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3일과 4일에만 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정도면 북한의 주요 기관이 총동원 된 거나 다름없다. 북한은 외부세계에 대해 뭔가 말할 필요가 있을 경우 자국 기관의 성명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힌다. 그런데 어떤 발표 기관이고 어떤 발표 형식이냐에 따라 그 대상과 무게가 달라진다. 즉, 북한은 상대에 맞는 발표 기관을 선정하고 △기관 명의 성명, △대변인 성명, △대변인 담화,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 등을 구분해 사용해왔다. 이들 발표 기관과 발표 형식의 종류는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정확히 반영한다.

◆ 보통 남북관계에는 조평통이, 대외관계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외무성이 나선다. 이번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안이 채택되자 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발표됐으며, 남한 당국이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을 국회 통과시키자 4일 북한 조평통 대변인 성명이 발표됐다. 외무성 발표의 경우, ‘외무성 성명’, ‘외무성 대변인 성명’, ‘외무성 대변인 담화’, ‘외무성 대변인과 기자와의 문답’ 등이 있는데 앞의 순서대로 무게가 있다. 이는 조평통도 마찬가지다. 즉 ‘조평통 성명’>‘조평통 대변인 성명’>‘조평통 대변인 담화’>‘조평통 대변인과 기자와의 문답’ 순이 된다. 이번엔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조평통 대변인 성명’이니 아주 센 편은 아니다.

◆ 앞의 조평통과 외무성은 일상적인 대외 발표기관인데,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면 국방위원회와 인민군 최고사령부 등이 나선다. 당연히 군사문제와 관계가 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측이 북측 소행으로 지목하자 북측 국방위원회가 나서 ‘날조극’이라고 주장했으며, 5.24조치 5년을 맞아 국방위원회가 정책국 성명을 발표해 천안함 사건의 공동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상태 때 나선다. 김정은 시대 들어 첫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된 2013년 3월 26일,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성명을 발표해 ‘1호 전투근무태세’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2월 23일 사상 처음으로 ‘인민군 최고사령부 중대성명’을 통해 ‘한.미 참수작전 시 1차타격 대상은 청와대’라는 내용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 물론 최고수준의 입장표명은 국가 명칭이 들어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공화국) 정부 성명’이다. 이제까지 공화국 정부 성명은 모두 다섯 번으로 확인된다. 두 번은 모두 이른바 ‘북핵문제’와 연관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 선언이다. 북한은 1993년 3월 12일과 2003년 1월 10일 NPT를 탈퇴하면서 ‘나라의 최고이익을 수호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선 세 차례 있었다. 2014년 7월 7일 발표를 두고 보통 인천 아시안게임의 응원단 파견으로 좁게 보는데 사실 그 성명 안에는 통일방안으로서 ‘연방연합제’가 제기돼 있다. 2015년 6.15공동선언발표 15돌 때는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들어 1월 6일 첫 수소탄 시험 성공을 알린 것도 ‘공화국 정부 성명’이었다.

◆ 유엔 안보리가 지난 3일(한국시간)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에 대한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대해, 북한은 불인정 선언을 하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이번엔 ‘공화국 정부 성명’보다 낮은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 다른 것도 아닌 가장 높은 수준인 ‘공화국’이 들어가는 성명이 자주 발표된다는 것은 그만큼 주변 정세가 긴박하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3, 4일에만 ‘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평통 대변인 성명’ 그리고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 등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앞으로다. 7일부터 사상 최대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된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개념의 ‘작계 5015’가 처음으로 본격 적용된다고 한다. 북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명이 나올 것이고 한반도는 ‘시계 제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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