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인 특보와 함께 미국을 다녀온 김종대 정의당 의원과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첫 번째 미국 방문이 어마어마한 언론의 조명을 받은 사건과 얽혀있는 걸 보면 그의 팔자도 드세긴 드센가 보다. 국방분야에서 단연 두드러진 전문성으로 정의당 소속 의원임에도 국방장관 하마평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김종대 의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지난 16일 우드로윌슨센터와 동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 발언할 때 김종대 의원은 방미단의 일원으로 이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워싱턴 특파원들과는 분위기가 좋았다”는 것.

23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보수언론의 공세에 청와대가 나서 문정인 특보에게 함구령을 내린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은 아니고 안보실의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 안보실은 외교관들이 주류가 돼 있다. 외교관들은 그저 봉합하고 메이크업한다”며 “문정인 특보에 대해서 꼬리를 잘라서 결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좋은 모양으로 성사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견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안보실)의 인적구성에 문제를 제기한 그는 “사실 문정인 교수가 안보실장 후보로 내정돼 있었는데 검증문제로 안 됐다”며 “청와대 참모의 선발기준은 능력과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흠이 있다면, 그건 대통령이 그 허물까지 내가 짊어지겠다고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된다”는 것.

김 의원은 목전에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임동원이나 정세현 전 장관을 정상회담 전에 북한에 파견하는 문제가 청와대에서 거론이 됐다. 그런데 그 문제를 정상회담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안했다”고 처음으로 밝히고 “임동원 급이 가면 만나줄 확률이 있다고 우리는 봤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당선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던 “발언의 진정성은 사라진 것”이고, “지금 안보실이 미처 추스르지 못하고 놓친 중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안보이익과 남북대화 필요성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시라.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그래야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우리가 타고 있다는 것을 일단 미국도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핵동결에 관한 대안도 이게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제안인데, 이것 말고 더 좋은 대안 있으면 한번 말해보라’, 이렇게 주장하면서 트럼프한테 공을 넘기는 이런 대화의 기법도 필요하다”고 제언하는 등 전문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언론보도 경향과는 달리 김 의원은 “사드 문제는 이번에 그다지 의제가 안 될 것”이라 진단하고 오히려 “군사적인 효용성도 다시 한번 재평가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김 의원은 “전략무기를 전략적으로 운영해야지 남의 재래식 무기 사정권에 갖다놔서 다 노출돼 있다”면서 ‘전략무기를 비전략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책의 근원적 재검토나 공론화 과정을 국회가 요구한 대로 끌고갈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안이 된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해서는 “검증의 문제만 아니라면 이 분이 적합하다고 본다”면서도 “일단 청문회를 거쳐봐야 알겠지만 당에서는 좀 부적절한 소지가 많다고 이미 입장을 냈고, 그래서 내 생각에는 본인이 청문회 들어가기 전에 거취를 표명하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의당 소속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국방장관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크게 기대 안 한다”면서도 “이번 한 번을 끝으로 해서 다음 번에는 ‘문민 국방장관 시대’를 열어서 민주적 통제하에 국방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김 의원은 “선거 때 유지했던 전략적 모호성의 덫에서 빨리 벗어나라”고 주문하고 “우선 안보실에서 이걸 추진할 수 있는 적절한 인사, 선명한 비전, 합리적 대안, 이런 3가지를 조속히 준비해서 사드 문제를 비롯한 외교안보의 난제를 돌파하고 한반도 정세를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인터뷰 과정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본인이 동행을 요청받아 노회찬 당대표가 심사숙고 중이라는 사실 등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특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김종대 의원의 견해와 제안은 경청할 대목이 풍성하다.

다음은 23일 오후 4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김종대의원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군기반장을 자처하는 언론들이 ‘문빠’ 보다 더한 ‘트름프빠’들이더라”

▲ 지난 16일(현지시간) 우드로윌슨센터와 동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란히 토론에 나선 김종대 의원. [사진제공 - 김종대 의원실]

□ 통일뉴스 : 우드로 윌슨센터 컨퍼런스에는 처음 참석했나?

■ 김종대 의원 : 미국을 처음 가봤다. 그전에 하와이 만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안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상회담 때 처음으로 방미했지 않나. 의외로 미국 안 가본 사람들이 많다.

□ 문정인 특보의 발언을 국내 언론이 문제삼았다. 당시 워싱턴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

■ 워싱턴 특파원들과는 분위기가 좋았다. 많이 이해했고, ‘당연히 할말을 한 거다’는 분위기였고, 주말까지는 기사가 있는 그대로 잘 나갔다.

그런데 월요일 조간부터 해석이 가미됐고, 특히 <중앙일보>가 세게 보도했다. 그것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때 대책논의로 이어졌고, 그러면서 현지로 연락이 와서 더 이상 언론 인터뷰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오는 등 그때부터 문제가 된 것이다.

<중앙일보>는 특히 가짜뉴스도 있었다. 발언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매케인 상원의원이 와서 문전박대 당했다느니, 사드에 대해 트럼프가 격노했다느니 있지도 않은 사실까지 동원해서 ‘워싱턴 분위기가 문재인 정부에 싸늘하다’ 이렇게 몰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동맹 깨자는 거다’ 이런 식의 악담을 활자화하기 시작하면서 커진 거다.

□ 예상치 못한 의외의 방향으로 일이 전개됐다.

■ 신문에 크게 나갈 것은 예상했지만, 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듯이 올 줄은 몰랐다. 거의 트럼프를 대행한 군기반장을 자처하는 언론들이 ‘문빠’ 보다 더한 ‘트름프빠’들이더라.

그런데 미국 언론은 오히려 거꾸로 나왔지 않나. <뉴욕타임즈>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된다’ 이렇게 보도했다. 그리고 문정인 특보의 제안에 미국 학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냥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수준에서 우리가 충분히 할 이야기를 했고, 또 미국 반응도 그랬던 것을 국내 언론이 악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이러자면 동맹 깨자는 것’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이건 국내언론만이 주장할 수 있는 주장이지 누구도 그런 이야기 안 한다.

□ 특파원 간담회까지 별 문제 없었는데 국내 언론이 키웠다고 했는데, 다른 매체보다 <중앙일보>가 앞장 선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 그때 홍석현 전 회장이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직 사퇴선언까지 한 것과 맞물려서 더 해석이 구구했다. 자그마치 4면을 할애했으니까.

보수야당들도 즉각 “김정은 특보냐”, “현 정부 외교안보를 문정인이 다 장악했다”하면서 본격적인 마타도어가 시작됐다.

“안보실은 외교관들이 주류가 돼 있다”

▲ 우드로윌슨센터 컨퍼런스에서 행한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사진제공 - 김종대 의원실]

□ 보수언론이 불을 지피고 보수야당이 키운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가 왜 저렇게 꼬리자르기 내지는 진화에 급급했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 문재인 대통령의 뜻은 아니고 안보실의 특성이다. 지금 안보실은 외교관들이 주류가 돼 있다. 외교관들은 그저 봉합하고 메이크업한다. 동티나지 않게 관리 잘하고, 좋은 말로 포장되는 걸 선호하는 집단의식이 있다.

따라서 문정인 특보에 대해서 꼬리를 잘라서 결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좋은 모양으로 성사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견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 다른 분야에 비해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한 통일외교안보 분야 인선이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사실 문정인 교수가 안보실장 후보로 내정돼 있었는데 검증문제로 안 됐다. 그러나 나는 이해가 잘 안 간다. 안보실장은 우선 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청와대 참모의 선발기준은 능력과 자질이다.

그 다음에 흠이 있다면, 그건 대통령이 그 허물까지 내가 짊어지겠다고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된다. 그게 청와대 인사가 돼야 한다. 그런데 심지어는 청와대 비서관까지도 장차관과 똑같은 수준의 검증의 잣대를 들이댔다.

지금 검증하느라고 시간이 다 가서 안보실도 임명이 태반 안 돼 있다. 이건 ‘도덕적 정권’을 하자는 게 아니라 ‘도덕주의적 정권’을 하자는 이야기다. 도덕주의는 이데올로기다. 그런데 최고의 도덕적인 정권이 뭐냐? 일 잘하는 청와대 만들어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 이상의 무슨 도덕이 있느냐?

어쩐 일인지 지금 청와대는 도덕적 도그마에 빠져 청와대의 대통령 스탶들까지 그런 잣대를 들이댔다. 심지어 안보실 2차장 같은 경우에 일한 지 12일 만에 경질됐다. 그 사유도 황당하다. 도덕적 평판이 안 좋아서라는 거다. 여성단체에서 인사수석한테 문제제기를 했고 그래서 사표를 받았다는 얘긴데, 아니, 그런 사유도 있나? 더군다나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아닌가?

이러다 보니 안보실이 유독 관료 중심으로 짜여지게 됐고, 그 중에서도 외교부 위주로 됐다. 그들은 좋은 게 좋은 식으로 관리하는 집단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개혁성을 강하게 담보한 외교안보의 심장이자 엔진이 돼야 하는 안보실이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 인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내용인데, 과연 북핵과 미사일로 상징되는 북한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문제다. 최근 중국 입장도 그렇고 비교적 합리적인 미국 인사들이나 국내 전문가들이, ‘한.미 군사훈련 잠정 중단 내지는 축소와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이 거의 유일한 카드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성이 있다고 보나?

■ 전번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우선은 핵동결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뒤에 실수라고 봉합하긴 했지만. 이같은 발언은 벌써 미국 내에서도 3번 정도 나왔다.

그리고 미국도 새로운 대화의 접근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대안이라고 본다. ‘동결’이라는 대안이 정말 합리적이냐 이런 것들을 충분히 따져볼만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고 보는데, 이걸 아니라고 윽박지는 걸 나는 이해 못 하겠다.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면 그건 대화 안하겠다는 얘기다. 압박과 관여 정책에서 압박만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점에서는 그런 외골수, 하나만 대안이라고 하면 결국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는 방식밖에 뭐가 있겠나.

그래서 굉장히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북한의 안보 관심사를 같이 논의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연다는 것도 그렇고. ‘핵동결도 북한이 기만하면 어떡하냐’고 그러는데,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받으면 검증가능하다. 이걸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서 핵폐기로 가자는 것 아니냐.

그래서 핵동결은 우선 앞으로 심각해질 미래의 핵을 현 단계에서 제거하고, 그런 다음에 중간단계를 거쳐서 최종적으로는 그 신뢰를 바탕으로 과거의 핵을 없애자는 전략이다. 지금 우리가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합리적 경로라고 본다.

□ 어떻게 보면 현재까지 공감대를 가지고 논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접근법을 문정인 특보가 오히려 톤을 낮춰 제안했는데도 이렇게 문제가 됐다.

■ 대통령도 어떻게 보면 좀 우왕좌왕하는 것 같은데, 청와대가 그만 말하라고 일단 스톱시켜놓고, 다시 “연내 동결 프로세스로 가야 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가자는 건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나, 청와대가 문정인 교수에게 지시한 것, 여러 가지를 종합해보면 갈팡질팡 내지는 아무 것도 모르고 하는 것 같다.

아직 안보실이 외교안보의 중심으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화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들이 보완돼야 한다. 문 대통령이 보고내용을 조금 더 끌어올리는 식으로 절충해서 지금 바깥으로 (메시지가)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한.미 정상회담 전 임동원 대북특사 파견 무산

▲ 김종대 의원은 거의 모든 국방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방위원회 소속 야3당 의원들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 추진 반대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김종대 의원실]

□ 곧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사실 트럼프 대통령도 독특한 사람이고 한반도 문제를 깊이 안다고 볼 수 없다. 문 대통령도 이 문제를 깊이는 알지 못하는 것 같고 안보실도 아직 불안정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게 됐는데, 어떤 전략으로 가야 된다고 보나?

■ 워낙 트럼프가 특이한 대통령이라서, 워싱턴에 가보니까 문재인 대통령 걱정하는 사람은 얼마 없고 다 트럼프 대통령 걱정하는 사람들 밖에 없더라. 그럼 정상회담이 설령 잘못됐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트럼프에서 찾지 문재인 대통령한테서 찾겠나. 이게 국내언론의 시각과 정 반대되는 현실이다.

첫 번째는 이견이 있는 것은 이견을 드러내 주면서 그걸 향후에 조정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낫다. 맞춰주려 하면 우선 뭘 맞출지도 모른다. 트럼트가 준비했거나 분명한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미국에 양보해 준다면, 북한 인권문제는 미국의 시각을 일단은 수용해야 된다고 본다. 지금은 웜비어 사망 때문에 미국 국민들 정서가 너무 안 좋다. 그리고 북한인권 문제는 진보가 좀 다소 소홀히 했던 측면도 있으니까. 미국의 입장과 같이해서 북한인권에 우려를 표명하는 선에서 수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런데 그 인권 문제조차도 웜비어 건도 조셉윤이라는 특사를 통해서,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웜비어 때문에 조셉윤을 보낼 때 한국에 알리지 않았다. 스웨덴에서 회동이 있고 나서, 그때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와 조셉윤이 1.5트랙으로 만나서 한 것이지만 사실은 정부간 대화가 된 거다.

그 다음에 러시아가 지금 북한에 특사를 보내려 한다. 이번에 송영길 의원이 러시아 특사로 가서 거기서 얻어온 정보다. 중국은 북한을 자주 접촉하고 있지 않나. 미국, 러시아, 중국이 다 이런데 우리만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트럼프 눈치 보느라고 남북대화도 미국하고 협의해서 하고 독자적으로 안 하겠다고 하면 이 무슨 개망신이냐.

그래서 우리가 남북대화도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축이라는 점을 미국에 환기시키면서 나름대로 남북관계 돌파구를 우리도 한번 열어보겠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우리가 타고 있다는 것을 일단 미국도 알게 된다.

우리가 뭔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결연한 의지와 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미국도 한국에 대해서 그 뜻을 알고 존중해주지, 다 맞춰주면 우리 가치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그런 점에서 이번에 대북특사를 안 보내고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하는 것은 사실은 유감이다. 임동원이나 정세현 전 장관을 정상회담 전에 북한에 파견하는 문제가 청와대에서 거론이 됐다. 그런데 그 문제를 정상회담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안했다.

그러면 결국은 “당선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던 발언의 진정성은 사라진 거다. 그런데 이것은 지금 안보실이 미처 추스르지 못하고 놓친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북한이 안 만나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임동원 급이 가면 만나줄 확률이 있다고 우리는 봤던 거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우리도 한번 돌파구를 모색해 보겠다는 이런 의지 정도는 미국에 말해야 되는 것 아니냐. 미국 눈치 보면서 남북대화를 단절시키는 걸 계속 감수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핵동결에 관한 대안도 이게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제안인데, 이것 말고 더 좋은 대안 있으면 한번 말해보라’, 이렇게 주장하면서 트럼프한테 공을 넘기는 이런 대화의 기법도 필요하다.

오늘 마이클 그린이 서울 와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을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며 아주 한국을 깔보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가르치긴 뭘 가르치나. 서로 자기가 자기 의견 이야기하는 거다. 그런 게 정상회담이다.

저런 마이클 그린과 같은 식의 주장을 국내언론이 대서특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는데, 절대 굴하지 말고 초연하시라. 우리 안보이익과 남북대화 필요성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시라.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 우리 언론이 마이클 그린 같은 인사의 편향된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이 심각한 현실이다.

■ 일본에서 맨날 돈받고 연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마치 미국의 진리인 것처럼 떠받드는 거다. 그런 식의 언론보도라면 앞으로 ‘미국을 큰형님으로 모시고, 일본을 작은형님으로 모셔야 된다’는 이야기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리고 한국은 항상 납작 엎드려 눈치나 보라는 이야기 말고 뭔가?

배후에 일본이 있는 그런 사람들을 돈 줘서 초청해서 대서특필하는데, 한 마디로 어이없는 일이다. 한국 언론이 해야 될 행태가 아니다.

사드, 한미 정상회담서 “그다지 의제 안 될 것”
“전략자산이 비전략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 사드 문제가 어쨌든 현안으로 남아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문제에 대해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까지 사드 1기를 배치하고, 내년에 5기를 배치한다는 것이 당초 합의”라고 말했다. 사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 사드 문제는 이번에 그다지 의제가 안 될 거다.

지금 미국에서 한국을 겁주는 인사들이 “사드 문제 가지고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이거 아니냐. 그렇게 한국을 협박하고 있지 않나. 스콧 스나이더 같은 경우는 “사드 문제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시키겠다고 나올 지 모른다”는 식으로 협박했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어제 틸러슨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한국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고 이미 얘기했다. 우리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방침 등을 수용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

이번 정상회담 때는 모르겠지만, 차제에 환경영향평가 등 국내의 준법적인 절차를 위반한 것도 물론이려니와 전략적 의미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된다고 생각된다. 그게 이 문제의 핵심이다.

무슨 ‘전략자산’이 북한에 근접한 지역에 배치돼 북한 무인기가 다 찍어 가고, 유사시에 재래식 무기로 사드포대를 타격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이 됐는가. 그렇다면 더 이상 전략자산이 아니고, 이미 비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런 면에서 군사적인 효용성도 다시 한번 재평가해야 한다. 이같은 정책의 근원적 재검토나 공론화 과정을 국회가 요구한 대로 끌고갈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 이건 정상회담 때만 되는 건 아니지만 이후 과정을 내다보면서 염두에 두고 포석해야 한다.

□ 전략무기를 비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뜻은?

■ 전략무기를 전략적으로 운영해야지 남의 재래식 무기 사정권에 갖다놔서 다 노출돼 있다는 거다. 무인기가 찍어가고. 그러면 사드는 뭘로 보호하나?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가 들어왔는데 그 사드를 보호할 대책이 없다. 이런 것은 배치를 결정할 때 생각지도 않았던 대목이다.

그러면 중거리 미사일 날아오는 것 바라보느라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아래로 들어온다는 것 아니냐. 스커드미사일이나 장사정포로 때릴 때는 어떡할 거냐? 그것도 산위에 있어서 때리기 좋게 돼 있다. 그래서 북한으로서는 사드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래 우리 중거리미사일만 쳐다보고 있어, 우리는 이걸로 때릴 테니까’.

□ 화제를 바꿔서 최근에 국방부장관 후보자의 방산비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관행 내지는 오래된 적폐라고도 볼 수도 있겠지만, 새 정부의 장관을 이런 식으로 지명해서야 되겠냐는 평가도 있다.

■ 일단 관행은 아니다. 이번 경우에는 좀 건이 많다. 그리고 월 3천만원씩 받는 게 뭐 그렇게 관행이냐. 과거에 그렇지 않은 장관들 많았다.

그래서 일단 청문회를 거쳐봐야 알겠지만 당에서는 좀 부적절한 소지가 많다고 이미 입장을 냈고, 그래서 내 생각에는 본인이 청문회 들어가기 전에 거취를 표명하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주변에서 좋은 취지로, 야당과 협치도 하고 전문성도 살리고 문민통제도 실현하기 위해 국방장관 후보로 김 의원의 이름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아이고, 그건 가능성이 희박하다. 크게 기대 안 한다. 지금 정부는 국무위원직을 배분해서 협치를 하는 걸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단 나는 대상에 들어가 있질 않다.

단지 이번에 국방장관 후보자는 해군 출신이기 때문에 나름 기대감도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검증의 문제만 아니라면 이 분이 적합하다고 본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에 해명이 석연치 않기 때문에 조금 더 두고 볼 여지가 있다. 이런 정도의 의견이다.

이번 한 번을 끝으로 해서 다음 번에는 ‘문민 국방장관 시대’를 열어서 민주적 통제하에 국방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또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그런만큼 이번 한 번으로 군 출신은 족하다고 본다. 그리고 문민시대를 준비하자. 그걸 위해서 국방부 체제도 좀 바꾸고. 그래서 국방부가 주권자인 시민의 통제하에서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국방체제, 인권이 살아있고 생명가치가 존중되는 이런 바탕 위에서 군을 다시 한번 재창조할 수 있는 기반을 집권 전반기에 다져야 한다.

□ 그때 국방부 장관으로 입각하면 되겠다.

■ 그때 가서 하든가. 글쎄, 그러면 다음 선거에 당선될 필요 없겠다.

□ 만약에 김 의원이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 청문회 통과에 문제 없나?

■ 문제가 많을 거다. 나는 위장전입이나 탈세나 이런 건 없다. 재산이 워낙 없으니까. 그러나 색깔론으로 공격할 거다. 그러지 않겠나? 국방은 유달리 색깔을 따져야 되니까.

“전략적 모호성의 덫에서 빨리 벗어나라”

□ 방산비리가 나온 김에, 최순실 정윤회 부부와 록히드마틴 커넥션 이야기가 나돌았는데, 이후 진전된 것이 없나?

■ 최순실 게이트와 무기도입 부분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설로서 나돌아 다녔는데, 나는 최순실이 무기로비스트 수준에 도달한 그릇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까지 저지른 비리들 보면 굉장히 수준이 낮은 말하자면 양아치 수준의 비리다. 그거에 국가가 흔들렸다는 게 문제인 거다.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거의 양아치 같은 짓을 한 것 아닌가.

그런데 무기로비스트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그건 매우 고단수여야 하고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을 정확히 꿰뚫어 봐야 가능한 건데 최순실이 그럴만한 그릇은 못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최순실은 그렇다면 정윤회는 어떠냐? 이 부분은 모르겠다. 거기는 최순실 보다는 단수가 높을 거 아니냐,

문고리 권력이 국방무기도입 분야에 일부 부적절한 개입이나 발언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듣고 있다. 그렇다면 실상을 확인하고 그 배후에 누가 있었는가 이런 것들은 앞으로 면밀하게 관찰해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 린다 김과 록히드 마틴, 정윤회 내지는 문고리와 록히드 마틴, 이런 내막이 나올 뻔 하지 않았나?

■ 원채 의혹제기가 근거 없이 너무 띄우는 식으로 됐다. 조금 더 차분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논리적인 정합성을 가미했으면 좋았을 걸 일부 의원들이 청문회 스타가 되기 위해서 욕심을 낸 나머지, 애드벌룬만 띄워놓고 거두지 못했다. 그런 것들이 좀 아쉬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 린다 김은 지금도 감옥에 있고, 그는 록히드마틴 관련해 조사 받은 것이 없나?

■ 특검이 한 번 조사 왔었다. 본인이 만남을 거부했다.

□ 문 대통령의 한.미 방미단에 이름이 거론된 모양이다.

■ 노회찬 대표가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 대표님 결정한 대로 하려고 한다.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주말에는 결정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 선거 때 유지했던 전략적 모호성의 덫에서 빨리 벗어나라. 지금 사드문제로 미국과 중국의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선거 때 있었던 전략적 모호성의 사고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이제는 모호성을 따질 때가 아니라 결단해야 될 때라는 생각이 들고, 그런만큼 우선 안보실에서 이걸 추진할 수 있는 적절한 인사, 선명한 비전, 합리적 대안, 이런 3가지를 조속히 준비해서 사드 문제를 비롯한 외교안보의 난제를 돌파하고 한반도 정세를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모호성 전략은 결국 우리 입지를 더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에 국제정세의 긴박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리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조금 더 모호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조금 더 한반도 정세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그런 지형으로 바뀌어야 된다.

□ 남북 간에도 6.15공동행사도 안 되고, 북측이 이산가족상봉에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거는 등 전체적으로 풀릴 소지가 안 보이고 있다. 문대통령의 6.15기념식 축사는 다른 기념사와 달리 특별한 감동이 안 느껴지고 내용도 부족하지 않았나?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 6.15기념사에서 대화 이야기는 했다. 그것도 보수언론이 못 마땅해 하는 거다. 뭐 ‘비핵.개방.3000’ 같은 식의 비전 제시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런 것 보다는 “북한의 안보문제를 해결해 줄 용의가 있다. 그걸 위해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현재 상황은 너무 상황이 안 좋아서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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