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떤 행동을 했을 경우 그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세계가 설왕설래하다가 북한이 성명이나 담화를 발표하거나 또는 언론보도를 하면 그때서야 정리가 된다. 북한이 8월 29일 새벽 평양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경우도 그랬다. 이 미사일의 정체와 북한의 의도를 두고 견해가 분분했다. 그러다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를 하자 많은 게 밝혀졌다. 북한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험발사’라 하지 않고 ‘발사훈련’이라 칭했다. 실전(實戰)이기에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발사를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사일은 ‘화성-12형’임이 확인됐다. 북한이 쏜 것은 1발이다. 그러나 그 파장은 컸다. ‘1타 3매’라고나 할까? 북한은 1발의 미사일 발사로 3가지 효과를 노렸다.

◆ 먼저, 당연한 것이지만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겨냥했음을 명확히 했다. 통신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발사훈련”이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에 대비한 대응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도 “오늘 전략군이 진행한 훈련은 미국과 그 졸개들이 벌려놓은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단호한 대응조치의 서막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지하듯, 북한은 한미 훈련 때면 크든 작든 어떤 식으로든 반발을 해왔다. 이상할 게 없다.

◆ 다음으로, 괌도를 염두에 뒀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8월 14일 김 위원장이 당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며 괌 포위사격을 유보한 ‘화성-12형’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화성-12형’ 발사 후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이번 탄도로켓 발사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 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으로 된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특히 중요하다. 북한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8월 14일 결정을 두고 괌도 포위사격을 ‘보류’한 것처럼 국제여론을 오도했기에 바로 잡고자 했다는 것이다.

◆ 그런데 북한은 ‘화성-12형’을 방향만 틀어 괌도 쪽이 아닌 일본 열도 상공을 넘게 했다. 굳이 일본 상공을 넘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8월 29일 국치일을 노린 게 세 번째 이유다. 통신은 “107년 전 ‘한일합병’이라는 치욕스러운 조약이 공포된 피의 8월 29일에 잔악한 일본 섬나라 족속들이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을 펼”쳤다고 알렸다. 사실 북한의 거사일 ‘날짜 잡기’는 정평이 나 있다. 북한은 올해에만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했을 정도다.

◆ 이처럼 북한은 1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여러 가지 의미와 파장을 던졌다. 성과도 얻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북한이 ‘화성-12형’을 발사하기 전만해도 미국은 북한에 대화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이를 단숨에 거부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이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을까? 실지로 미국에 뾰족수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있다. 미국이 다소 구차스럽더라도 공개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하자고 선언해야 한다. 지금 협상해야 그나마 현재의 몸값에서 북한과 흥정할 수가 있지 않은가.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그에 따라 차후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언명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판세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북한이 태평양으로 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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