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주변 동북아의 안보 지형이 전쟁위기로 몰아가 불안하였는데 미북간 치킨게임이 소강상태로 회귀한 것은 천만다행이었고 이제 건설적인 대화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생존 전략으로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해 북한은 핵 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무기체계 완성을 위해 군사적 도발 행위를 계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또한 통미 봉남 전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고 문재인 정부의 새 대북정책도 당분간 실효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관련국 모두가 양보와 타협으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 베를린 평화 구상을 발표한지 50일도 안되었고 남측의 대화 제의에 대한 북측의 무응답에 실망한 나머지 일부에서 조급하게도 문재인 정부의 대화와 제재 투트랙 접근이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속단은 경솔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로 집약된다. 어떤 논객들은 최대의 대북 압박을 해 보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테이블에 안 나오면 대북 관여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마 이런 해석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국제사회가 최대의 대북압박과 제재를 구사해도 김정은 위원장은 내 방식(“my way")대로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완성을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에 6차 핵실험도 조만간 실시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전략 자산을 동원해서 대북 선제 타격을 할 것인가?

이런 군사행동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결론은 대북 최대 압박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같은 미국정부의 비둘기파들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조건 없는 대북대화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북미간의 고강도 막말 폭탄 설전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21세기는  상호의존적 국제경제 관계와 연계되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글로벌 금융시장 질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세계경제는 도산에 처할 것이다. 그러므로 글로벌 경제질서가 국방안보질서 못지않게 중요함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심야에 발사한 뒤 미국 다우존스가 급속히 하락세로 돌아섰고 특히 한국의 코스피 지수가 80포인트(3.4%)나 빠졌다. 한반도 위기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들이 증권의 매도 탓이었다.

이어 북한은 괌(Guam) 앞바다에 화성-12형 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하겠다는 ‘괌 포위사격’을 발표하여 ‘정의의 전면전쟁’이라고 공갈, 협박했다. 또 북한은 전국에 ‘비상대기 태세’롤 발령하고 청소년들의 자원입대도 독려하자 이런 북한에 대해 맞서 미국은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만약 북한이 정말 괌을 향해 미사일을 쏜다면 핵전쟁으로 번지게 될 개연성이 높아 핵전쟁은 공멸이고 민족의 대재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에는 북미간 말 폭탄 전쟁 속에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미국 다우 지수도 하루만에 300포인트 가까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럽과 중국·일본 증시도 비슷하였다. 국제금융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갖고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금주에 들어와서 세계 금융시장 은 정상화를 되찾아 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앞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대북 선제타격은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 때문에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대북 선제타격이 외과수술식 타격(surgical strike)으로 끝날 것이란 환상에 젖어 있는 어리석고 천진난만한 미국인들도 있을 것이다. 북한지도층이 한방 얻어맞고 항복하지 않을 것이 뻔하며, 한반도가 불바다로 이어져 불모지가 되고 인류의 대재앙이 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남측과 미국을 향하여 대화 제의를 1년 전만 해도 제안해 왔고 평양전략가들도 미국과의 대화 못지않게 남쪽과 대화를 원해 왔다. 

그러므로 북한은 대화제의의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여지며, 미국도 대북제재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이때에 좀 더 인내심을 갖고 문재인 정부의 새 대북정책의 결실이 이뤄질 때까지 일관성 있게 남북대화의 문을 노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대화를 위한 환경조성에도 노력해야 한다. 오히려 대화의 문을 잠그는 적대적 행위는 삼가하길 촉구한다.

이제 북미간 치킨 게임에서 윈윈(win-win) 게임이 되기 위해 상호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있다. 조만간 남, 북, 미 3자가 조금씩 양보와 타협을 하면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필자는 3단계 로드맵(Roadmap)을 제시하고 있으며 1단계에서 남.북.미. 3자 회담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 맞교환을 제의했다. 통일뉴스(2016.11.10)에 게재된 필자의 칼럼, “미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해법의 새로운 돌파구 모색하길", 참조].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더니 이제 숨 고르기에 들어가 8월 위기설을 뒤로 하고, 북미간 말 폭탄 전쟁에서 이제 서서히 대화/협상모드로 진입하는 분위기가 도래한 것 같이 보여 다행이다.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아 문재인 정부가 창의적인 구상을 하여 남북 관계개선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의적절하게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그의 ‘한반도 평화독트린’이라 명명할 수 있는 신대북정책의 기조와 원칙을 재확인하고 만방에 선포 하였다. 문 대통령은 그의 평소의 굳은 신념을 다시 밝히면서 특히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 행동을 결정할 수 없고”,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북핵 해결은 핵 동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 동안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재발 우려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이제 그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불가를 확실하게 못 박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쥐고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운전석론’을 재강조한 것이다. 필자는 그의 소위 ‘한반도평화독트린’에 100% 공감한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굳은 신념과 현명한 결정이 민족을 공멸로부터 구제하고 3차 세계 대전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간 말 폭탄전이 소강상태로 들어가 대화국면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북미간 창조적인 가교(架橋) 역할(bridge-building role)을 기대한다. 이젠 다른 대안이 없다. 무력으로 혹은 압박과 제재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것으로 북한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 대안은 대화와 거래로 딜(deal)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적대적인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가교 역할을 해 북미관계 개선을 돕는다면 북미관계 개선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언한다. 위기는 기회란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것으로 안다. 지금 핵과 미사일을 갖고 좋은 딜(deal)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은 짓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협상의 최대의 호기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꺼이 평양과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라고 언급한 김 위원장은 망설이지 말고 즉시 미국과 남북이 함께하는 3자 대화에 나와야 한다.

3자 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미 양측의 최고 결정자인 대통령들이 직접 북한체제의 생존보장과 경제지원을 약속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언제까지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초지일관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운전석’ 자리를 잘 지키면서 북미간 가교역할을 해 나가길 바란다. 문 대통령의 평화 독트린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고려 중이던 대북 특사를 보낼 때가 왔다. 실기하지 말길 바란다. 운전석에 앉아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새 로드맵이 조만간 발표되길 기대해 본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Clark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국제관계학 박사. 미국Eastern Kentucky대학교국제정치학교수; 전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통일연구원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이사장, 통일전략 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혁신학술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저서,공저및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속의한반도: 평화와통일 구상』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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