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사회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적 분노와 함께 시대적 변화가 물밀 듯 닥쳐오고 있다. 그 발단은 한 여성의 국정농단에서 촉발됐다. 그런데 그 여성의 전횡은 대통령의 비호와 지원 속에 이뤄졌음이 의혹 차원을 넘어 사실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사회에서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만이 아니라 국방, 외교 분야에까지 퍼져 있다. 나아가 남북관계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생뚱한 ‘드레스덴 연설’과 ‘통일대박론’, 이해할 수 없는 한일 ‘위안부’ 합의, 갑작스런 개성공단의 일방적 폐쇄, 그리고 졸속 사드 배치 결정 등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책들이 나왔다.

심지어, 최순실이가 “2년 안에 통일이 된다”, “북한이 곧 망한다”고 말하며 다녔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도 그 영향을 받았는지 최근 언변에서 그러한 그림자가 짙게 배여 있다.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몇 가지 언명들이 그것이다.

지난 9월 9일 북측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박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말했다. 당시 인신공격성 발언이라 무시했지만, 지금 와보니 ‘내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도 나쁘게 보인다’는 거울효과가 들통 난 것이다. 거꾸로 박 대통령의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이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측 ‘인민’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탈북을 권유한 발언을 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탈북 종용’이라 할 만하다. 세상에 멀쩡한 나라의 국민에게 ‘탈북 엑소더스’를 종용하다니, 이것 역시 제정신이라 할 수 없다.

이에 도저한 곳에서 올라온 국민적 저항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 핵심은 ‘박근혜 퇴진’이다. 지난 11월 5일 ‘2차 범국민행동’에는 광화문에만 20만 명이 그리고 전국적으로 30여만 명이 참가했다. 6월항쟁 이후 최대 인파이다. 그리고 11월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는 100만 명의 참가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국민적 외면과 심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영험한 신기가 있는 최순실이 돌아와 새로운 주술을 걸어도 먹히지 않을 수준이다.

지금 ‘박근혜 퇴진’ 투쟁의 분위기는 4.19혁명, 5.18광주항쟁, 6월 민중항쟁, 2002년 ‘미군 장갑차 희생’ 효순·미선 사건, 그리고 2008년 광우병쇠고기 투쟁의 종합판이다. 그런데 열기는 그 모든 걸 능가한다. 이 정도의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라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로 나왔다. 역대 최저다. 앞으로 약간의 등락은 있겠지만 그 변화는 무의미하다. 5%라는 수치는 대통령이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국민불신, 회복불능’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국민불신, 회복불능’이란 비단 박 대통령에 한정되지 않는다. 수구‧우익세력의 본거지인 새누리당이 해체되고, 공공의 적이 된 검찰이 개혁을 넘어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된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까지 대북 압박정책을 펴 왔다. 앞으로 더 강한 대북 압박정책을 편다고 해서 국민이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북측이 박 대통령에게 대화를 제기할 가능성도 전무하다. 설사 박 대통령이 마음이 크게 변해 대북 대화를 제기한다 해도 북측이 응할 리 없다. 대북 압박을 해도 국민적 지지를 못 받는 대통령, 대북 대화를 하려해도 북측이 외면하는 대통령은 존재할 가치와 의미가 없다. 분단국가에서 민족문제를 풀 수 없다면 한마디로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은 박탈된다.

그렇다면 지금 ‘박근혜 퇴진’ 투쟁에는 민주주의 문제와 민족 문제가 들어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민주주의는 크게 훼손‧퇴행했고 남북관계는 마치 빙하기에 들어간 듯 꽁꽁 얼어붙었다. 이 기회에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세력과 통일지향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적 분노와 열망의 에너지를 민주주의와 통일을 향한 변화와 혁신의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박근혜 퇴진’은 그 전제일 뿐이다.

<통일뉴스>는 창간 16주년을 맞으며, 그간 민족화해의 소식뿐만 아니라 민족갈등의 소식도 전해왔다. 이제 한국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향한 민족화해의 소식을 다시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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