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구속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지난 21일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범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법원은 이날 새벽 3시 넘어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국정농단 사건의 사실상 몸통임을 지목한 것이며, 또한 그가 받는 범죄 혐의가 대부분 사실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부터 촉발된 촛불집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에 이어 헌재 탄핵인용을 거쳐 마침내 구속에 이르는 대장정을 주도하면서 여전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두고 촛불의 승리이자 국민의 승리라고 말하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나아가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상식과 법치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그리고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특권과 불법이 판을 치고 주인 행세를 해 왔고 또 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일어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구속이 그러한 반칙 행위에 대해 일정 제동을 걸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 자신입니다. 그는 게이트가 발생하고 구속되는 모든 과정에 걸쳐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해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잘못이 없다’며 강변해 왔습니다. 시쳇말로 그의 죄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건만 당사자만 모른다고 하니 아연할 따름입니다. 그의 범죄 행위가 차고도 넘치건만 부정만 해 왔으니 참담할 따름입니다. 이 정도의 인식력밖에 안 되는 인물이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에 있었으니, 촛불시위에서 주요하게 나왔던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이 적확할 따름입니다. 오죽하면 그의 결백 주장에 헌재가 “헌법수호의지가 없다”고 지적했으며, 검찰도 구속영장청구서에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표현했겠습니까. 뻔한 것도 인정하지 않고 개전의 정도 안 보이니 한마디로 ‘날 잡아 줍쇼’라는 말밖에는 안 되니, 구속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그에게 국정운용 등등을 따지는 건 무리이며, 다만 한 인간이 감방에서 교정을 거쳐 갱생의 길로 들어서길 바랄 뿐입니다.

핵심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한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됐슴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정치를 하게 된 동기가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고 했으며, 실제로 대통령이 되자 박정희 시대를 연상하는 사업들을 많이 추진했으며, 급기야 사실상 박정희 복원을 위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추진사업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박정희 18년의 장기집권이 끝난 듯하다가 한 세대를 지나 박근혜에서 다시 이어졌으니 한국사회는 줄곧 유신시대의 그늘에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유신시대의 망령이 사라지고 구시대가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그 계기가 된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마침 촛불은 그 모든 것을 통틀어 ‘적폐청산’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적폐청산이란 이번 ‘박근혜 구속’처럼 죄지은 자를 마땅히 벌 받게 하는 것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