 미사일들의 사양과 특징을 한꺼번에 나열해놓고 비교, 분석하면 찾을 수 있을 거라 본다.

공개된 미사일이 북한이 보유한 최첨단 수준일까?

김정은 체제에 접어들어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예전보다 더욱 잦아졌고 더욱 수준 높은 무기들이 공개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것이라 다들 공개된 미사일들이 북한의 최첨단일 것이라 짐작, 아니 예단한다. 과연 그럴까?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아직 미개발 상태, 수준 이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2015년 이후 공개된 미사일들은 절대 불가능한 수준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니 처음에는 공개된 것이 거짓이거나 조작이 섞인 것이라 추측했고, 이런 추측이 빗나가자 그냥 북한이 공개한 것이 ‘안간힘을 쓴’ 최첨단이라고 평가하였다.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는 합리성을 가장하면서,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게 배수진을 친, 마지못한 평가인 셈이다.

그런데 어떤 나라가 자국의 국방기술, 무기 체계를 모두 공개할까? 시합을 앞 둔 운동선수가 시합 직전 연습 경기에서 전력을 다하는 경우가 있나? 수능을 앞 둔 수험생이 연습문제 풀이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 게 맞나? 아니다.

최고 수준의 70~80% 수준에서 공개하고, 연습경기를, 모의고사를 치를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수준도 이 정도에서 파악해야 한다. 열병식 때 등장했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이 많은 이유, 처음 공개된 것을 북한 사람들이 구식이라고 한 이유는 대부분 이런 이유로 설명이 된다. 공개된 것이 아무리 놀라운 수준이라 하더라도 최첨단은 아니다.

게다가 정말로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것이라면 이 정도로 실패 확률이 낮을 수는 없다. 아무리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고 아주 어려운 문제를 모두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개되지 않은 경우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그들의 주장일 뿐이니 아직 확실한 근거로 삼기는 부족하다.

이런 식의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 ‘가짜 탄두'를 썼다거나 너무 짧은 시간에 개발하느라 기술이 완전하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은 쉽게 할 수 없다. 미국 등의 ‘도발'이 심하니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여 이름만 15형으로 지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주장은 그냥 소설일 뿐이다.

화성 15형, 미국의 카드를 빼앗았다

북한의 화성-15형도 북한 미사일 기술의 최첨단이 아니고, 75일 전에 시험한 미사일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준비해두었던 것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하지만 시험발사 성공 확률이 높은 미사일이 더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 ‘과학적’ 사고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선언대로, 공개된 미사일 수준들만으로도 북한의 핵탄두는 뉴욕 앞바다에서 폭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을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전까지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 불명확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의 카드가 줄었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진행하는 군사 훈련은 북한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대내용 카드’라고 해석하는 게 더 합당하다. 북한의 무기 수준이 이런 군사 훈련으로 막을 수 없게 되었으니.

보이는 것만 믿는 편협한 수준이나 보이지 않는 것을 무턱대고 믿는 황당한 수준도 ‘합리적'인 사고는 아니다. 북한의 고유함을 인정해주려다 북한에만 적용되는 논리가 너무 부각되면 ‘과학'적 사고에서 멀어지게 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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