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화 / 종주대원

일자: 2017년 8월 27일(일) 무박
구간: 빼재(신풍령)~삼봉산~소사고개~초점산~대덕산~덕산재
산행거리: 15.12km, 11시간 53분 (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12명

 

▲ 백두대간 9구간 산행의 최고봉인 대덕산 정상에 선 대원들.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며칠째 계속된 폭우로 이번 산행이 제대로 될까 걱정했는데 주말이 되자 비는 그치고 청아한 하늘에 선선한 바람까지, 산행하기 좋은 초가을 날씨다.
 
짐을 꾸려 사당역에 도착하니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기사 아저씨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오동진 후미대장과 장소영 대원이 도착했다. 장소영 대원의 표정이 오늘따라 유난히 밝아 보인다.

별들이 쏟아진 새벽 하늘

이번엔 가족을 대표해 홀로 참석했다. 왠지 모를 해방감과 자유가 발걸음을 가볍게 했으리라.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속속 도착하는 대원들, 밤 11시 30분 12명 대원을 태우고 사당역을 출발하였다.

이번엔 동천에서 합류하는 부부대원이 사정상 참석치 못하여 빼재까지 직행이다. 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인 인삼랜드휴게소에 들러 각자 볼일을 보고 차에 오르니 대장이 바로 출발하면 2시 30분 도착인데 너무 이르다며 30분간 차에서 자고 가자고 한다. 9회 진행하는 동안 늘 시간에 쫓겨 왔는데 30분 휴식이라니 여유가 생긴 듯하다.

▲ 9구간 들머리 빼재에서.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여명을 배경으로 선 오동진 후미대장.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새벽 3시 10분경 들머리 빼재에 도착하여 단체사진을 찍고 각자 몸도 풀고 장비도 챙기며 산행준비로 분주할 때, 대장이 “랜턴를 끄고 하늘을 보라”고 소리친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하늘엔 별들이 쏟아진다. 별빛에 기대 밤길을 걸을 수 있을 만큼 반짝 반짝......  어릴 적 고향하늘에서 빛나던 별처럼. 

빼재에서 조금 걸어 내려와 왼쪽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오늘 산행 시작이다. 3시 20분 산행 시작. 삼봉산 정상까지 3.9키로. 대원들은 이제 야간산행에도 익숙한 듯 잘도 오른다. 30분정도 걸어 된새미기재에서 잠깐 숨을 고른 후 정상을 향해 출발.

가끔씩 지나는 바람이 쌀쌀하다. 숲속의 하늘에도 별들이 반짝인다. 대원들은 저마다 알고 있는 별자리를 가리키며 감탄을 자아낸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하늘이기에 랜턴을 켜고도 별이 보인다. 참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덕유삼봉산에서 천하제일 일출을 보다

숲길을 헤치고, 간간이 나뭇가지 사이로 별을 보며 2시간여 올라 삼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과 모양의 정상석인데 꽤 귀여웠다. 삼봉산은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덕유삼봉산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산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나 일출까지는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돌아가며 정상석에서 인증삿을 찍고, 정상에선 빼놓을 수 없는 정상주도 한잔씩, 5시 55분 여명이 밝아오고 산봉우리들 사이로 둥근 해가 조금씩 올라온다.

▲ 삼봉산에 올라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일출을 더 잘 보기 위해 삼봉산의 사과모양 정상석에 오른 총무 심주이 대원.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나도 올라갈거야" 초등학생 3년생인 민성이가 아빠 도움을 받고 정상석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삼봉산에서의 일출'. 이날 일출을 백두대간을 타며 본 어떤 일출보다도 멋지고 장관이었다.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더 감동적인 일출 장면을 담으려 사과모양 정상석에 오르는 대원이 있는가 하면 각자 사진작가가 되어 멋진 광경을 담으려 여기저기 찰칵찰칵. 어른들 사이에서 까치발을 하고 민성이도 핸드폰을 열심히 누른다. 또 호기심 발동하여 아빠의 도움으로 정상석에 오르더니 우와~ 감탄사 연발.

백두대간 중 몇 번째 일출이지만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에 새삼 감동하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작은 봉우리를 넘으며 뒤돌아보니 멀리 덕유산 향적봉, 설천봉이 눈에 들어온다. 무더위에 힘겹게 걸었던 길이다. 

“부성애의 승리”

▲ 위험을 무릅쓰고 직벽을 밧줄로 내려가다.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다시 봉우리를 넘고, 바위를 돌아가니 덕유산 할미봉 하산길보다 더 까다로운 직벽이 나타났다. 먼저 민성이가 놀란다. 유병창 대원이 먼저 내려가 민성이를 받아 내리고, 한 사람씩 밧줄을 잡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마치 암벽 등반하듯 조심조심 모두 무사히 내려왔다.

소사고개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3시간 이상 산행으로 대원들 조금씩 지쳐가고 배도 고픈데 하산길은 가팔라 밧줄을 잡고 내려가거나 돌계단이 많고 몸이 무거워 잦은 미끄럼이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민성이가 ‘앗 따가워’ 하며 울기 시작한다. 뒤 따라 오던 민성아빠가 뛰어와 민성이를 안고 10미터를 뛰어 내려간다.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 민성이가 벌에 쏘였다.

▲ 흡사 너덜바위와 같은 돌길을 내려오고 있다. 이 돌길에서 민성아빠-민성 부자가 벌에 쏘였다.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대장이 지나가면서 벌집을 건드려 뒤따르던 부대장 민성이가 벌에 쏘인 것이다. 민성아빠도 쏘였다, 벌침 빼고 응급처방을 하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민성이 왈 “태어나서 처음으로 벌에 쏘여봤다”며 웃음을 짓는다. 10살짜리 민성이에겐 커다란 사건으로 기록되리라.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대오를 정비하여 내려가니 소사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런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 구분도 어렵다. 당귀밭 울타리 따라 걷는데 며칠 전 폭우로 웃자란 풀과 가시넝쿨이 엉켜 한발 내딛는 것조차 힘들다.

가시넝쿨을 헤치고 조심조심 내려오니 이번엔 밭둑이 내려앉아 또 길이 끊겼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막막하다. 울타리도 밟고 밭으로 들기도 하며 간신히 내려왔다, 뒤 돌아보니 민성, 민성아빠, 후미대장이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다 일단 선두가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먼저 내려가기로 하고 유병창 대원은 남기로 했다

10여분 내려오니 바람도 머물고 싶은 곳 소사마을이다. 아침을 준비하는데 민성, 민성아빠, 수호천사 후미대장이 도착했다. 난코스를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니 후미대장 왈 “멧돼지처럼 아빠 뒤에 붙어서 헤쳐 나왔다”며 “부성애의 승리”란다.

육십령에서 시작한 덕유산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 대덕산에 오르다

▲ 소사마을에서의 즐거운 식사 시간.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소사마을 입구 마당에 둥그렇게 앉았다. 오늘도 푸짐한 밥상, 인기 메뉴는 콩나물과 어묵을 넣은 퓨전요리 전씨네 라면. 반주도 한잔씩 하고 마지막 커피로 입가심. 다시 짐 정리하고 탑선슈퍼에서 초점산 정상에서 마실 막걸리 사는 것도 잊지 않고 챙긴다, 날은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한다.

소사마을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초점산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이다. 대로를 건너니 초점산 이정표가 있다. 길을 오르니 한쪽은 고랭지 배추밭, 다른 쪽은 마을. 콘크리트길을 지나고, 사과농장, 마을을 지나니 백두대간 마루금 대덕산 이정표가 나온다.

▲ 아침식사 후 나른한 몸을 이끌고 다시 산행을 시작하자 고랭지배추밭이 멋지게 펼쳐있다.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여기서 정상까지는 가파른 능선길이다. 산길로 접어들어 조금 걸으니 가시넝쿨 투성이다. 민성이가 반바지 차림이라 후미대장의 토시를 신기고 바람막이 잠바도 입혔다. 민성아빠는 민성이를 품다시피하고 걸었다.

오르고 또 오르고 대원들이 지쳐갈 즘 벌초를 하고 내려오던 사람들을 만났다. 손에는 예초기가 들려있다. 정상까지 5분이라며 힘내라 격려한다. 하지만 우린 경험상 산행시계는 5분이 1시간임을 알고 있다. 간간이 눈에 뛰는 긴꼬리풀, 구절초, 엉컹귀꽃 등 야생화는 단조로운 산행을 풍부하게 만든다.

▲ 밀림을 뚫고 민성이가 아빠 뒤에 바짝 붙어 산행하고 있다. 풀과 나뭇가지 높이가 민성이 키와 비슷해, 민성이가 전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초점산에 올라. "부성애의 승리".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계속 오르니 정상 400미터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며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나무 아래 앉으니 또 금세 더위가 가쉰다. 대장 하는 말 ‘걸으면 여름이요 쉬면 가을’이라나.

30분 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소사마을 슈퍼에서 산 막걸리와 포도통조림으로 정상주 한잔씩하고 대덕산을 향해 걷다.

초점산에서 대덕산 코스는 평이한 길이다. 억새풀과 가시넝쿨을 헤치고 작은 봉우리 두어 개를 지나니 정상이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겹겹의 병풍을 두른 것 같은 모양이다. 전북 장수 육십령에서 시작한 덕유산 구간의 끝자락이자 이번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다, 힘들었지만 덕유산이라는 큰 산을 걸어온 자들의 성취감이 느껴진다.

얼음폭포에서의 휴식

선두그룹이 미리 봐둔 소나무 그늘아래 쉬며 남은 먹거리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덕산재로 내려간다. 벌에 쏘이고 가시넝쿨에 긁히며 악전고투한 민성이가 다시 대장 바로 뒤에서 내려가며 재잘거린다. 40여분 걸으니 얼음골 약수터가 나온다. 그런데 약수터에 물이 없다. 실망하는 민성이 표정...

▲ 대덕산 하산길에 만난 얼음폭포. 발을 물 속에 30초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찼다.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얼음골이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냉기가 느껴지는 듯도 하다. 조금 더 내려가 오른쪽으로 들어가니 얼음골 폭포다. 녹색 이끼와 어우러진 맑고 깨끗한 물. 아담하고 예쁜 폭포다.

배낭을 팽개치고 발을 담근다. 30초도 참기 힘들 정도로 차다. 땀에 절은 몸과 피로를 한방에 날리는, 이름 그대로 얼음폭포다. 대원들 모두 생기발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 기운으로 전북 무주와 경북 김천을 가르는 덕산재 도착. 오후 3시 13분 . 12시간의 대장정이 끝난다. 남한에서 4번째로 큰 산 덕유산을 걷고 보니 앞으로 남은 백두대간 길도 여유롭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9구간 날머리 덕산재에서. [사진제공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버스에 올라 무주 읍내 금강식당에서 우리의 전용메뉴 어탕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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