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선 / 통일뉴스 상임고문

 

8.15 해방의 의미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 통치 하의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되던 날 우리나라 삼천리 방방곡곡에서는 온 민족구성원 대중들이 해방된 기쁨을 만끽했었다.

그것은 8.15 해방이 식민지노예의 처지에서 벗어나 당당한 자주독립국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사람됨을 되찾는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8.15를 계기로 하여 그 이전 일제의 식민지 시대에서 또 다시 외세에 의한 분단 시대로 이어져 그 이후 우리 민족은 비극적 동족상잔을 비롯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외세의 식민지적 간섭에 따른 민족적 치욕을 감수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해방 72주년에 이른 오늘까지도 우리 민족 구성원들은 8.15 시기와 다름없는 외세의 간섭과 식민지적 잔재의 청산 그리고 평화적 자주통일국가 건설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 군대가 상시적으로 주둔해 있고, 민족 분단이 지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 위기 상황의 8.15는 결코 기념할만한 경축일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8.15 72주년은 다른 어느 때와도 달리 우리 민족구성원에게는 분단 장기화에 대한 회고와 반성을 통한 냉철한 자기 성찰의 기회로 되어야 하겠다. 그리고 그에 따른 민족화해와 평화적 자주통일을 다짐하고 분단 극복을 위한 실천적 결의를 다질 수 있어야 하겠다.

분단 현실에 대한 반성적 회고
 
그동안 분단 70여년은 한반도 분단 고착화 세력과 통일운동 역량과의 대결 과정이었다. 다시 말하면 8.15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분단 상황은 내외적으로 존재하는 반통일 분단 고착화 세력의 분단 유지를 위한 외세의 횡포와 민중탄압 행태에 맞서 사회의 민주화와 분단 극복을 위한 통일운동 진영과의 대결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역대 분단 정권은 법률적 제도적인 대북 적대 정책으로 일관하였고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동조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관련한 실천적 대화나 조치들에 대해서는 한사코 회피해왔다.

다만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분단의 평화적 공존을 내세워 대북 유화정책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부분적인 관계 개선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6.15남북공동선언, 10.4평화선언 등을 합의 발표하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그것도 평화적 분단 유지 차원이었을 뿐 근원적으로 민족 자주를 보장하는 통일의 길은 아니었다.

되돌아 보건데 역대 정권은 분단 정권의 유지•존속을 위해 끊임없이 독재와 비리•부정을 일삼으면서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활동에 대해서는 분단 안보를 구실삼아 좌경용공 세력, 친북 세력 등의 색깔론을 휘두르며 억압해 왔다. 이처럼 각종 형태와 수단을 동원하여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대한 야수적 억제와 살인적 탄압을 무기로 70여년 분단 상황을 버티어 왔던 것이다.

한편, 평화적 자주통일운동은 8.15 당시 미군정 하에서 외세와 단정 세력의 단정 음모에 맞서 분단을 반대했고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를 통한 남북협상 통일을 시도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이후 분단 독재 정권의 엄혹한 탄압 속에서도 분단 극복을 위한 저항은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그리고 그 내용은 “오라 남으로 가자 북으로”와 같은 남북 대화와 교류 촉구운동에서부터 원천적으로 통일을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하고 미군철수 및 외세의 간섭을 배격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민족적 단합을 위한 남•북•해외 3자연대운동, 6.15, 10.4남북선언 이행 실천 촉구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발전해 왔다.

이 같은 통일운동은 미군정 시기 4.3제주항쟁과 남북협상운동, 4.19민중운동, 5.18광주 항쟁, 6월 투쟁, 촛불시위 등 다수 대중이 참여하는 저항과 투쟁으로 전개되어 정권 교체를 이루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럴 때마다 다수 대중의 민의를 반영하여 분단 극복 의지를 담아낸 정권의 창출이 아니라 이승만 분단정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정권 등 기존의 분단 정권 체제로 복원되곤 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분단 70여년에 이른 것이다. 

그 같은 험난한 역정에서도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선언, 10.4공동선언들을 남북 간에 합의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인가는 통일될 수밖에 없는 민족의 미래를 위해 실로 천만 다행스러운 쾌거이기도 하다.

더 이상 분단이 지속될 수 없는 현실

역대 정권에게 있어서 분단은 정치적으로 분단 독재의 근거로 되어왔고 군사적으로는 외세지배의 명분을 제공해 주었다. 그래서 대북 적대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분단의 안정적 유지를 도모하였고 정세가 불안하거나 정권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고비를 넘기곤 하였다.

그러나 오직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미국의 정책에 따른 미국이라는 외세의 그 실상과 성격이 사드 배치를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가감 없이 노출되었다. 결국 사드 배치는 미국의 국익을 위한 정책의 일환이고 미국의 무기일 뿐 한국의 주권과 국익에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정권 당국은 사드 배치를 공언하고 있고 이 같은 조치에 대한 당해 지역 주민들과 다수 대중들의 분노는 결국 식민지 종주국의 횡포와 피지배지역 주민들의 피해에 따른 갈등의 심화로 폭발 직전의 상황에 이르러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민족구성원 대중들로 하여금 오늘의 ‘전쟁 위기’는 북핵문제라든가 대북 경제적 제재, 군사적 압박이라는 현상에서가 아니라 ‘전쟁위기’ 사태의 본질은 외세의 한반도 간섭에서 비롯되었음을 간파하게 되었고 그 위기의 극복은 기본적으로 민족화해와 자주통일의 길 뿐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분단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굳히게 하였고, 그에 따라 다수 대중들의 집권 정치 세력에 대한 최우선적 요구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이고 궁극적으로는 민족의 자주통일이었다. 그리고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국면이라는 절박한 현실 앞에서 그 같은 요구의 강도는 다른 어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호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집권 당국이 그동안 그러해왔던 것처럼 냉전적 갈등 관계를 통한 대북 적대 정책을 고수하면서 남북합의 성명, 선언들을 파기하게 된다면 정권의 안정은 물론 그 유지는 어렵게 될 전망이다. 또한 대미 관계에서도 그동안의 식민지적 예속관계의 지속에 의해 미국의 일방통행적 관행은 불가능하게 된 상황이다.

민족화해를 위한 실천적 기본 과제 
 
이와 같이 우리의 분단 현실에 대해 회고하건데 한반도는 더 이상 분단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었고 냉전적 대북 적대 정책은 폐기될 수밖에 없는 내외적 정세변화를 목도하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전쟁 위기를 맞고 있는 한반도 현실 상황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현실에서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실천적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우리 민족의 통일은 우리 민족구성원의 문제라는 기본인식이 분명해야한다.

우리 민족의 분단이 외세에 의해 강제 설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해서 통일도 외세에 의해서 해결되어야 하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통일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외세의 부당한 개입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민족 분단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70여년에 이르도록 분단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우리 민족의 문제에 외세가 깊이 개입하고 간섭해 온 것에 전적으로 그 책임이 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통일 문제는 곧 우리 민족구성원들의 문제이고 우리 민족의 통일에 관한 문제들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외세에 의지해서도 안 되는 반외세 자주화의 문제이며 우리 민족구성원들이 서로 단결된 힘에 의해서만 통일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8.15당시 몽양 여운형이 통일독립정부 수립 협상을 위해 북행하려 할 때 이를 반대하는 미군정 당국자에게 몽양은 “집 주인이 제 집에서 안방에 가든 건넌방에 가든 왜 객(客)이 이래라 저래라 참견인가”라고 질타했다는 일화는 통일문제의 본질이 함축된 표현이라는 점에서 매우 통쾌하다.
   
둘째, 분단 구조의 혁파 없이는 우리 민족의 분단 극복은 기대할 수 없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고통스럽고 치욕적인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자주통일이 시급하다고 해서 대통령이 “냉전을 종식시키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든가, 군사회담이나 적십자회담 개최를 제의하거나 또는 남북공동성명•선언들에 대한 이행 실천을 재확인한다는 것과 같은 말의 성찬만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분단 극복의 출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민족화해는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그 의지의 문제이고 분단 극복을 위한 결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세의 간섭 배제와 자주 그리고 6.15선언에서 합의한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은 결의가 없고서는 설혹 남북의 정권 당국자들의 정치적 필요에 의한 대화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것은 일회성으로 마감될 뿐 원천적으로 이산가족의 문제가 해결되거나 남북관계 개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분단 극복은 정치적인 수사(修辭)를 통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민족화해와 자주통일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법률적 제도적으로 분단을 지속시켜가는 분단 구조의 혁파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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