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보도된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분명히 우리의 무기로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고는 “그러나 인도적 비용 외에도 그들은 우리의 중요한 동맹인 한국 바로 옆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북한을 제압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북한의 보복으로 한국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군사행동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매우 변덕스러운(erratic) 나라”라고 부르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아주 무책임한(irresponsible) 사람”이라고 비난했으며, “우리는 그들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진의가 드러났습니다. 북한이 그냥 싫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한마디로 북한을 때리지도 않겠지만, 대화에도 나서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까지 미리 받은 수상자가 북한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好不好) 때문에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변덕스럽고 무책임한’ 행위일 뿐입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독일을 방문 중인 24일 하노버에서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북한의 제의를 일축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북한의 일관된 평화협정 회담 제의에도 줄곧 외면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어쨌든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거나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회담에 모두 등을 돌리고 있는 셈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전, 이란‧쿠바‧북한 등 ‘적대국’을 적시하고는 “이들 정상들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외교’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했으며 쿠바와는 국교정상화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북한과는 무엇 하나 진전된 게 없습니다. 물론 북한과 오바마가 유난히 주파수가 안 맞는 점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바마 행정부 들어 첫 북미합의였던 2012년 2.29합의가 파기된 것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2,29합의 안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해 4월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 축포로 ‘위성’을 쏘아올린 것을 두고, 이 위성이 ‘장거리 미사일이냐 아니냐’에 대한 해석상 이견을 보여 결국 파기된 것입니다. 이미 4년 전의 일입니다. 잊어버렸을만한데 오바마 대통령이 자꾸 그 기억을 되살리는 것 같아 떨떠름할 따름입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강경책을 쓰다가 2기 들어와 유화책으로 바꿨습니다. 2008년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가 그 일례입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그 반대입니다. 처음에 의욕적인 것 같다가 언제부터인지 갈수록 북한을 멀리하다가 급기야 ‘대북 파괴설’을 꺼내고 ‘혐북의식’까지 드러냈습니다. 말년의 오바마가 초기의 부시를 닮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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