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성(한국철학사상연구회)

 

▲ 김종엽, 김명희, 이영진 외 11명,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 그린비, 2016.4.
[자료사진 - 통일뉴스]

어쩌면 오늘날 사회와 국가, 정치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말이 ‘세월호’가 아니겠는가?

역사의 후퇴와 정치의 후진성, 그리고 자본주의 야만화의 속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던 세월호 참사 2주년이 다가오는 즈음에 철학,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 정치학, 법학, 문화학, 신학, 인지신경과학 등 14명의 인문사회과학자가 이 책을 내놓았다.

그런 만큼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4.16에 접근하고 있으며, 또 그런 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세밀하게 사유하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 규명과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에서 펼쳐진 망각의 정치를 성찰하면서 다시금 ‘국가 혹은 사회란 무엇이며,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곧 이들의 문제의식이 세월호 참사를 과거에 발생한 일회적인 사건으로 역사화하는 것에 있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다시 제기되어야 하는 문제로 가져오면서 ‘사회 변혁’을 위한 실천적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와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
세월호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먼저 서문의 제목은 “세월호와 함께 세월호를 넘어서”이다. 이 제목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월호와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 ‘세월호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이 책에서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는다면, 가장 먼저 한 단어가 떠오른다. ‘연대’이다.

이 책은 이러한 ‘연대’라는 키워드를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낡은 것이 될 수 없는 질문들로부터 축출해낸다. 국가란 무엇인가?, 사회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등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을 통해 망각의 정치로 치닫고 있는 현실과 참사 이후의 국가와 그것의 작동방식을 진단해내고 치유의 방향을 모색하는 길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치유’는 정신병리학적인 치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때 치유는 가령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로 치부하고, 그것의 정치성을 탈각시키려는 이데올로기에 맞서 ‘애도의 정치’, ‘재현의 정치’를 이어가는 ‘사회적 치유’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들에게 있어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따라서 죽은 자와 산 자의 연대, 정치적 애도의 과정은 앞으로도 삶 속에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세월호와 함께”하는 연대를 방해하는 것은 안전보다는 안보라는 비가시적인 분단폭력으로서, 그것은 결국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의 결합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거 청산의 제도화는 진실규명 없는 보상이라는 국가 프레임를 벗어나, 구조적·사법적·사회적 진상 규명(진실, 정의, 안전 모델)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비자발적 주체와 권위에의 복종은 모두 ‘연대’의 필요성과 그 의미를 상실하게 만드는 계기들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기억의 정치, 추모의 정치, 연대의 정치

<존엄과 인권에 관한 4.16 인권선언>이 2주기를 앞두고 작성되었다. 이 책은 선언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사회적 지지, 고통 경감과 역능화를 주장하면서 다시금 (이 책의 중심주제이기도 한) 사회적 치유와 연대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인지-정서간의 상호작용의 기제, 곧 성찰과정을 강조하면서 구조적 부정의와 반인권적 시스템을 변혁해야한다는 점을 제안한다. 더불어 언급한 내용과 유사하게 주권자로서의 피해자와 상주로서의 시민이라는 틀을 통하여 연대를 강조하기도 한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사건과 구조의 성격을 가지므로 사건의 치유와 구조의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4.16 연대’는 ‘세월호를 넘어서’ 여전히 진행되는 추모의 연대와 함께하는 정치적 실천이라는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기억, 추모는 연대이며 동시에 정치가 아닌가! 이 책이 우리에게 되묻는 말은 이렇게 들려온다.

이 책과 다양한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가능성은 열려있고, 그 비판이 역행하는 역사와 썩어가는 민주주의의 나무에 밑거름이 되는 비판이라면 이 책의 필자들은 기꺼이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제때 살지 못한 그래서 제때 죽지 못한 이들, 그 무한한 능력을 현실에서 활동으로 만들지 못한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더 많은 마음이 여기저기에서 촛불로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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