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북미 간에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이후에 ‘막말 전쟁’(war of words)으로 마치 무력충돌로 이어질 듯한 분위기이었는데 다행히도 다소 소강상태로 들어가 베이징을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과 2-3개 채널을 통해 북한과 직접 대화는 열려있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단히 고무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대화 시그널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젠 미국과 북한은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길 기대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전략으로 미국은 최대한 대북 압박을 하지만 동시에 대북 관여정책도 현재 고려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영어 ‘engagement’는 우리말로 ‘관여’로 번역되나 ‘포용’이란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관여전략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북한과 무기통제협약을 체결하거나 북한의 핵무기 감축 등 북한과 그런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6자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여정책을 제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오는 11월에 베이징에서 2차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를 성실하게 추진하기 위해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정책변화를 북한지도부가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더욱이 미국은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순환 배치하고 최첨단 무기를 총동원하여 최대한 대북 압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최근 북미간 적대적 ‘강 대 강’ 기싸움이 극에 도달했다. 북미간 치킨게임으로 인간의 잘못이나 컴퓨터 고장으로 인해 핵전쟁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대북침략을 강행하면 북한은 선제공격과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고 미국도 북한이 공격할 징후가 보이면 대북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주장한다. 양측이 똑같이 조건부 선제타격론을 큰소리로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지만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미국과 북한이 억제력 차원에서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공갈 협박(bluff and threat)이지 실제로 선제공격을 실행할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미국과 북한이 (핵)전쟁을 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의 할아버지의 1950년 남침 결정으로 한국전쟁에서 배운 교훈이 있을 것이다. 전쟁은 다시 해선 안 된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씨 왕조가 한국전쟁 이후에 건설한 평양시를 다시 박살내려고 전쟁을 하겠는가? 제2의 한국전쟁이 발생한다면 한민족의 공멸로 끝나는 데 그런 핵전쟁을 감히 하겠다는 말인가? 핵억지 이론에 따르면 핵무기는 핵전쟁을 예방하고 체제생존을 위한 수단이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무기체계이다. 북한을 이판사판 전쟁으로 몰아가지 말 것을 미국에 호소하는 것으로 들린다. 북한지도부가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을 앓고 있는 중환자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천명하였고 핵전쟁으로 아름다운 서울과 한반도를 불바다가 되도록 대한민국 정부지도부가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계획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기 때문에 전쟁 억제력 차원에서 한반도 에는 선제타격을 통한 (핵)전쟁은 없을 것이고 절대로 있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해 미.중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6차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를 감행하여 유엔 안보리가 보다 강력한 대북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이 과연 북핵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필자는 평소에 대화와 압박 투트랙 전략이 바람직하고 특히 대화를 병행추진 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 이유는 대화분위기를 조성하는 목표가 북한지도부로 하여금 스스로 북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압박만으로는 북핵 포기를 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 이후 군사적 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북압박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그리고 개별국가들의 양자 제재 등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대북 강경정책을 추진하고 미국, 일본, EU 등의 독자 제재가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의 대중 압박으로 중국이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따름으로서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도 점점 더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제재만으로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으므로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중국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셈법을 바꿀 수준의 대북압박은 불가능한데, 아직까지도 중국은 북한 불안정을 비핵화에 우선시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최근의 미.중간 경쟁 구도와 사드 배치와 같은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위태롭게 할 수준의 대북압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 결과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으로 북한과의 대화도 병행추진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대북압박 정책은 지난 수년간 보여온 김정은 정권의 내구성을 고려할 때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 주장에도 문제가 있는데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꼼짝도 하지 않고 있어 ‘어떻게 하면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어 내는가?’이다. 북한이 원하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 제재 해제, 평화 협정, 핵군축이라는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 이상 현 단계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필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을 고려해 주길 기대한다.

결국 압박과 대화라는 두 담론의 대립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은 한.미 양정부의 대북압박정책으로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대북 압박외교의 본질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체제 생존과 비핵화의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며, 북핵 해법을 풀기 위해 대화를 위한 환경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김정은 정권이 핵보유국임을 자인하고 무모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현 단계에서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대북압박에 방점을 찍지 않을 수 없으며 대북대화를 먼저 제안한다면 이는 북한의 강압외교로 인해 대화에 나온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꼴이 될까 우려한다.

향후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면, 한.미 양국이 제안해야 할 핵심 안건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에 협상하고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단계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동결과 한.미 군사합동훈련 중단과 맞교환하고 중.러가 선호하는 쌍궤병행과 쌍잠정중단 제안이며, 둘째 단계가 9.19 공동성명의 실천 이행 문제와 대북 제재 해제나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될 것이다. 셋째 단계는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맞교환하는 북핵 해법의 단계적 로드맵에 한.미.북.중 4자가 합의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제안은 곽태환 칼럼 참조,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핵해법의 새로운 돌파구 모색하길,” 통일뉴스(2016.11.10.)]

최근 엄중한 한반도 위기 상황 속에서 북한의 핵위협이나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관련국들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상생과 공영의 목표를 두고 누구도 원하지 않은 핵전쟁보다 대화와 양보, 타협을 통해 관련국들 간에 건설적인 거래(deal)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역지사지 시각에서 한.미 양국이 향후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북미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분위기 조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조치와 병행해서 김정은 위원장도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궁극적으로 핵무장을 포기하는 대가로 핵무장을 하게 된 동기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시 말하면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와 빅딜(big deal)을 해 북한 스스로가 핵무기 보유의 필요성을 없앤다면 한반도를 위요한 동북아에서 평화와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실을 직시하고 대화정책으로 전환하길 기대한다. 실제로 대북제재와 압박수단으로는 역대 최고라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 2375호에 대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이행하려는 의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개발을 계속한다면, 자멸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완전 고립도 본격화되어 국제금융망에서 북한을 퇴출시키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북한의 경제적 붕괴로 이어진다면 이는 김정은 체제의 몰락과 직결된다. 그런 상황에 놓이기 전에 북한은 조건 없는 남북/북미 대화에 나와 핵무기를 담보로 빅딜을 하는 것이 북한의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북한은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향후 대안은 뭔가? 상생과 공영을 위한 평화공존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중.일.러.남북한 6개국 관련당사국들이 화해.협력.대화.협상을 통해 핵무기 없는 한반도 평화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다. 북한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바보짓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지도부는 이 이상 더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혹은 동결을 선언하기 바란다. 이 길이 바른 길임을 북한지도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제 대화와 협력전략으로 전환하는 길 이외는 다른 대안이 없다.

곽태환 (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Clark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국제관계학 박사. 미국Eastern Kentucky대학교국제정치학교수; 전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통일연구원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이사장, 통일전략 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혁신학술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저서,공저및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속의한반도: 평화와통일 구상』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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