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선 / 6.15산악회  총대장

 

▲ 삼성산 산행에 참가한 6.15산악회 회원들. [사진제공-김재선]

산행 때 지각한 기억이 없는 나는 오늘 지각을 했다. 태릉입구역 개표구 기계 앞에서 지갑을 잊어먹고 온 것을 알았다. 다시 집에까지 갔다 와서 헐레벌떡 전차에 몸을 실었다. 스마트폰이 턱걸이로나마 약속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해주니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두 번째 실수가 나왔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 밖을 내다보니 인천행 전차가 아닌가? 또다시 지나왔던 구로역까지 가서 수원행 전차를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구로역에서도 한참을 헤맸다. 바로 옆에서 갈아타면 되는데 마음이 급하다보니 역내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난리를 쳤다.

아직은 깜빡깜빡하면 안 되는 연식인데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조금 걱정이 된다. 관악역에 도착하니 역 앞 공터에는 회원들이 출발도 못하고 지각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죄송하고 부끄럽다.

삼성산의 진가, 삼막사를 향하여 

▲ 삼성산 삼막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김재선]

오늘 산행은 들머리를 관악역에서 잡은 삼성산(三聖山). 정기산행에 참가한 회원은 15명이다. 당신께서 세우신 최고령 산행기록을 오늘도 경신하신 92세 유기진 선생님을 위시하여 다섯 분의 선생님과 상대적으로 조금은 젊은 열 사람의 회원이다. 산행목표는 삼성산 정상이며 하산방향은 형편 봐가면서 정하기로 하였다.

더운 날씨 탓도 있지만 고령이신 선생님들이 계시다보니 걷다가 다리 아프면 앉아서 쉬고, 숨이 차면 서서 쉬고 목이 마르면 막걸리 한 컵으로 목을 축이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느긋하게 삼막사를 향해 올라갔다. 삼성산엔 삼막사가 있어 그 진가(眞價)가 드러난다.

삼막사는 원효, 의상, 윤필 3대사가 막을 치고 수도하다가 그 뒤 그곳에 절을 짓고 삼막사 (三幕寺) 하였고 도선이 중건하여 관음사라 개칭하였는데 고려 태조가 중수하여 다시 삼막사라고 하였다고 한다.

삼성산 정상 바로 밑에 자리 잡은 사찰은 높은 위치에다 앞이 확 터져있어 시원시원하며 조망도 아주 훌륭하다. 시간이 많다면 한 바퀴 쭉 둘러보고 싶지만 우리의 주목적은 산행이니까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 대충 보고 정상으로 향했다.

삼막사 조금 지나 고개 마루에 서서 정상으로 올라갈 것인지 하산 할 것인지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서울대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상은 불과 왕복 10분 거리밖에 안된다는데 조금 아쉽다.

산악회의 꽃, 점심식사와 산상강연

▲ 산산강연을 위해 모여 앉은 회원들. [사진제공-김재선]

드디어 6.15산악회의 꽃, 점심식사와 산상강연 시간이다. 하산방향에는 등산객도 많고 등산로도 넓고 공터도 많아서 점심식사 자리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점심 찬으로 한정아 회원과 친구 분이 준비해온 문어, 주꾸미, 새우, 상추쌈들이 막걸리와 어울려 맛도 일미지만 그 정성도 지극하다.
 
식사 후 산상강연 시간은 이정태 대장의 진행으로 지난 6.15체육대회 평가와 재정보고, 산상강연, 광고 순으로 진행됐다. 체육대회 평가는 양호한 점수를 받았으나 종목을 다양하게 늘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참가자 수가 많다보니 뒤풀이 문제도 다소 제기됐다. 이어 김래곤 총무가 재정보고서를 꼼꼼하게 작성하여 깔끔하게 회원들 앞에서 보고했다.

산상강연을 해주신 이규재 의장님께서는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에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차원을 넘어서 어제는 실현을 해야 한다. 각자 통일을 위해 자기자리에서 온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하필 서정주의 시비를 세워 놓았는가

▲ 하산길, 관악산 들머리 호수공원에 있는 자하정. [사진제공-김재선]

하산 길은 등산객보다 행락객이 많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관악산 들머리 호수공원에 있는 자하정(紫霞亭)은 조선 후기 신위 선생의 유년시절 수학하던 뜻 깊은 곳을 기리기 위해 그분의 호를 따서 정자를 지었다고 한다. 선생은 시, 서, 화에 뛰어난 삼절로서 조선조 최고 문인중의 한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하나 흠은 공원 들머리에 서있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비다. 내용은 차치하고 숱한 시인들 다 놔두고 하필 서정주의 시비를 세워 놓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서정주 시인의 시비. [사진제공-김재선]

서정주, 그가 누군가? 언제가 될지 이 시비가 고증의 빌미가 되어 어느 산 좋고 물 좋은 계곡에 서정주를 기리기 위해 미당정(未堂亭)을 짓는다면 그 자리에는 서정주를 능가하는 글재주 좋고 시류에 능한 시인의 시비가 또 세워질 것이다.

자하정이 있는 호수공원을 지나 조금 내려오니 관악공원 현판이 걸린 큰 일주문이 나오고 바로 큰 도로가 나왔다. 조금 더 걸어서 녹두거리에 있는 곱창 집에서 유기진 선생님의 건배사와 함께 시원한 막걸리로 건배를 하고 다음 산행 때 건강하게 만날 것을 기약하며 이날 총 11 km 산행을 마쳤다.

▲ 하산한 마지막 지점 '관악산공원' [사진제공-김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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