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호 / 양심수후원회 운영위원

 

▲ 6.15산악회 9월 산행은 도심 속의 작은 산, ‘안산’을 갔다. [사진제공-6.15산악회]

6.15산악회 9월 산행은 도심 속의 작은 산, ‘안산’(鞍山)을 갔다. 이번 달에는 추석이 들어있어 한주 늦춰 25일에 산행을 한 것이다.

안산은 젊은 사람이라면 1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넘을 산이다. 하지만 80대 노인이 통상 4~5명이 함께 하며 최고령자는 92세인 유기진 선생님이 함께하시는 관계로 우리에게는 의미 있는 산이다.

안산을 등반할 때 그 위치상 항상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 내려 소위 <서대문독립공원>이라 불리는 옛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집결한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 참가한 16명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곳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이력이 있어 이곳을 바라보는 의미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일찍이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길 때 ‘어느 산을 주산으로 궁궐을 지을 것인가’하는 논쟁이 있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정도전은 백악주산론을 주장하였고, 하륜은 안산주산론을 주장했다. 이에 무학대사는 안산은 ‘금계포란형의 명당이지만 삼천 명의 홀아비가 탄식할 곳’이라 하며 인왕주산론을 주장했다. 야사 속 전설에 불과하지만 이미 무학대사는 한양 천도 후 500년이 지난 뒤 이곳에 형무소가 들어 설 것을 예상한 듯하다.

▲ 안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등산길. [사진제공-6.15산악회]

어쨌든 안산을 등반하자면 참가자들이 집결하기 좋을 뿐만 아니라 등반 중 경치 등을 생각할 때 이곳이 최고이다. 하지만 이곳에 조성된 ‘서대문독립공원’은 그리 좋은 느낌을 주는 곳이 아니다.

일본에 대한 사대를 청나라에 대한 독립으로 포장한 ‘독립문’이 맨 앞에 서있다. 그 뒤로 갑신정변 실패로 미국으로 도망친 후 죽을 때까지 미국인으로 살아 간 ‘필립 제이슨’(서재필) 동상이 있으며, 항일과 민주투사들의 가두었던 서대문형무소 등 슬픈 우리의 현대사를 펼쳐 놓은 듯하다.

비록 이런 곳이지만 즐거운 가을 산행이 되도록 우리는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총 16명이 함께 했으며, 경로는 서대문구립도서관인 ‘이진아도서관’을 돌아 정상을 향했다.

도서관 뒤로 올라서면 이내 새롭게 조성된 안산 자락길이 나온다. 이곳에는 넓은 운동장과 함께 커다란 5~6층 콘크리트건물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학교가 아니라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으로 청와대 주변을 엄호하는 군부대이다.

이제 이 군부대를 지나 잠깐 오르면 벌써 안산 중턱에 도달하고 이곳부터 펼쳐지는 등산로는 비록 짧지만 가히 금강산을 뺨칠 만큼의 산세를 품고 있다. 밧줄을 잡고 바위를 타고 잠시 오르면 이내 정상이 나온다.

서울 시내가 한 눈에 펼쳐져 보일 뿐 아니라 연세대를 비롯하여 한강과 여의도 등 서쪽 풍광이 역시 한눈에 들어온다. 비록 작은 산이지만 서울을 한 눈에 품을 수 있는 명산이다.

▲ 안산의 정상 봉수대를 배경으로 찰칵. [사진제공-6.15산악회]

안산의 남쪽에서 올라 정상을 찍고 북서쪽으로 내려와 무악정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나는 식사가 즐겁고 맛있으려면 3가지 조건을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땀을 흘린 뒤 먹을 것’, 둘째 ‘여럿이 먹을 것’, 마지막으로 ‘밖에서 먹을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우리의 식사는 실로 임금의 밥상이 부럽지 않은 별미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즐겁고 맛난 음식을 먹은 뒤 우리 ‘6.15산악회’의 백미인 ‘산상강연’이 있었다. 이날 강연은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신 권오헌 선생께서 현재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북.미 군사대결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주었다.

산상강연을 마치고 길게 늘어진 안산자락을 크게 돌아 영천시장 쪽으로 내려왔고, 이곳에서 이날 산행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리운 얼굴들 보겠다고 찾아온 3명의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어 간단히 뒤풀이를 하고 다음 달 산행(10월 16일 도봉산)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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