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잇따른 대외 유화 제스처를 보내 주목됩니다. 이른바 ‘대북 제재 정국’에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듯합니다. 지난달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과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한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지 1달을 넘기면서입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3일 대변인 담화에서 최근 대북 제재 상황과 관련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며 부질없는 ‘제도전복’보다 무조건 인정과 협조가 출로라는 여론이 크게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조성된 사태의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 등의 ‘초강도 제재’가 북한을 “천하에 둘도 없는 자립, 자력, 자강의 위대한 강국으로 전변시켰”으며 “미국본토를 임의의 시각에 핵보복 타격을 당할 수 있는 최악의 위기상황에 몰아넣었다”고 역공을 취했습니다. 대북 제재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으며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을 향상시켰다는 것입니다.

4일에는 북한의 기류를 대변해온 재일 <조선신보>가 논평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지적하며 “미국에 모여든 추종국가들은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며 북의 위협을 떠들어대지만 위기의 장본인이 누구인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면서 “미국은 전쟁위기, 멸망의 위기를 모면하려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미국을 점잖게 꾸짖으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이같이 대화를 언급하며 출구전략을 내세우자 통일부 당국자는 5일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변화를 거부하는 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지금은 대북 제재와 압박만을 말할 때지 대화나 협상을 언급할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6일 북한은 좀 더 진전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위해 노력해온 공화국’이라는 글에서 “조국통일3대원칙과 북남선언들을 비롯한 민족공동의 합의들을 귀중히 여기고 그에 토대하여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려는 공화국의 노력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의하여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일성(조국통일3대원칙)-김정일(북남선언들)-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남북대화 노력을 강조하고는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 밑에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을 열어나가려는 공화국의 원칙적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천명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공개적인 대화 제의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북한의 유화 제스처가 지속된다면 미·중·일 등 주변국들도 대화를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예측돼, 남측도 마냥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대북 강경 일변도를 고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마침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잇따른 대화 제의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면서도 대화를 마다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것도 그 시그널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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