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7차 당대회를 보는 외부 세계의 시선이 아주 차가웠습니다. 남측은 차갑다 못해 냉기가 느껴질 정도인데, 특히 북측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정도가 아니라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민감할 뿐만 아니라 지어 신경질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북측의 당대회에서 남측은 통일문제나 북의 대남 대화 제의보다는 오직 하나 핵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주시했습니다. 당연히 북측이 비핵화를 언급하길 바랐겠지요. 실제로 최근 남측 정부의 북측에 대한 관심은 오직 하나 ‘북한 비핵화’에 쏠려 있습니다.

북측이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했기에 한편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땐가부터 남측의 이중플레이가 나옵니다. 북측더러 한편 비핵화를 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 핵실험을 촉구하는 듯한 그런 이중플레이 말입니다.

남측 당국은 4.13총선에서 참패하자 곧바로 북측이 당대회를 열기 전 핵실험 가능성을 유포하다가 막상 당대회가 시작되니까 대회 진행 중에도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다가 이제는 당대회 후에도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가히 병적인 북핵 실험 조르기입니다.

북측 당대회에서는 비핵화 선언이 나오길 바라면서도 북측더러 아무 때고 핵실험을 해달라는 이 기막힌 광경. 그런데 이 기막힌 광경은 북측이 핵실험도 하지 않고 오히려 핵보유국 선언을 하자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대회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 및 항구적인 병진노선 추구 입장을 밝히자 남측은 아예 까무러칠 정도로 자지러졌습니다. 중요하게는 김 위원장이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있지만 오직 핵문제에만 초점을 맞췄기에 이는 아예 검토할 가치조차 없다는 식입니다.

당장 외교부는 당대회가 폐막된 다음날인 10일 북측의 핵보유국과 병진노선 주장에 대해 “북한이 핵 개발의 미몽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도록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으며, 통일부도 “긴밀한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제재·압박을 지속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및 독자제재의 차질 없는 이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직 하나, 대북 제재와 압박뿐입니다.

남측 정부는 북측의 대북정책 전환 요구에 대해 “통일전선 차원에서의 대남 평화공세”라며 평가절하 했으며, 특히 군사회담 필요성 제기에 대해서는 “진정성 없는 선전공세”라고 일축했습니다. 나아가 북측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을 제시하자 “과거 당대회에서 발표한 경제계획을 모방”했다고 폄하했으며, 새로운 속도전인 ‘만리마운동’을 제시하자 “날림공사가 될 것”이라고 혹평했습니다. 북측이 비핵화 언급을 안 하니 북측이 하는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미운 모양입니다.

북측의 당대회가 끝났습니다. 이제 차분히 현실로 돌아와 북측이 당대회에서 밝힌 내용들에 대해 침착하고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할 때입니다. 북측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그렇다고 남측이 북측의 핵개발을 막을 현실적 방법을 갖고 있지도 못합니다. 북측의 핵개발은 외부 세계의 적대와 압박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면이 강합니다. 이제 대북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보아야 합니다. 북측더러 비핵화를 하라고 언제까지 기우제를 지낼 작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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