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L858 사건 29주기를 맞은 29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신성국 신부가 위령탑 관련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객을 태운 채 미얀마 상공에서 사라진 KAL858기 사건 30주기가 되는 내년에는 새로운 추모탑이 세워지고, 국회 대토론회와 다큐멘터리 제작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KAL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성당에서 ‘KAL858기 사건 29주기 추모제’를 갖고 ‘2017년 KAL858기 실종 사건 30주년 계획’을 발표했다.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신성국 신부는 “30년이란 기나긴 세월동안 한결같이 진상규명을 향해 달려온 시간이었다”면서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는 어른이 되고자 KAL858 사건의 진실을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하고 “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각오로 다시 일어선다”고 선언했다.

가족회와 시민대책위는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서 ‘KAL858기 사건 30주년의 회고와 진상조사를 위한 다각적 방안’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하반기에 다큐멘터리를 제작 발표한다고 밝혔다.

▲ 2004년 6월 3일 가족회와 시민대책위는 '거짓과 은폐의 탑'이라며 위령탑의 '피폭' 글자를 지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신성국 신부는 특히 현재 서울 양재 시민의숲에 세워진 ‘대한항공기 미얀마상공 피폭 희생자 위령탑’을 아예 없앨 것인지, 새로운 내용으로 다시 세울 것인지를 추모제 참석자들에게 물어 다시 세우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양재 시민의숲을 리모델링한다며 위령탑에 대한 가족회와 시민대책위 측의 입장을 요구했다.

신 신부는 “우리가 원했던 위령탑이 아니다. 가족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해서 세운 게 아니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현대건설, 대우 등 여러 기업들에게 돈을 거둬서 그 위령탑을 만들었다”며 가족들의 의견을 물은 뒤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기원탑으로 그 자리에다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가족회와 시민대책위는 지난 2004년 6월 3일 서울 양재동 시민의숲에 세워져 있는 위령탑을 거부한다며 이를 부수는 상징의식을 가지려다 경찰과 충돌한 바 있다. 가족들은 준비한 망치를 들고 위령탑에 쓰여진 ‘피폭(被爆)’이라는 글자를 부수는 상징의식을 가지려했던 것. [관련기사 보기]

▲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인사말을 하다 울먹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옥숙 가족회 부회장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1980년대는 간첩 조작 사건이 난무하고, 국가권력에 의해 인권은 무참히 유린되고, 부정선거가 난무하던 시대로서 전두환 정권의 마지막 작품이 바로 KAL858기 사건이었다”며 “더 이상 우리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KAL858기 가족들은 끝까지 진상규명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는 박근혜의 파렴치한 국정농단 사건과 헌법 유린의 범죄행위를 규탄하며, 박근혜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하는 바”라며 “30년을 맞이하는 내년엔 반드시 진상규명을 마감하는 해가 되도록 염원하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족회는 “전두환은 진실을 고백하고 사죄하라”, “김현희는 떳떳하게 KAL85기 가족들 앞에 나와 양심을 자백하고, 국민 앞에 모든 진실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 박순희 신임 시민대책위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새로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은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장은 “박근혜가 저렇게 국정농단을 부리고 어마어마한 못된 짓을 한 뿌리는 칼기사건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내년 30주기까지 진상규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남편이 보안담당자였다며 ‘우리는 남북 대치 상태이기 때문에 폭발물 이런 것은 절대 들어갈 수 없다. 보안 관계는 너무, 세계적으로 잘 돼 있다’고 항상 강조했다며 “858은 조작된 게 확실하다”고 단언하고 참석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동안 이 사건의 법률자문을 맡아온 심재환 변호사는 “이 나라에서 벌어진 각종의 어둠의 세력들이 일으킨 추악하고 잔악한 사건 중에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아직도 진상은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짐작하고도 남을 사건”이라고 말하고 진상규명에 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 헌화하는 가족들과 참석자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윤원일 안중근평화신학연구원 부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모제는 김상규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됐으며, 가족들을 비롯한 참석자 전원의 헌화가 이어졌다.

또한 민가협 조순덕 상임의장 등 어머니들과 민가협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의장,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 등 관련 단체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가족, 대한송유관공사 여직원 성폭행 살인사건 가족 등 등이 참석했다.

한편, 그동안 가족회 회장을 맡아 KAL858기 실종사건 진상규명에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차옥정 전 회장은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처음으로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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