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국제 핵규범 질서의 가장 중대한 위반자로 북한을 꼽는다. 그래서 북한만 유독 핵규범 질서를 가장 많이 위반하는 나라로 국제적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그 선봉에 서서 공식 핵무기보유국 5개국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 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UN 안보리 제재를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필자가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기 개발을 결코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행 국제 핵규범 질서의 본질적 불평등성과 핵무기보유국들의 도덕적 이중성을 국제사회는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지속가능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국제 핵규범 질서의 기초인 1968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잠깐 살펴보자. 1945년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폭 투하 후, 핵무기는 인류공멸의 무기로서 더 이상 핵무기 위협 및 사용은 안 된다는 국제사회의 절대적인 공감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앞 다투어 핵무기 개발을 위한 첫 관문인 핵실험 경쟁을 1950,60년대에 치열하게 벌였다. 이에 기존 핵기득권을 가진 미국이 심각한 위협을 느낀 나머지 1960년 중반, 이미 핵실험을 통해 핵을 보유한 5개국의 핵기득권을 인정하는 대신에 여타 국가에로의 핵보유 확산은 근원적으로 봉쇄하자는 의도하에 NPT체제를 만들었다.

그래서 NPT체제는 핵무기보유국은 제조 및 이전을 포함하는 핵에 대한 수평적 확산 자유를 인정해주고, 비핵무기보유국에게 핵무기 제조 및 이전을 전혀 못하게 금지하였다. 이것의 관철을 위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사찰을 통해서 매순간 보고요구와 감시를 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5개 핵무기보유국은 현행 핵무기를 심층 개발하는 핵무기의 수직적 확산에 대해서는 도덕적 준수의무를 강조하고, 비핵무기보유국에게는 핵의 수직적 확산도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봉쇄하였다. 이처럼 NPT체제는 근본적으로 핵무기보유국과 비핵무기보유국을 차별하는 근본적 불평등성을 지니고 있다.

또 하나 5개 핵무기보유국의 도덕적 이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1996년 9월 10일 UN 총회에서 채택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대한 소극성이다. 2017년 11월 현재 CTBT 183개 회원국 중에 서명국은 166개국이고, 비준국은 36개국이다.

그 발효조건인 핵관련 주요 국가 44개국의 비준이 필요한데, 핵무기보유국 8개국이 비준하지 않아 미 발효상태에 있다. 이들 국가들은 외양적으로 핵없는 세상을 외치면서 CTBT에 서명 비준을 전혀 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UN 헌장 제2조 4항에 명시된 개별국가는 자위권을 제외하고는 국제분쟁 해결을 위해서 개별적 무력사용의 금지 및 위협 금지라는 국제법적 관점에서 볼 때,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을 포함하는 5개 공식 핵무기보유국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포함한 3개 비공식 핵무기보유국은 이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평화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다만 핵무기라는 특정무기 보유를 금지하는 국제조약이 부재한 약점을 수십년 동안 5개 공식, 3개 비공식 핵무기보유국들은 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이들에 대해서는 일체 비판이나 UN제재조치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는 권고적 의견을 통해서 UN총회의 핵무기 사용 및 위협의 불법성 질문에 대해서 매우 애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적대관계 종식 및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에 대한 협상의지를 보여준다면, 북한은 대화 테이블에 나와서 북한 핵에 대한 최소한 동결문제라도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바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전혀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하지 않고, UN 안보리 제재 결의 준수와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만 강요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2017년 노벨위원회 평화상 수여는 핵무기에 대한 5개 핵무기보유국의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알리고, 핵무기에 대한 균형된 시각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노벨위원회가 미국, 프랑스 등 핵무기보유국의 강한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10월 6일 국제 NGO 단체인 ICAN(핵무기폐기국제운동)에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 것이다.

노벨위원회가 선정한 노벨 평화상 기준은 분명했다.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인류의 재앙적 인도주의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고, 조약에 기반한 핵무기 금지를 막으려는 획기적인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ICAN은 핵무기보유국의 강한 반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UN 총회에서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채택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고, 이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98년 국제대인지뢰캠페인(ICBL)이 대인지뢰금지조약 UN 채택을 유도한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국가주의가 해내지 못한 핵무기금지조약(TPNW)이라는 군축조약의 UN 채택을 NGO의 힘으로 해 낸 것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300여 개인을 포함한 단체를 추천받아 엄선된 ICAN 수상자를 발표한 것이었다, 이어 ICAN의 베아트리스 핀 사무총장은 “핵무기금지조약을 위한 모두의 노력의 결과이고 모두가 기뻐해야 할 영광스런 상"이라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2017년 노벨 평화상 수여는 핵무기의 사용 및 위협은 오로지 북한만 위반한다는 일방적 국제사회의 왜곡된 시각에 균형적 그리고 성찰적 시각을 제공해 준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2017년 7월 7일 핵무기금지조약 UN총회 채택에도 미국을 비롯한 5개 공식 핵무기보유국과 4개 비공식 핵무기보유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를 약속한 1992년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만을 남북한에 강요할 수 있겠는가? 꼭 필요하다면 남북한은 ‘동북아비핵지대화’(Nuclear Weapons Free Zone in Northeast Asia)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처럼 우리 사회도 북한 핵무기에 대해 현상만 무비판적으로 보지 말고, 왜 북한이 핵무기 실험과 개발을 하지 않을 수 없는가라는 국제핵질서의 구조적 불평등성과 핵무기보유국들의 도덕적 이중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공론화가 필요한 때이다.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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