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마감하는 2016년

묵은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 하늘 아래 새것이 없다지만 2017년을 맞는 한국사회는 그렇지 않다. 묵은 것을 청소해야 할 문제가 분명히 드러났으며, 이울러 새것을 준비해야 할 과제 역시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모두 촛불 덕분이다.

2016년이 촛불과 함께 마감됐다. 지난해 마지막 날.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는 수많은 촛불이 모였다. 최근 한국사회의 상징은 촛불시위로 대표된다. 연말연시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10회에 걸친 촛불시위에 연인원 100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국민이 놀라고 세계가 놀라고 있다.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가 광장에서, 거리에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촛불이 2016년에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켰고 2017년 국민과 민족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놀라운 국민의 힘이다. 국민이 민주주의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한국역사에서 언제 이런 적이 있었는가. 2016년의 촛불시위는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중항쟁에 버금가며, 횟수를 거듭할수록 그 국민적 참여와 열기가 심상치 않다. 촛불시위는 2017년에도 계속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악화된 한반도 지형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에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상황도 적지 않게 변했다. 한반도 주변국들은 공통적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대외적으로는 패권주의에 입각한 ‘힘의 외교’를 펼쳐 왔다. 그 결과 지금 한반도 주변 4대국 리더십은 지난해 당선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를 비롯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아베 총리,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등 강성 이미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에는 남북관계만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적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북한은 36년 만에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명실공히 ‘김정은 시대’를 출범시켰다. 북한은 당대회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항구적 유지를 천명했으며, 특히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했다. 김정은은 당대회를 통해 ‘노동당 위원장’으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무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김정은 시대’ 출범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지금 북한에는 집권 5년 차를 맞는 젊은 리더십 김정은 위원장이 버티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퇴임하는 마지막 해까지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사실상 북.미관계의 변화를 포기했다. 게다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자의 불확실한 대북정책으로 한반도 정세와 북.미관계의 불안정성이 대폭 증가했다. 여기에다 사드 배치로 중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일본이 각각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향후 남과 북의 입지를 더욱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 큼직한 사건들은 한반도 정세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순기능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 그러기에 지난해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그 어떤 의미 있는 대화나 교류가 하나도 없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한반도 지형이 악화된 형태로 변화됐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된 한반도 지형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촛불이 제기한 두 가지 과제와 그 해법

2017년이 촛불과 함께 밝았다. 지난해 촛불은 한 시대의 모순점을 폭발시켰다. 그 촉발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였고 그 결과는 박근혜 탄핵이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촛불은 1년간의 문제가 아니라 10년간의 문제를 비췄다. 광장의 촛불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켜켜이 쌓인 적폐를 지적했다. 촛불은 크게 민주주의 문제와 민족 문제, 두 가지 과제를 제기했다.

촛불은 대통령의 자질, 수구 정치인 퇴출, 검찰 개혁, 국정원 축소 및 개혁, 정경유착 등 전반적인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이러한 민주주의 문제의 근본은 한국사회의 분단 현실과 떼서는 생각할 수 없다. 즉 민족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만이 아니라 국방, 외교 분야에까지 퍼져 있다. 나아가 국가기밀인 ‘남북 간 비공개 군사접촉’문건과 ‘통일대박’,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관계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안보 사안을 유출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또 통일대박으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거나 개성공단 폐쇄로 현실적 피해를 입혔다면 이는 민주주의 문제와 민족 문제가 결합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기 촛불이 제기한 민주주의 문제와 민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혁명적 방법이다. 고전적 의미에서 혁명에는 통상 폭력이 수반된다고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로 비유된다. 모두 유혈혁명의 엄중함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경구다. 그런데 지금 촛불광장에서는 평화적 시위로 무혈혁명과 명예혁명이 진행되고 있으며, 민주주의도 피를 흘리지 않고 쟁취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촛불이 제기한 과제들이 촛불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광장 그 자체에서 평화적·혁명적 방법에 의해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촛불이 제기한 민주주의 문제와 민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새로운 권력, 새로운 리더십을 맞는 것이다. 이는 광장에서 진행 중인 혁명적 과업을 보다 공고화하고 완수하기 위한 현실에 맞는 유력한 방법이다. 마침 촛불이 새로운 정부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박근혜 탄핵으로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대선에서 어떤 리더십, 어떤 정부를 선택해야 하는가? 당연히 촛불이 제기한 과제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리더십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2007년, 민족화해의 단초를 마련하자

지난 10년간 보수 정부, 보다 정확하게는 민족대결 정부로 인해 한반도 평화는 멀어져 갔고 민족통일은 가물거리고 있다. 촛불이 제기해 준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새로운 정부는 지난 10년간의 적폐를 일소하고 민족화해의 단초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 정부가 전개해야 할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먼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10년간 비정상적으로 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이 새롭게 규명돼야 하고, 이에 따른 5.24 대북 제재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나아가 금강산 관광이 재개돼야 하고 개성공단도 재가동돼야 한다. 그리하여 당국간 교류와 민간 교류가 재개되어야 한다. 이러한 남북관계 복원은 단순한 회복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남북관계 형성을 위한 신뢰 구축과 분위기 조성이 될 것이다.

둘째, 10년간 외세와 이뤄진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한.일 간에 이뤄진 12.28 일본군‘위안부’ 합의는 무효화되어야 하고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폐기되어야 한다. 일본은 전자로 죄사함을 받았고 후자로 한반도 진출이 현실화됐다. 그리고 한.미가 결정한 사드 한국 배치는 철회되어야 한다. 사드 배치로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에서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 그 해결의 당사자는 남북 더하기 미국이었다. 그러나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의 개입과 한일정보보호협정으로 인한 일본의 개입으로 한반도 문제가 남북 더하기 미국에서 중국과 일본이 개입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로 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이 더 요원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일본의 한반도 문제 개입을 차단시키기 위해서는 사드 배치와 한일정보보호협정을 폐기해야 한다.

셋째, 위 두 가지 정상화를 통해 새로운 남북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미국은 분단과 전쟁 이후 70여년에 걸쳐 한반도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북한에 대해서는 적대관계로 남한에 대해서는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주종관계로 말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당선인의 불가측성으로 인해 한.미관계와 북.미관계가 시계 제로 상태로 되었다. 까딱하다가는 남과 북 우리 민족에 커다란 재앙이 올 수도 있다. 트럼프의 불가측성과 그로 인한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협력과 공조가 필연적이다. 남북 협력과 민족공조를 지렛대로 미국을 견인할 채비를 하자는 것이다.

남과 북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근거는 당연히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에 있다. 북한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게 이 두 개 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두 개 선언은 역사의 한켠에 내팽겨져 있었다. 이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 방법은 대선을 통해 남한에 민족화해 정부, 통일지향 정부가 들어서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2017년에는 촛불의 성과로 민족화해의 단초를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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