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탄도미사일을 3일 아침 황해남도 은율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최대 1,300km를 날아갈 수 있는 노동미사일이라고 합니다. 이 노동미사일은 1천km가량 비행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북한이 1998년 인공위성 광명성 1호(서방에선 대포동 1호 미사일)를 발사했을 때 일본 열도를 넘어간 적은 있지만, 북한 미사일이 동해 쪽 일본 EEZ 내에 낙하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열도와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일본이 발칵 뒤집힌 건 당연합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일본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노동미사일이 일본 열도 앞바다에 떨어진 것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것에 당혹해하고도 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6월 22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0’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때 북한은 ‘화성-10’이 고각(高角)발사 되어 최대정점고도 1,413.6㎞까지 상승비행하여 400㎞ 전방의 예정된 목표수역에 정확히 낙탄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화성-10’을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궤도로 발사했다면, 최대 비행거리가 3500km로 예상돼 태평양 괌의 미군기지가 사정권에 들어가게 됩니다. 미국으로서는 끔찍한 일입니다.

또한, 지난달 19일에는 북한이 황해북도 황주에서 동해상으로 남한 전 지역을 사정권으로 둔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3발 발사했습니다. 이때도 고각으로 발사해 사거리를 크게 줄여 500-600㎞까지만 비행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는 유사시 미군의 남한 진입 관문인 부산항 등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을 타격권 안에 뒀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괌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도 있고, 주일 미군기지를 때릴 수도 있으며, 또한 남한 미군기지 내 사드도 무력화할 수도 있다고 시위를 한 셈입니다. 북한은 마치 먹잇감을 놓고 고각발사든 최대사거리 발사든 성공할 때까지 숱한 실험을 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북한의 기류를 대변하는 재일 <조선신보>는 지난 1일 북한의 고각발사는 미국의 전쟁도발을 제압하기 위한 전법이라면서 “사거리가 각이한 타격수단과 사격각도를 변경한 타격전법의 조합은 수없이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도발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호기입니다.

이번에도 북한은 한편으로는 남한 내 사드 배치로 인해 미.중간 갈등이 있는 틈새를 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달 22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일본을 향해 과감하게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수읽기는 치밀합니다. 맞춤형 타격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나 잘 봅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단순히 ‘도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판단은 너무 진부합니다. 북한의 문법에 충실합시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 법입니다. 북한이 도발을 하고 싶다면 탄도미사일을 마구 발사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의 비밀병기나 특수무기도 노출하지 않고 감추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에서 사드를 배치하면 그에 대응하는 무기를 선보이고 무력화할 수 있는 전법을 공개합니다. 이는 도발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화 요구로 봐야 합니다. 문제는 남한이 올해 초 규정한 ‘북한의 4차 핵실험 국면’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여전히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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