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성주 (KAL858기 사건 연구자)

 

KAL858기 사건 연구자인 박강성주 박사가 2010년 호주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난 최근 호주 외무부로부터 2차로 추가 비밀문서를 제공받았다. 2011년 공개된 1차 입수자료에 이어 2차 입수자료를 분석한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 1차 입수자료 관련 기사 보기 ]
KAL858, 삶의 무게와 비밀문서의 무게
KAL858, 친필지령 증거가 있는가
KAL858, 호주에 실망한 한국?
KAL858, 모두에게 이득이 별로 없는

[2차 칩수자료 관련 기사 보기]
KAL858, 증거가 분명한가?
KAL858, 또 다른 계획들?
KAL858, 선거와 올림픽

 

▲ 박강성주 박사가 호주 외무부로부터 재차 받아낸 자료. 뉴질랜드 정부의 비밀문서로 1987년 12월 3일 서울에 있는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제공 - 박강성주]

이번에 도착한 문서 가운데 보관/인쇄 상태가 좋지 않아 호주 외무부에 또 연락을 해 받아낸 자료가 있다(다시 보내온 문서 역시 상태가 좋지 않다). 뉴질랜드 정부의 비밀문서로 1987년 12월 3일 서울에 있는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작성된 듯하다.

이에 따르면 사건에 대한 북쪽의 개입이 확인될 경우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게 된다. 무엇보다 올림픽 공동 개최의 가능성(THE LIKELIHOOD OF CO-HOSTING THE OLYMPICS)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다(50쪽). 그리고 노태우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 운동에 영향을 줄 것으로, 곧 지지율 상승의 가능성(POSSIBILITY OF INCREASED SUPPORT)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대통령선거와 올림픽대회

1988년 2월 19일자 문서는 당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관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한항공기 사건과 서울올림픽을 고려했을 때 팀 스피리트(TEAM SPIRIT) 훈련은 북쪽의 모험주의에 대한 남쪽의 결연함과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해석되었다(411쪽).

올림픽이 언급된 문서가 또 있다. 1988년 2월 24일자 문서는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조지 슐츠 당시 미국 국무부장관과 에두아드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부장관 사이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소련은 아마도 올림픽에 참가하지 말라는 압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던 듯하다.

기록에 따르면 대한항공기 사건을 포함해 북쪽의 테러 문제가 언급되는데 소련은 서울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THE SOVIETS REAFFIRMED THEIR INTENTION TO ATTEND THE OLYMPICS)(421쪽).

1988년 2월 13일자 문서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있었던 공항 안전에 대한 국제회의와 관련돼 있다. 당시 미국, 일본, 그리고 북유럽을 대표한 스웨덴 등이 대한항공기 사건과 관련해 남쪽을 지지하면서 북쪽(NORTH KOREA'S INVOLVEMENT)을 비판하였다(382쪽). 북쪽은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불가리아와 소련이 북의 입장을 대변하였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 가운데는 북쪽이 1988년 1월 27일 호주 외무부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도 있다. 김영남 당시 외교부장(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이름으로 된 편지다. 김영남 부장에 따르면 “남조선당국자들은 … 려객기실종사건이라는것을 조작하고 반목과 대결을 고취”했다(283쪽).

앞의 글에서 ‘친필지령’과 관련된 부분을 소개했는데, 1988년 2월 17일자 문서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살펴볼 수 있다.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구절로 시작되고 있는 이 문서는 2011년 일부 공개되었지만 당시에는 지령 부분이 지워져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부분은, 친필지령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없다(THERE IS NO FIRM EVIDENCE)는 내용을 담고 있다(403쪽). 이로써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역시 지령 부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종 30년을 앞두고

한편, 많은 이들이 1987년 김현희-KAL858기 사건과 1983년 KAL007기 사건을 혼동하곤 한다(박강성주, <KAL858, 진실에 대한 예의>, 22쪽). KAL007기 사건은 1983년 대한항공기가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호주 외무부 역시 정보공개 청구를 다루면서 이 두 사건을 좀 혼동했던 듯싶다. 이번에 도착한 비밀문서 가운데 하나가 이 1983년 사건에 관한 것이다(510쪽).

이상으로 호주 외무부와의 행정심판을 통해 얻은 비밀문서들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이제 내년이면 사건이 일어난 지 30년이 된다. 115명이 사라진 지 30년이 된다는 말이다. 30년을 앞둔 지금, 실종자들은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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