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등 총 300석의 의석수를 두고 각 당들이 겨룬 20대 총선 개표결과다. 범여권이 130석, 범야권이 170석 정도다. 이로써 향후 정국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펼쳐지게 됐으며, 20대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되었다. 이번 총선 결과를 한마디로 평한다면 새누리당 참패, 더불어민주당 선전, 국민의당 약진 그리고 진보정당 존재감 미약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로 ‘일여다야’(一與多野)라는 유리한 구도 속에서 한때 180석을 호언했지만 150석 과반은커녕 더불어민주당에 밀려 제2당이 됐다. 이를 두고 완전한 패배, 참패라 부를만하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을 이끌 동력을 잃는 것과 동시에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론 등으로 격심한 내홍에 빠질 전망이다.

더민주당은 집권당을 누르고 원내 1당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두고, 충청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으며 불모지인 영남에서도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전국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그러나 텃밭이던 호남지역에서 국민의당에 크게 밀리고,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에서도 근소하나마 밀려 완승의 빛이 바랬다.

이에 비해 국민의당은 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을 탈당해 급조됐지만 거의 40석에 이르는 쾌거를 이루며 원내교섭단체를 달성해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향후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석이 호남지역에 한정돼 있어 지역적 한계라는 굴레를 갖게 됐다.

정의당을 비롯한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 진보정당들은 빅3에 눌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의당은 스타급 후보만이 당선됐으며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에서도 만족할만한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다른 진보정당들은 명함조차 내밀기가 민망할 정도다. 진보세력은 19대 총선에 비해 매우 초라한 성적표다.

이제 20대 총선이 끝났다. 매번 선거가 끝나면 국민의 선택에 놀랐다고 하면서 ‘분노한 유권자들의 선거혁명’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다. 보다 정확하게는 유권자의 ‘절묘한 심판’이 이뤄졌다.

가장 큰 심판은 정부.여당에 내려졌다. 국민은 새누리당에겐 준엄한 심판을,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총체적인 심판을 내렸다. 무엇보다 경제 실정과 남북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구체적으로는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한일 ‘위안부’ 협상,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는 ‘야당심판론’ 행태, 새누리당 공천 파동 그리고 선거 막판의 북풍 시도 등 박근혜 정부의 잇따른 실정과 오만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 3년여 동안 참고 참았던 응어리를 폭발한 것이다. 한마디로 정권을 심판한 것이다.

이번 정권심판론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하나는 국민이 표심으로 야권 단일화를 이룬 점이다. 야당이 단일화에 실패하자 유권자가 나서 당선가능한 야권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투표를 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투표율이 높은 점이다. 이번 투표율이 58.0%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는 19대 총선보다 3.8%p 높으며, 2014년 6회 지방선거 투표율 56.8%와 비교해도 1.2%p 높았다. 투표율을 좀 더 세분화하면 서울과 호남지역이 평균투표율을 넘었으나 영남지역은 낮았다. 이는 지지층을 투표소로 이끄는 힘이 여권보다는 야권이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여당 지지자들이 투표소를 외면함으로써 사실상 새누리당 심판에 일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수도권의 투표율이 높은 것이 새누리당을 심판한 것이라면, 호남지역의 높은 투표율은 더민주당을 심판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호남지역이 국민의당에게 몰표를 줬지만 이는 지지의 표시라기보다는 더민주당에 대한 실망에서 온 반사작용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미래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들도 국민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단순히 의석수가 적다는 의미가 아니라 총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전혀 매력을 주지 못했다. 국민과 유권자가 정부.여당도 심판하고 야당도 심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영남지역과 호남지역에서 상대 당이 당선됨으로서 지역주의에 일시 금이 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국민의당이 부상한 것은 그동안 양당 구도에서 소외된 제3의 세력이 오랜만에 제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그 제3의 목소리가 진보와 혁신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이 진보정당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으며 동시에 진보세력에게 뼈아픈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정국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향해 올해 말부터 장기 레이스로 돌입할 것이다. 어차피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각 당과 정치인들은 4.13총선에서 국민이 내린 절묘한 심판에 천착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일방독주 식 국정운영을 멈춰야 하고 여당은 정부의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권은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협력과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어느 당도 방심하면 이번 총선의 교훈처럼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어느 누구도 국민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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