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문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조기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남북관계는 예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투 트랙’ 접근과 보다 대담한 정책구상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가 있다.

통일문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수순이 참 어려운데, 두 가지 트랙을 다 함께 써봤으면 좋겠다”면서 민간교류협력과 특사 파견을 나란히 거론했다.

홍익표 의원은 먼저 “민간교류협력, 특히 거부감이 제일 적은 종교계의 힘을 빌어서 인도적 지원이나 사회문화 교류를 풀어가는 방법이 현실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시하고 이어 “북핵 문제의 시급성, 동북아를 둘러싼 안보환경의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위험성을 감안하면 특사를 활용한 높은 수준의 대화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전쟁 때도 적과 대화하는데 최고지도자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 자체를 불순하게 해석하거나, 하지 말라고 할 이유가 없”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북한에 특사를 보내서 비공식 접촉이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그는 특히 “단순히 한반도 비핵화 정도를 넘어서서 ‘피스 존’(peace zone, 평화구역)을 통해 남북한의 비핵화와 군비감축 더 나아가 동북아지역의 무력감축까지 포함하는 높은 수준의 아젠다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인근 동북아 피스존’ 구상에 대해 △1단계로 한반도 역내와 인근 동북아지역에 핵수단이 될 수 있는 전략물자의 배치와 반입을 금지하고, △2단계로 일정 규모 이상의 군사력은 통제하고 상호통보하는 군비통제를 이루고, △3단계는 경비정 수준 이외의 군사력은 아예 기동하지 못하는 완전 피스존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단계 피스존 내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중국도 한반도 인근 일정지역에는 핵무력 전개를 거두어 들이고,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미당국이 배치를 서두르고 있는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현재 핵심인물로 김관진 안보실장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일부 특정세력, 특정인에 의해서 이것이 매우 빠르게 독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짚었다.

또한 “사드배치 초기에 사드가 실제로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건지, 북핵에 대한 효율적 제어 수단인지, 이런 문제를 좀더 정면으로 다뤘어야 한다”고 초기대응 실패를 자인하면서도 “사드배치 문제는 어떤 형태든지 간에 다음 정부에서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사드 배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일부 민주당 대선후보들과는 다른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사드 배치 백지화보다는 여러 기술적 한계나 국내 절차에 따라 사드 배치를 사실상 지연시키거나 연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며 “시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

그는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해 “진짜 레이더 설비가 들어오거나 미사일 배치가 이루어지는 시점이 된다면, 우리가 생각한 것을 뛰어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복이나 사실상 경제수단을 뛰어넘는 다른 수단, 즉 군사외교적 수단까지 다 동원하는 전방위적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홍익표 의원은 “내가 통일부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보면, (통일부)장관은 관료 출신보다는 정치인 출신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료 출신이라도 계속 관료로 있다 바로 장관 가는 게 아니라 최소한 5년 이상은 다른 영역에서 경험을 한 이후에 장관으로 오는 건 괜찮다”고 덧붙이고, “통일부가 그대로 존속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남북관계나 대북업무 자체가 지나치게 국제화돼 있”는 상황에서 협소한 통일부의 입지를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교부와 통일부의 통합’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다음은 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홍익표의원실에서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현재 핵심인물로 김관진 안보실장을 주목하고 있다”

▲ 홍익표 의원은 필리버스터와 촛불집회 등에 빠짐없이 발언자로 나섰다. [사진제공 - 홍익표의원실]

□ 통일뉴스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개인적 소감을 듣고 싶다.

■ 홍익표 의원 : 우선 대통령 탄핵이란 게 국가‧사회적으로 매우 손실이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5개월여 정도를 끌어서 결국 헌법재판소의 인용에 의해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됐는데, 늦었지만 국민의 뜻을 따랐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결정이다.

헌법재판관 8:0 만장일치로 가결된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헌법위반, 법률위반 행위가 매우 중대하고 국가적으로 많은 해를 끼쳤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정당과 제 세력들이 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과거의 구태나 구악, 구습을 철폐하는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인간적인 아픔이랄까, 약간 여지가 있었는데 일요일 밤에 삼성동 사저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말의 여지조차 없어지는 것도 있다. 대통령의 표정이나 사실상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고 몇 안 되는 자기 지지자를 격동시켜서 우리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더 끌고 가고자 하는 것을 보니 소름이 끼쳤다.

아직 우리가 박정희 유신독재의 끝을, 기득권 구악세력의 적폐를 해소하는 것에는 이른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시작이다.

작년에 우스개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2016년 19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2월말 3월초에 했고 12월말에는 20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의결했다. 국회의원 4선, 5선하면서 한 개를 할까말까 한 걸 우리는 일년만에 다 해치웠다.

그 자체가 대한민국이, 우리사회가 매우 비정상적이었던, 그리고 여러 가지 모순구조가 극에 달했던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 탄핵의 한고비는 넘긴 것 같은데, 대통령 탄핵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사드를 비롯해 통일외교안보 현안들을 오히려 더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통제가 제도적으로 미비하고 지나치게 행정부의 독주가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제도의 미비라고 생각한다. 황교안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어떤 누구라 하더라도 이런 일방적 독주 가능성은 매우 높았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

도리어 권력공백기나 정권교체기의 허술한 틈을 타서 지금 일부 안보 매파세력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훨씬 더 빠르게 관철시켜 가고 있는 것 같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 많은 우려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밀어붙이고 있고, 실제로 여기에는 정부 내의 매파뿐만 아니라 일부 보수언론, 일부 정치세력들이 교묘하게 여론조작과 한미동맹이라는 방패막이를, 일종의 우산막을 씌운 거다. 우려를 금할 수 없다.

□ 일부 매파라고 표현했는데,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적할 수 있나?

■ 현재로서는 가장 주도하고 있는 것이 김관진 안보실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보면 윤병세 장관의 백화점 해프닝이라든지, 한민구 장관의 대정부 질문에서의 발언은 거짓말 했거나 잘 모르는 상황들이 있었던 것 같다.

정상적인 외교안보라인 소통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부 특정세력, 특정인에 의해서 이것이 매우 빠르게 독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현재 핵심인물로 김관진 안보실장을 주목하고 있는 거다 .

사드 배치, “다음 정부에서 수정할 수밖에 없다”

▲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홍익표 의원. [사진제공 - 홍익표의원실]

□ 이제 대선이 코앞이고,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을 얻고 유력주자도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번 대통령선거 과정을 돌이켜 보면, NLL(서해북방한계선) 문제라든가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문제 등에서 문재인 후보가 상당히 수세적 태도로 일관해 오히려 표를 깎아먹었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려 하나?

■ 물론 4년전 지난 번하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상황에서 기울어진 언론환경에 미쳐 적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고, 후보 자체도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던 면도 있었던 것 같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는 그해 총선 이후에 영입했기 때문에 급조된 후보였다. 충분하게 현안에 대한 숙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비교적 당도 안정돼 있고 후보들도 정도차는 있겠지만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준비나 이해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2012년 같은 일이 반복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프레임 전쟁인데 여전히 그런 프레임이 작동되고 있는 것 같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이다.

결국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 우리의 국익에 어느 것이 부합되는가에 대해서 당당하게 토론을 이뤄내지 못하고 대충 보수언론의 지적이나 일부 보수세력의 문제제기에 적당히 섞여가려고 하는 안일한 태도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사드 문제 경우도 공론화가 부담스럽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해서 문제를 넘어가는 것 보다는 도리어 정면으로 문제를 받아치는 게 낫다. 다음 정권을 집권할 지도자와 세력이라면 이런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 분명하게 자기 입장을 제시하고 일관성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 그러나 실제로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경우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이재명 후보를 제외하고는 똑부러진 입장보다는 촛불민심에 비해 미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나는 초기 대응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후보자들 보다 당이 초기대응을 잘못했다. 사드배치 초기에 사드가 실제로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건지, 북핵에 대한 효율적 제어 수단인지, 이런 문제를 좀더 정면으로 다뤘어야 한다.

그걸 모호하게 하다보니까 지금은 일반 국민들에게 사드가 북핵 방어에 효과적 수단이라는 인식이 퍼져있고 심지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않아?”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 지금 찬반여론이 55:35 정도 나온다.

그런데 일관성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 와서 갑자기 입장을 바꿀 수는 없다. 이재명 후보 정도가 좀 일관되게 사드배치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밝힌 거고, 안희정 후보 경우는 사실상 수용 입장을 밝힌 거나 마찬가지고, 문재인 후보는 열어놓고 가자는 거다.

현재로서는 후보들이 입장을 바꾸기 보다 기존 입장을 그냥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나는 사드배치 문제는 어떤 형태든지 간에 다음 정부에서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고 본다.

□ 아직 시간이 있고 수정할 수 밖에 없다면, 수정 방향은?

■ 결국 외교는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것 아니겠나. 한미관계도 우리에게는 중요하고 한중관계도 중요하다는 걸 감안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 백지화보다는 여러 기술적 한계나 국내 절차에 따라 사드 배치를 사실상 지연시키거나 연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일 거다.

그렇게 해놓은 상태에서 한중간, 한미간, 남북간에 여러 가지 대화채널을 통해서 사드배치의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떤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는 것 보다는 시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게 현실적 선택이라고 본다.

중국, “60년대 쿠바사태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쏟아지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준비된 생각들을 내놓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지금 대선후보별로 선거캠프가 구성돼 있고 당내에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가 있는데, 당과 대선후보 캠프와의 의사소통은 원활한가?

■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의 공식기구인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대표로 이해찬 의장이 있고,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주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고위관료를 했던 분들이나 당시 정책자문을 많이 했던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분들이 각각의 캠프에 일정하게 연계돼 있거나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 자체가 소통이라 생각한다. 특정 캠프 분들만 모신 건 아니다. 문재인 캠프와 연계된 분들이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안희정 캠프와 이재명 캠프와 관련된 분들도 있다.

□ 지난 7일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2차회의 의제는 무엇이었나?

■ 사드 배치 문제였다. 말장난 같은데 국방부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면 ‘배치’가 아니라 ‘전개’라고 하는데, 사드 전개가 매우 비밀리에 그리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직후에 긴급회의를 했던 거다.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만드는데 사드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 논의가 있었다. 워낙 민감한 내용이라 다 말할 수 없지만 한미동맹만 고집할 수 없고 중국과의 관계만 생각해서 백지화 하는 것도 외교적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들에 대한 의견 접근이 있었다.

□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고,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는 이미 예견돼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정부가 이제 와서 마치 새로운 것인 양, 몰랐던 것인 양 하는데 만약, 진짜 그게 정부의 솔직한 입장이라면 무능한 정부다.

그리고 중국의 보복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면 정부가 매우 무책임한 거다. 국민의 안위나 삶에 대해서 사실상 안보를 빌미로 해서 내팽개친 거나 다름없다.

중국의 보복조치는 단계적으로 상당히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작년 7월과 10월 중국에 가서 고위관계자도 만났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조치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고 중국의 안보에 매우 직접적인 위협이 될 거라고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 60년대 쿠바사태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진실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냐가 매우 중요한 거다. 자국은 방어용, 자국의 생존을 위한 거라 하더라도 그게 상대방의 안보나 안전에 위협을 끼친다면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게 국제적 현실이다.

왜 북한의 핵을 우리가 비판하겠나. 북한 역시 방어용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북한이 핵을 갖는 것 자체가 다른 주변국가들에게는 위협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나. 마찬가지로 사드도 그렇다.

중국의 대응조치는 지금은 초보적 수단이다. 관광객 수를 제한한다든지 단순히 통관절차를 지키는 정도다. 실질적으로 경제보복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다.

사드배치가 더 본격화 되면, 진짜 레이더 설비가 들어오거나 미사일 배치가 이루어지는 시점이 된다면, 우리가 생각한 것을 뛰어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복이나 사실상 경제수단을 뛰어넘는 다른 수단, 즉 군사외교적 수단까지 다 동원하는 전방위적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 본다.

□ 중국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맞는 말이지만, 한반도의 입장에서 보자면 중국의 대국굴기가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일 수도 있다. ‘안티 중국’ 내지는 ‘신 내셔날리즘’이 일지 않겠나?

■ 중국의 조치가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과한 거고 잘못된 거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새삼스럽게 중국이 ‘강대국답지 못하게 쫀쫀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저런 모습이야말로 강대국 같은 모습이다.

국제정치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이 거부권을 갖고 자국의 이익과 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얼마나 꼼꼼하고 치사할 정도의 행동을 보였는지는 다 안다. 중국의 행동이 새삼스럽지 않다.

러시아 같은 경우 최근에 자기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점령해버렸고, 미국이 관타나모에서 9.11테러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인권을 말살하는 무자비한 고문을 자행했던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나. 국제규범을 강대국이 무시해온 것은 일도 아니었다.

현실에 기초해서 외교전략을 짜야한다. 대결과 전쟁, 또는 군비증강 이러한 쪽으로 갈수록 우리의 입지는 좁아지는 거다. 우리가 입지가 넓어질 때는 평화와 협력, 군사안보 대신 경제 또는 사회문화교류 이런 쪽으로 갔을 때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의 외교전략이 돼야 하는데, 우리가 잘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우리의 발목을 잡는 외교를 했다는 것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외교의 무능이다.

실제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우리가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서면 설 수록 우리 입장은 굉장히 곤란해진다.

나는 거기에는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문제점을 그때그때 지적했어야 하는데,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이 어떤 짓을 했나. 박근혜 대통령 외교할 때 이미 문제있다고 몇 년 전부터 지적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옷 잘 입는다는 이야기 밖에 더했나.

대통령의 외교 실책을 지적하기 보다 국민들의 눈을 흐리는데 우리 언론이 앞장섰던 거다. 이제 와서 마치 언론은 아무 책임이 없고 오직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매우 책임 없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이 망가진 데는 언론도 크게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종편, “술좌석에서 할 수 있는 잡담 수준의 이야기들”

▲ 한달에 한번씩은 꾸준히 수요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홍익표 의원. [사진제공 - 홍익표의원실]

□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열도(조어도) 분쟁 사례를 들어 큰 문제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있다.

■ 지금도 일부 언론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와 과거 센가쿠열도 때를 비교하면서 일본이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를 극복하면서 경제협력을 다변화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도 동남아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맞는 이야기인데, 한국과 일본의 여러 가지 다른 사실관계를 무시한 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고 비전문가적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일종의 사실왜곡과 호도다.

왜냐하면 첫 번째, 한국과 일본은 경제구조가 다르다. 일본의 대외무역의존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30% 수준이었다. 지금 우리 경우는 90%가 넘는다. 우리는 외부의 대외경제환경 변화에 따라서 경제 전체가 휘청대는 거다. 내수시장이 절대로 작은 거다.

두 번째,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당시 일본은 20%가 채 안됐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대중의존도가 25%가 넘는다. 실제로 홍콩 등 중화권 전체로 보면 30%가 넘을 거다. 그리고 대미 수출이나 다른 지역 수출도 중국과 연계된 게 굉장히 많이 있다.

세 번째, 무역구조를 보면 우리는 중국에게 최대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나라다. 반면에 일본은 중국에게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나라다. 다른 거다.

또 당시 일본은 관광산업이 이렇게 중국에 의존해 있지 않았다. 지금 관광산업은 국내 내수나 자영업자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지금 일부 언론에는 17조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올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일본이 센카쿠 열도문제가 터져 해외시장으로 다변화할 때는 글로벌 호황기일 때다. 지금은 글로벌 불황기다. 글로벌 호황기 때는 다른 시장으로 대체하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글로벌 불황기에는 모든 국가가 자기의 기존 시장을 지키는데 주력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시장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가지 국내외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2000년대 초중반에 일본이 센카쿠열도 문제 터졌을 때 한 것처럼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매우 무책임한 이야기다. 대개 경제 문제는 수준도 안 되는 종편의 정치평론가나 안보전문가가 나와서 그런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는 걸 보고 놀랄 때가 많다.

□ 언론환경과 전문가 문제를 지적했는데, 왜 이런 수준에 처해있나?

■ 종편의 가장 큰 해악이 대화 수준이다. 정치프로그램 시사토크 내용이 과거 술좌석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그런 것 아니겠어”라고 했던 이야기들을 방송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거다. 그러다 보니까 전문성을 검증하기 보다는 그냥 술좌석에서 할 수 있는 잡담 수준의 이야기들을 논의하고 있는 거다.

급격히 시장을 넓히다 보니까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막 패널로 초청한 거다. 직업이나 학력 갖고 사람을 평가하고 싶지 않지만 과거 공중파에 토론 나갈 때는 꽤 자격요건이 엄격했다. 그런데 지금은 직업이 정치평론가다. 종편 나오면서 전문가로 자리잡은 거다.

프로야구로 얘기하면 10개 구단이 되면서 프로야구 수준이 떨어졌다고 이야기 하지 않나. 2군에서 있어야 될 선수들이 1군에서 플레이한다는 지적처럼, 종편 프로그램이 갑자기 많이 생기면서 우리 사회 전문가나 사회적 언론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이 넓어지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마구 들어간 거다.

□ 사드 문제 못지않게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도 문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이미 당론으로 정해졌다. 우리는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화해치유재단부터 해체하고, 10억엔은 어떻게든 (일본에) 반환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일본하고 그걸 바탕으로 다시 협상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고 본다.

□ 무엇이 문제점인가?

■ 불가역적이라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다 끝났다고 선언한 것은 위임받은 이상의 합의를 한 거다. 그리고 역사적 검증이 안 된 거다. 90년대 중반에 이미 아시아여성평화기금으로 했던 거다.

(‘위안부’)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고 당시 일본정부, 일본군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속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합의도 이루어질 수 없는 거다. 화해와 용서는 일본이 먼저 자신들의 국가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진행돼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된 상태에서 뭘 용서하고 어떻게 화합이 이루어지겠나.

□ 수요집회에 자주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유와 배경은?

■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친일 세력, 냉전‧반공이데올로기 세력 유신및 군부독재 세력이라고 본다. 이들은 삼위일체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문제이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가 제일 먼저 가슴에 와 닿는다.

사실 참여정부와 국민의정부도 책임이 있다. 그때도 진전을 못했기 때문에. 그런 책임의식도 있고,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참석했지만 국회의원 되고 나서 민족문제이면서도 전시 여성인권문제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좀더 책임의식을 갖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최소한 꾸준하게 수요집회에 참가하고 관련된 상임위에서 일했다. 19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통위에서 하반기에는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 소위원회 위원장까지 하면서 이 문제를 계속 관심 갖고 해왔다. 올해 첫 번째 수요집회에도 나갔고 가장 최근에는 3.1절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트럼프 정부, 단기적으로는 매우 공격적으로 갈 가능성 있다”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인 홍익표 의원은 이해찬 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는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부의장도 겸하고 있다. [사진제공 - 홍익표의원실]

□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과 대북 정책을 예측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어떻게 전망하고 대응해야 하나?

■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뭔지 아직 그림이 안 잡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 사안 때문에 탄핵 이야기가 나오고, 인선도 지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 뚜렷하게 한반도 문제까지 어떤 정책을 할 거라는 걸 분명히 밝힌 적도 없다.

다만 참고로 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외교협회(CFR) 보고서나 전문가 그룹들의 의견,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뉴욕외교협회 발언을 보면, 오바마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전략적 인내’가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 했고 북한이 핵을 고도화 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준 것 아니냐. 그래서 ‘관여도 더 날카롭게 제재도 더 날카롭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거다. 실제로 북한과 직접적 대화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두 번째는 김정은 체제가 국제사회의 분석과 달리 빠르게 안정되고 공고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조기 붕괴에 대한 기대나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현실적로 김정은 정권, 김정은을 대화 파트너로 간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그런데 이미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됐고, 심지어 군사적 충돌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한반도에서 트럼프 신 행정부가 등장했는데 위험성은 없다고 보나?

■ 사실 그런 우려는 있다. 미국정부의 대북, 한반도정책을 보면 집권 1기 때는 밀어붙이는 압박이 매우 공격적이다. 그러다가 2기째 돼 가지고 뭔가 대화국면으로 가다가 시간이 없어서 쫓기듯이 마무리 못 짓는 게 반복된 행태였다. 클린턴 정부, 부시 정부가 그랬다.

오바마 정부는 사실 일관되게 ‘전략적 인내’를 해서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최근 선제타격론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검토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일부 고위당국자들 발언을 보면 선제타격론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매우 낮은 걸로 이야기한다. 어쨌든 트럼프 정부가 단기적으로는 매우 공격적으로 갈 가능성 있다고 본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워낙 국내정치적으로 트럼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집권 초기 대통령 치곤 거의 2기 대통령처럼 느껴진다. 시작하자마자 레임덕이 보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도리어 그런 측면에서 한반도 정책이나 외교정책에 대해서 트럼프가 어떤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 보다 기존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미국 국내정치 상황을 몇 개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 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예정이다. 아무래도 현 야권이 집권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일각에서 예측하기는 그렇더라도 남북관계가 단순하게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보유국이 됐고,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강화된 조건에서 새로운 정부가 어떻게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 상황이 매우 나빠졌다. 내가 보기에는 도리어 지금 상황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보다는 국민의 정부 시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노태우 정부 시절 대북정책을 참고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이 80년대 초반 정도로 남북관계 수준을 돌려놓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새로운 변수는 북한이 핵실험을 다섯 차례 했고, 새로운 핵실험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북한 핵이 일정수준 고도화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이런 새로운 변수들이 개입돼 있기 때문에 과거의 남북관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 거냐 하는 거다. 하나는 우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과 인적교류는 다른 문제를 푸는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생각한다. 쉬운 문제, 현실적인 문제로부터 보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나는 경제협력과 인적‧사회문화적 교류는 여전히 의미를 갖고 있다 생각한다.

두 번째 우리가 해야 될 문제는, 남북관계의 국제화가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북한이 이야기하는 ‘우리 민족끼리’라든지 또는 남북관계만을 독립된 변수로 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국제관계, 최소한 동북아 지역의 외교문제하고 연관돼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 문제는 분명히 바뀐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중장기적 과제다. 핵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른 모든 대화를 중단할 거냐. 핵을 가진 북한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현실적인 목표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장기적 목표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한반도 비핵화 전에는 대화할 수 없다든지, 비핵화 문제는 연계되지 않고 무조건 남북교류협력만 하겠다는 것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본다. 동전의 앞뒤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간의 교류협력 문제가 서로 맞물려 있는 거다. 그 조율과 연계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할 거냐가 다음 정부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비핵지대화 뛰어넘는 ‘동북아 피스존’

▲ 해를 넘기며 진행된 촛불집회에 참석한 홍익표 의원. [사진제공 - 홍익표의원실]

□ 상식적으로 수긍할 만한 관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포함한 남북 문제,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비전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 그렇다. 나는 좀더 높은 수준의 정책적 목표를 제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한반도 비핵화 정도를 넘어서서 ‘피스 존’(peace zone, 평화구역)을 통해 남북한의 비핵화와 군비감축 더 나아가 동북아지역의 무력감축까지 포함하는 높은 수준의 아젠다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다.

현실을 추종하는 외교보다는 좀더 높은 수준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요즘 키신저 박사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과거 나폴레옹 전쟁 이후 ‘메테르니히 체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책이다. 과거 오스트리아가 그렇게 군사적 힘이 강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외교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가 결국 동북아지역에 다른 국가를 힘으로 압도하거나 아젠다를 끌고갈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좀더 협력적 아젠다, 다른 국가에게 우리가 미래의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아젠다를 제시하면서 끌고가야 하지 않을까.

좀더 높은 수준의 평화, 높은 수준의 협력, 높은 수준의 관계구축, 그 다음에 새로운 동북아지역에서의 협의체 구성 등을 주도해가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풀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북한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되고.

□ ‘피스존’ 구상에 대해 좀더 설명해 달라.

■ 지금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좀더 높은 수준의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모든 군사훈련 중단, 피스존 특정지역 내에서는 군사력 유입 자체를 금지하자는 이런 대담한 제안을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은 물론 일본, 중국 이런 주변국들이 끌려오게 된다.

한반도 인근 동북아 피스존 구상은 1단계는 한반도 역내와 인근 동북아지역에 핵수단이 될 수 있는 전략물자는 배치와 반입을 금지한다. 일종의 비핵지대화다. 중국도 한반도 인근 일정지역에는 핵무력 전개를 거두어 들이고,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도 진행해야 한다.

2단계는 일정 규모 이상의 군사력은 다 들어오지 말자. 혹은 들어올 때는 서로 통보하는 군비통제 수준이다.

3단계는 완전 피스존으로 경비정 수준 이외의 군사력은 아예 기동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정도의 대담한 발상을 해서 북한만 대상이 아니라 일본도 무장하지 말고 중국은 무력감축을 하라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동북아지역의 그림을 만들지 않으면 북한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거꾸로 북한 문제를 풀려면 동북아지역의 평화구상이 전제돼야 한다.

□ 현실적으로 정권교체가 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어떤 수순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 남북관계 수순이 참 어려운데, 두 가지 트랙을 다 함께 써봤으면 좋겠다. 어차피 당국간 대화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기 때문에. 민간교류협력, 특히 거부감이 제일 적은 종교계의 힘을 빌어서 인도적 지원이나 사회문화 교류를 풀어가는 방법이 현실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시급성, 동북아를 둘러싼 안보환경의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위험성을 감안하면 특사를 활용한 높은 수준의 대화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과거의 틀에서 보면, 높은 수준의 대화를 하면 낮은 수준의 대화를 소홀히 하거나 또 낮은 수준의 대화를 하면 높은 수준의 대화를 방치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쓸 수 있는 가용한 수단을 다 써보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전에 문재인 후보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사람을 제일 먼저 보내겠다” 얘기했는데 “한미동맹보다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느냐”. 그건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본다. 대통령은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 곳에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하지 않겠나.

물론 제일 먼저라는 표현을 쓸 필요까지는 굳이 없다. 그럼 중국이나 미국을 소홀히 하느냐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선후 개념이 아니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북한에 특사를 보내서 비공식 접촉이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전쟁 때도 적과 대화하는데 최고지도자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 자체를 불순하게 해석하거나, 하지 말라고 할 이유가 없는 거다.

□ 새로 선출된 대통령, 특히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북정책이나 대외정책에서 ‘ㅇㅇㅇ 대통령 독트린’이라고 내세울만한 확고하고 명쾌한 정책이 없나?

■ 아직까지 독트린이라고 얘기할 만한 수준의 준비가 안 됐다. 이건 후보가 대통령되고 나서 한 1년 내에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좀 아쉬운 건 인수위 기간이 있다면 좀더 준비할 시간이 있을 텐데.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서 그 후보의 철학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우리가 특정인을 전제해서 이야기하기는 그렇다.

남북관계 개선, 민간교류협력과 특사파견 ‘투 트랙’

▲ 통일분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홍익표 의원은 특정 대선후보 캠프에 들어가지 않고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정책공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부장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힘있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향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내가 통일부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보면, 장관은 관료 출신보다는 정치인 출신이 좋다고 생각한다. 관료 출신이라도 계속 관료로 있다 바로 장관 가는 게 아니라 최소한 5년 이상은 다른 영역에서 경험을 한 이후에 장관으로 오는 건 괜찮다.

관료로 있다가 바로 장관이 되거나 사실상 제2의 관료인 공공기관 이런 데서 약간의 전관예우 받다가 바로 들어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장관은 결국 여의도 국회하고 소통하고 사회 유관단체와 소통해야 하지 않나.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 출신이 그런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관료라고 한다면 최소한 다른 사회적 경험을 갖고 다시 돌아오는 게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감하기는 한데, 통일부가 그대로 존속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다. 남북관계나 대북업무 자체가 지나치게 국제화돼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와 통일부가 엇박자를 내기 시작한다면 아무 것도 안 될 것 같다. 정책조율을 잘하거나 그런 시스템을 갖춰 주든가, 아니면 뭔가 다른 통합적 구상을 갖든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재선의원인데 대선캠프에서의 역할이나 이후 통일외교안보 분야 공직 등을 구상하고 있나?

■ 지금은 특정 캠프 보다는 당의 정책위 수석부의장 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당의 대선관련 정책공약을 만들어가고 있다. 조만간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특정후보의 구상과 당의 구상을 조합하는데 좀더 생산적인 역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외교안보자문위원회 부위원장직도 맡고 있어 여러 경로를 통해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내가 외통위를 떠났지만 여당이 되면 외통위로 갈 여지도 있다.

필요하면 새로운 정부의 대북정책에 기여할 역할은 여러 방식으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뭘 하겠다, 어떻게 하겠다기 보다는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 그 다음에 정권교체를 먼저 하는 것, 이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 누나 김설송이 실세라는 설이 보도되고 있다. 김설송의 남편이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김설송 부부 실세설을 처음으로 공개한 주인공인데, 어떻게 보나?

■ 김설송과 남편에 대해 여러 차례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다만, 북한 체제 특성은 소위 수령체제다. 주체사상이 가지고 있는 유일적 지도체계, 유일사상체계이기 때문에 누가 실세다 아니다 논의가 무의미할 것 같다. 도리어 그런 말이 나오면 그 사람 신변을 매우 위협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유일적 지도체계나 수령시스템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평양주재 대사들 만나 들은 바로는 북한 사회는 비교적 안정돼 있고 김정은 체계가 빠르게 공고화되고 있다.

나는 김설송과 그 남편이 뭔가 중요한 직책을 맡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충분히 그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주어진 범위 내에서일 것이다. 지나치게 ‘전체 시스템을 좌지우지 한다’ 이렇게까지 너무 과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피살 사건과 김한솔 동영상 인터뷰 등에 대해 어떤 정보나 판단을 갖고 있나?

■ 말레이 사건은 대단히 이상한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다 이상하다. 나는 이해를 못 하겠다.

□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문재인 캠프에서 외교안보정책이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다. 관료주의 사고가 강하고 생각보다 진보적이지 않을 수 있다. 현상을 따라가려고 하지 현상을 리드할 생각이 부족해 보인다.

한반도 피스존과 같은 주도적 구상을 능동적으로 제시하고 일본, 중국, 이런 주변 국제사회가 끌려들어오게 만들어야 한다. 북한만 대상이 아니라 일본도 무장하지 말고 중국은 무력감축 하라는 얘기다. 북한문제를 풀려면 동북아지역의 평화구상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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