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렬 저, '전략공간의 국제정치'.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깊게 파고들어온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층적 해법으로 “3개의 화살론”을 제안했다. 최근 출간한 『전략공간의 국제정치-핵, 우주, 사이버 군비경쟁과 국가안보』(서강대학교출판부)를 통해서다. 

언뜻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금융.재정.성장)이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를 구성하는 3개의 축(억제.압박.외교)을 연상시키는 “3개의 화살론”은 중국 고전 『손자병법』 모공(謨攻)편에서 착안한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는 4가지 방법 중 “공성(攻城)”은 핵.미사일을 보유한 북한과의 전면전을 의미하는 최하책이므로, 제외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최상책은 벌모(伐謨)로서 북한 스스로 점진적인 체제전화을 이루어 개혁세력이 집권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함으로써 협상을 통해 핵 포기를 이루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는 “정치.사회적인 접근법”이다. 밑으로부터는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경제의 자유시장화, △북한주민의 친한의식화, △북한엘리트의 개혁세력화를 목표로 하는 “삼화(三化)전략”을, 위로부터는 1970년대 초반 가동됐던 “남북조절위원회”와 같은 상층 연합전략을 병행하자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벌모의 접근법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벌병(伐兵)”과 “벌교(伐交)”다.

“벌교”는 “외교적으로 관리하는” 방책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제안한 “비핵화(6자회담)-평화협정(4자회담) 병행 추진” 구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 된 현 단계에서 벌교의 외교적 대책은 어디까지나 북한 핵에 대한 관리용으로만 유용할 뿐”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외교적 대응은 군사적 대책(벌공)을 병행했을 때 그나마 효과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면한 북한 핵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군이 추진하고 있는 ‘킬체인’과 ‘한국형 방공망’을 예로 들었다.

조 연구위원은 하나의 화살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바람직한 방향은 정치사회적 변화를 통한 점진적 체제전환을 지향하는 벌모전략을 기본으로 하면서, 국제공조에 의한 대북 압박과 6자회담이나 4자회담, 남북대화 등 다양한 외교적 방식을 병행하는 벌교전략과 킬체인이나 한국형 방공망, 한미연합억제력과 같은 거부적 억제력 구축을 위한 벌병전략을 복합적으로 운용하는 중층적 전략이 될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또한 한.일의 ‘독자 핵무장’을 막기 위해 미국이 더 많은 확장억제력을 제공하는 데 맞서 중국의 핵전략이 공세적으로 바뀌는 현실을 지적하고, 한.일이 앞장서서 ‘동북아 비핵무기지대화’ 논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했다.  

저자는 4년 전에 출간한 『뉴 한반도비전』(백산서당)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관계를 외부 국제안보환경이라는 상수로 놓고 접근하였”으나, “이러한 접근법은 한반도문제의 국제화가 크게 진전되었고 핵.우주.사이버 등 전략공간의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한계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통공간에서의 한.미협력을 넘어서서 전략공간의 국제정치라는 넓은 시각을 가진 새로운 국가안보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전략공간의 국제정치』에 담겼다는 설명이다. 우주공간의 군사화와 사이버공간의 군비경쟁 동향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4부와 5부를 정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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