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민중총궐기’ 대회의 규모와 열기가 엄청납니다. 12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를 중심으로 해서 진행된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참가자가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 추산 26만 명)에 이릅니다. 서울시는 광화문역 등 주변 역 지하철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계산해 약 126만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는 추계를 발표했습니다. 지방에서만도 버스 대절 등으로 10만 명 이상이 상경했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의 구호는 오직 하나 ‘박근혜 퇴진’이었습니다. 무소불위 권력, 이제는 잘못된 권력에 대한 ‘명예혁명’이자 ‘무혈혁명’이 시작된 것입니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은 물론 세종로터리, 세종대로, 종로, 청계로, 을지로, 소공로, 남대문, 서대문 방향 등 도심 주요 도로는 물론 인근 지하철역까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태입니다. 알기 쉽게 표현해 집회운집 인원들이 남북으로는 서울역에서 경북궁역까지 동서로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종각까지, 그리고 그 사이사이 이면도로까지 꽉 들어찼다고 보면 됩니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입니다. 이 광경을 본 사람이라면 ‘평생 처음’이 될 것입니다.

이 엄청난 인파는 1987년 6.10항쟁 시기 이한열 열사 장례식을 상기시킵니다. 당시 열사의 장례식 때 100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2000년 들어 대중집회가 촛불시위로 변화 발전합니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효순·미선양 촛불집회,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집회 그리고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수십만 명이 운집했는데 이번 11.12 민중총궐기의 인파는 그때를 훨씬 능가합니다.

참가자도 다양합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에다 각계각층입니다.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이 기본을 이뤘지만 일반 시민들이 압도적이었습니다. 30-40대 직장인들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대학생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 교복을 입은 중고등 학생들, 친구·연인들 그리고 70~80대 노인들도 참가했습니다. 광장과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잘못된 선택을 뉘우치는 학습장에 모인 것입니다. 온 나라가 들썩인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총궐기 집회 이후 청와대 진입로인 경복궁역 로터리까지 행진했으며, 여기서 거대한 차벽과 조우했습니다. 차벽은 광화문 서쪽 경복궁역 사거리에서부터 안국역 방향 풍문여고까지 경찰버스로 빼곡히 주차해 만든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이를 광우병 집회 때 ‘명박산성’과 비유해 ‘순실산성’이라 조롱기로 불렀습니다. 순실산성을 둘러싼 시위대는 ‘박근혜 퇴진’을 소리쳐 불렀고, 필경 이 함성은 청와대까지 들렸을 것입니다. 촛불들이 청와대를 완전 포위한 것입니다.

국민들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입장은 명확합니다. 하야하라는 것이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바빠졌습니다. 그동안 정치권은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헌정유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대선 후보자들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대선 후보자들은 ‘2선 후퇴니, 거국중립내각이니’ 하며 자신에게 유리한가를 계산하는데, 그런 손익을 따지지 말고 이 거대한 흐름에선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게 맞습니다.

남는 건 박 대통령입니다. 박 대통령은 100만의 ‘퇴진’ 명령에 대해 세 번째 대국민담화를 발표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이제 박 대통령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게 됐으며, 설사 어쩌다 버텨 이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남은 기간은 인고의 세월이 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부친 박정희, 그리고 사적 관계인 최순실을 위한 정치를 해왔음이 드러났습니다. 부친이 부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을 시도했으며, ‘비선 실세’인 최 씨로부터 국정 지시를 받고 또 최 씨 일가에게 온갖 혜택과 부를 줬습니다. 권력을 사유화한 것입니다. 버티면 버틸수록 그나마 남아있을지 모를 부친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이고, 또 최 씨와 관계도 파탄날 것입니다. 이제 혼자 거두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나마 ‘자진 하야’는 명예로운 퇴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퇴진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 출발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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