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저녁 3박 5일 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대국민 인사를 통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제 그 첫발을 떼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도 확보했다”며 “하나하나씩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고, 당당하고 실리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6월 30일 워싱턴에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룬 성과를 자랑스럽게 요약한 것입니다. 한.미 공동성명은 △한.미 동맹 강화,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무역 발전, △여타 경제 분야에 있어서의 양자 협력 증진,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적극적인 공조, △동맹의 미래 등 6개 항으로 이뤄졌습니다.

각 항들이 모두 중요하고, 또 각 항이 갖는 의미 그리고 6개 항 전체의 상호연관성을 들여다봐야겠지만 여기서는 우리의 첫째가는 관심사인 2항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에 한정해 살펴봅시다. 문 대통령도 귀국 인사에서 밝힌 위의 발언도 2항의 성과에 토대한 것입니다.

한.미 공동성명 2항의 주요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 부여,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음,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 지지 등 네 가지입니다.

이 네 가지 합의는 그동안 미국이 취해온 대북정책과 비교한다면 적지 않은 변화가 눈에 띕니다. 다소 놀라울 정도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며, 또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군사적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입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게 가능할까요? 또 올바른 것일까요? 통상 남측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는 북.미로부터 소외돼 왔으며 또한 통일 문제에서는 북측에 밀려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미 공동성명 하나로 전변될 수 있을까요.

엄밀한 의미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 문제는 남측만이 할 일이 아니라 남과 북이 함께해야 할 과업입니다. 평화통일 문제는 남과 북이 공조해 미국과 협상하거나 또는 남북이 독자적으로 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얻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온전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통일문제 해결의 주인은 남북이라는 ‘코리아 퍼스트’(Korea First, ‘남북 우선주의’) 입장에 서야 가능할 것입니다.

어쨌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 2항에서 위 네 가지를 적시함으로써 북측과 선제적으로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명분과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물론 바람직한 일입니다. 문제는 위 사항을 흔들림 없는 확고한 한반도 정책, 대북정책으로 착근시키느냐 입니다. 미국이 나중에 딴소리를 안 하고 북측도 받아들을 수 있게끔 정책화할 수 있느냐 입니다.

마침 그 기회가 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방미에 이어 오는 5-8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순방해 대북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대북 메시지는 한.미 공동성명 2항을 정교하게 다듬어 북측이 화답할 수 있는 정책 차원으로 내와야 합니다.

독일에 가서 북측을 향해,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3월 9일 ‘베를린 선언’을,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3월 28일 ‘드레스덴 선언’을 각각 발표했습니다. 전자는 남북 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으로 이어졌지만 후자는 북측에 의해 냉대를 받다가 나중엔 국정농단 ‘비선 실세’인 최순실의 손을 거쳤다는 혹평에 시달렸습니다.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는 명확합니다. 한.미 공동성명의 운명은 사실상 문 대통령의 손에 달렸습니다.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는 남과 북이 함께 해결해 나가는 문제라는 ‘코리아 퍼스트’에 입각할 때 문 대통령도 성과 있게 여기는 한.미 공동성명 2항에 생명력이 불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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