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기 직전 가진 청와대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무위원들에게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강한 충격을 받아 눈의 실핏줄이 터져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 피눈물인데, 실제로 피눈물이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눈물이란 보통 ‘몹시 슬프고 억울해서 흘리는 눈물’로 비유적으로 사용됩니다.

이에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2일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내고 “박 대통령은 아직도 피눈물이 무엇인지 모른다”며 “당장 퇴진하고 구속되어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를 원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퇴진행동은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품고 이를 악물며 진실규명에 나섰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의 시신을 부검하겠다고 경찰들이 덤빌 때 제발 아버지를 지켜 달라고 호소하며 유가족이 흘리던 눈물이 피눈물”이라고 일깨웠습니다.

사실 ‘피눈물’이란 단어는 쉽게 쓰일 말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 중에 하나는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일 겁니다. 그래서 그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이 피눈물로 묘사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예술적으로 승화된 피에타입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시신을 안고 비통해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 말입니다. 이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종 ‘피눈물 흘리는 피에타’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이 피눈물은 북한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마침 김정일 국방위원장 5주기(12.17)를 하루 앞둔 16일, <노동신문>은 “눈발 속에 피눈물을 뿌리며 어버이 장군님(김정일)과 영결한 지도 어느덧 다섯 해가 되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앞서, <노동신문>은 김일성 주석의 10주기(7.8)에 즈음한 2004년 7월 5일 정론 ‘피눈물의 맹세 영원히 잊지 말자’를 발표합니다. 여기서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후 10년의 시대어를 한 마디로 ‘피눈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잃은 상황이 ‘피눈물’을 흘릴 만큼 슬프고 어려운 시기였다는 뜻이겠지요. 다만 자식을 잃어서가 아니라 ‘어버이’를 잃어 피눈물을 흘렸다는 것이 ‘사회주의 대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기에 가능한 표현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무엇을 잃었기에 피눈물이 났을까요? 탄핵을 당해 대통령 직을 잃기 직전이라 그럴까요? 그건 원래부터 잘못된 자리였다는 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시위로 밝혀졌습니다. 설사 잠시 앉아있었다 하더라도 ‘비선 실세’ 최순실한테 넘겨주었든지 아니면 공동으로 앉았던 그런 자리였을 뿐입니다.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사실상 잃은 게 없으니 눈물이든 피눈물이든 나올 게 없습니다.

그런데 눈물이 나온다고 했으니 이는 피눈물이 아니라 필경 악어의 눈물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박 대통령의 피눈물 운운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것이 슬프고 억울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이는 차후 헌재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미리 띄우는 또 하나의 꼼수일 뿐입니다.

진정으로 피눈물을 흘릴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정부의 구조도 전혀 받지 못하고 생때같은 자식들을 한날한시에 잃은 세월호 가족들, 그 부모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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