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이 감독은 체제에 대한 찬양이나 비판이 아니라 사람 사는 모습을 담았다며, '하늘색 심포니'의 한국 상영을 강하게 희망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는 동안 우리가 ‘고향’이나 ‘조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은 얼마나 있을까?

해외에 나가 지내다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소리를 곧잘 하는데, 너도 나도 애국자가 되려고 하는지 이 땅을 ‘헬조선’이라며 떠날 궁리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여기 2주일동안의 수학여행에서 ‘나에게도 조국이 있다’는 깊은 각성과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뜨거운 가슴을 안고 돌아온 11명의 재일 조선학교 고등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2014년 평양과 신천, 원산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났고 백두산과 금강산의 풍광을 가슴에 담아왔다. 그리고 분단의 비극이 온몸으로 다가오는 판문점까지...

카메라는 95분간 우리가 전에 보지 못했던 북한의 사람 사는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

‘하늘색 심포니(蒼のシンフォニー)’라는 제목의 95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그 자신이 조선학교 졸업생인 박영이 감독은 2014년 이바라키 조선초중고급학교 3학년 학생 11명이 떠난 수학여행에 동행하면서 이 영화를 찍었다.

조선학교를 배경으로 제작된 ‘우리학교’, ‘60만번의 트라이’, ‘울보 권투부’ 등의 영화에서도 북으로 떠난 수학여행 장면이 나오지만 한국인 감독들은 학생들이 찍어 온 촬영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을 본 후 자신이 직접 찍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북과 남, 일본을 다룬 영화니까 까다롭고 어려울 수 있는데 난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재미있고 밝게 접근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마음이 맑아졌으면 좋겠다. 많이 웃고 많이 울길 바란다."

감독은 특히 만남과 대화는 사라지고 사생결단의 봉쇄가 강행되는 현재 상황에서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4월 2일 일본 도쿄의 영화관 유로스페이스에서 상영될 예정인데, 3월 말이나 4월 초쯤 한국에서 시사회를 열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지난 23일 조선학교 중등교육 실시 70주년을 기념해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꽃송이 콘서트- 조선의 꽃으로 너를 피우리’의 리허설이 한창인 공연장에서 박영이 감독을 만나 영화 ‘하늘색 심포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14년 이바라키 조선초중고급학교 3학년 학생 11명이 '조국'으로 떠난 수학여행을 소재로 만든 영화 '하늘색 심포니' 포스터. [사진제공-박영이 감독]

□ 통일뉴스 : 먼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에 대해 소개를 해달라.

■ 박영이 감독 : 4월 2일 일본 도쿄의 영화관 유로스페이스(Eurospace)에서 상영하는 ‘하늘색 심포니(蒼のシンフォニー)’라는 95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먼저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일본에서 조선학교는 ‘헤이트스피치’(증오발언, hate speech)의 주요 대상이기도 하고 고교무상화로부터도 배제되었으며,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선학교에 지급해 온 보조금을 정부가 나서서 중지시키는 등 차별을 받고 있다.

교육문제는 정치·외교적인 사안과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이자 정신인데, 이에 따르면 조선학교는 다른 외국인학교와 마찬가지로 고교무상화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를 위해 소송도 제기하고 투쟁도 벌이고 있지만 일본의 대다수 미디어들은 ‘조선학교는 북조선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고교무상화 대상이 아니며, 보조금을 줄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내보내고 있다. 극우성향인 하시모토 도루 전 일본유신회 대표 등이 앞장섰던 주장인데 일반 일본인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서 ‘왜 북한과 관련이 있는 조선학교를 돕는 일에 나의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가’하는 여론이 제법 폭넓게 조성돼 있다.

조선학교는 이북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적인 관계 속에서 지금까지 존재해 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재일 동포 대다수의 고향이 남쪽이면서도 왜 이북을 조국이라고 부르는지에 대해서도 명백히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으로 이번에 영화를 촬영하게 됐다.

고향은 남쪽인데 이북을 조국이라고 부르는 이유

□ 재일동포 감독의 영화로는 처음으로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렇지는 않다. 유명한 재일동포 영화감독이 여러 명 있다. 일본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양일 감독은 2세이고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상일 감독과 ‘디어평양’이라는 작품으로 지난 2005년 선댄스영화제에 일본영화를 대표해 초대됐던 양용희 감독 등이 재일 동포이다.

최근에 조선학교를 다룬 다큐는 우리학교(김명준 감독), 60만번의 트라이(박사유 감독), 울보 권투부(이일하 감독) 등이 있는데, 모두 한국인 감독들이고 이중 60만번의 트라이도 일반 상영관에 걸렸었다.

최근에 나온 우리학교, 60만번의 트라이, 울보 권투부에는 모두 학생들이 이북에 수학여행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인 감독은 함께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주어서 찍어온 장면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재일동포인 나는 갈 수 있으니까 직접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 이북을 찍은 장면이 많이 나오겠다.

■ 95분자리 영화인데 90분은 북의 장면이다. 평양이 기본적으로 많긴 하지만 판문점, 백두산도 갔었고 황해도 신천, 원산, 금강산도 나온다.

영화에 체제를 찬양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은 없다. 이북의 사람들과 재일 동포 학생들의 만남을 주로 다루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남학생 한명이 수학여행 중 만난 몇 살 연상의 누나에게 반해서 고백을 하거나 평양의 이발소 장면 등 일상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 재일동포 3세로서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박영이 감독.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촬영이 어렵지는 않았나.

■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하자고 하면 움찔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학생들과 함께 다니면서 촬영을 하니까 북의 사람들이 굉장히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일본의 TV방송국 관계자가 시사회 때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이북 사람들의 모습은 처음 본다’고 놀라기도 했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이북 사람들

□ 북측 당국으로부터 승인은 받고 촬영을 했나.

■ 나는 특별히 승인을 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학생들과 함께 다니면서 촬영한다는데 대해서 학교 측은 허가를 받은 것 같더라. 예전에는 북측 당국이 뭘 찍었냐며 간섭도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북에서 촬영을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이번엔 체크도 하지 않았고 검사도 일절 없었다. 원하는 대로 촬영하고 그대로 가져왔다. 미디어 쪽은 그런 게 있을 수 있는데 나는 없었다.

□ 영화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을 소개해 달라.

■ 판문점에서 한 학생에게 소감을 묻자 이 학생이 "도저히 말로는 표현 못 한다. 생각을 정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학생의 국적은 조선이지만 북쪽은 처음 와 본 것이고 정작 고향인 제주도는 국적이 문제가 되어서 가지 못 한 것이다.

남쪽 땅인 제주도가 고향이면서 이북을 조국이라고 부르는 이 학생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봤다. 자기 고향에도 갈 수 없도록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나라를 도대체 조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겠다.

■ 그렇다. 관객들이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함께 느껴주었으면 좋겠다. 영화에서는 역사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고향땅인 한국에서 재일동포들을 ‘버린다는 의미를 갖는’ ‘기민(棄民)정책’을 폈을 때 이북에서는 교육원조비과 장학금을 보내고 수업에서 사용하는 조선지도라든지, 동·식물 표본, 민족 악기와 의상 등을 보내주었다. 그것도 몇 십 년을 해 왔다. 이것은 단순히 돈을 주었다 어떻다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북과의 관계를 떼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북에서 해 온 만큼 일본 정부가 다 해 줄 것도 아니지 않나.

또 조선학교에 고교무상화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영사관에서는 한국 국적 학생들에게 이북에 갔다 오면 여권을 주지 않겠다거나 조선학교를 그만두라거나 하는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민단이나 영사관이 하는 이런 짓을 보면 민족의 편이 아니라 일제 식민지 시기의 친일파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2,500만명이 살고 있는 나라인데...

https://www.facebook.com/sorairono.symphony/ [캡쳐사진-하늘색 심포니 페이스북]

□ 영화에서 북을 소재로 직접 다룬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 맞다. 영화에서 직접 다룬 건 처음이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20대 부터 계속 해 왔다. 일본에서 보도되는 북의 상황과 자기 눈으로 직접 보는 북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뭔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북 사람들은 군사훈련을 많이 해서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거나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재미있는 아저씨도 있고 친절한 아줌마도 살고 있는 북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일본은 북에 대한 편견이 심각하다. 이북이 다소 자유롭지 못한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2,500만명이 살고 있는 나라인데 조금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 몇 차례나 방북을 했나.

■ 지금까지 14번 갔고 한국에도 이번 방문까지 11번째 왔다. 아버지가 한국 국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태어날 때부터 한국 국적이었다. 어머니는 조선국적이다.

□ 관객들로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변화된 북한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북의 중요한 변화에 대해 먼저 소개해 달라.

■ 김정은 제1위원장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2012년부터 정말 많은 변화가 있다. 그해에도 북을 방문했었고 그 이후 4번 들어갔다. 갈 때마다 변화가 있었다.

먼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이 뛰어 노는 작은 공원이 평양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많이 생긴 것이다. 과거 미디어에 노출시켜서 선전하기 위한 대형 유희시설은 꽤 있었지만 지금은 시민 생활과 가까운 영역으로 변화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TV방송에서 유럽의 방송 콘텐트를 그대로 틀어주는 것도 달라진 점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북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사정과 생활에 대해 대체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자체 검열은 하겠지만 어쨌든 작지 않은 변화라고 생각된다.

음악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클래식 위주이긴 하지만 서양 대중음악도 일부 받아들이는 것 같다.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통해 일반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변화된 모습이다.

무엇보다 여성들의 옷차림이나 화장 등 외모가 많이 바뀌었다.

1990년대 북에서 고난의행군이라고 부르는 시절에 조선대학교 학생 신분으로 6개월간 북에 머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길거리 시민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난방도 잘 안되고 먹는 것도 부족해서 요리에 감자가 줄곧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얼굴 표정이 밝고 웃음이 많아졌다. 일을 마치고 난 후 어른들이 모여서 배구, 농구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번 영화에도 이북 사람이 하는 말이 나온다. “우리는 자체의 힘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 그러니까 학생들은 그에 대해서는 걱정 말고 신심을 가지고 일본에서 조선민족의 성원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힘차게 살아라”

어떻게든 자기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해 나간다는 자신감이 강하게 들었다.

‘나에게도 조국이 있다’

□ 2주일간의 수학여행 일정을 보내면서 학생들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 우선 표정이 많이 바뀐다. 조선학교에서 소식을 듣기도 하지만 일본에 살면서 일본 뉴스로 접하던 이북의 현실을 자신의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들으니까...

학생들은 이북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그들이 보여주는 자신감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지금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겠다는 그들의 정신세계와 교감한 아이들은 일본에 돌아가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겠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다. 정말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

‘나에게도 조국이 있다’는 이 생각이 참 중요하다. 일본이나 한국 사회에선 내셔널리즘에 다소 부정적인 느낌이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동포들에게 조국과 민족이라는 말은 특별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진심을 갖고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된다.

학생들은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랐으니까 자본주의의 장점을 배우고 이북에 가서는 사회주의의 좋은 측면도 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조선학교가 일본 사회에서 중요한 민족교육을 하는 곳이지만 그 못지않게 인간교육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 아래 학교를 운영하는데 이것은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교육의 특성이기도 한다. 학생들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 체제의 극단적인 측면까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토양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일본 교원들이 자주 조선학교에 찾아 와서 깜짝 놀란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좀 떨어지는 학생들을 도와주면서 같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때문이다.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런 모습은 일본의 과거에는 있었으나 이제는 완전히 없어진 것이라며 부러워한다.

조선학교 학생들은 고급부 3학년이 되면 이북으로 수학여행을 간다. 과거 일본 정부는 조선 국적으로 방북을 한 경우 재입국을 허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북제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수학여행은 막지 않았다.

조선학교 관계자들은 최근 일본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조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수학여행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상영계획을 알려달라.

■ 현재 결정된 것은 오는 4월 2일 도쿄의 유로스페이스(Eurospace) 한 곳에서 개봉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모두 상업영화라고 보기 때문에 한국과 같이 별도로 구분된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은 없으며, 유로스페이스는 흥행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평가되는 극장이다.

도쿄의 유로스페이스에서 거둘 성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본 내에서 열군데 정도 개봉을 하면 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동포들뿐만 아니라 일본의 대학이라든지 단체 등의 요청에 따라 열리는 ‘자주상영회’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앞서 시사회에서 일본의 한 매체는 ‘이 영화를 지금과 같은 정세에서 일본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 상영 성사되도록 관심 가져주길

▲ 하늘색 심포니의 한 장면. [캡쳐-하늘색 심포니 페이스북]

□ 한국 상영은 어떻게 잡혀 있나.

■ 당연히 한국에서도 상영을 하고 싶고 지금부터 도전하려고 한다. 영화제에도 출품을 해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극장을 잡아서 개봉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아는 분들이 있으면 대화도 나눠가면서 한국에서 꼭 하고 싶다. 한국 사람들도 본 적이 없는 그런 세계가 있으니까 꼭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한국이 가장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영화제에서 상영해야 할 영화이고 다른 영화와는 차별화된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이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먼저 본 일본인과 재일동포들은 이 영화를 꼭 한국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상영이 성사되도록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의 편집작업을 했던 한국인은 이제까지 내가 학교에서 배운 교육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이제야 깨닫게 됐다는 감상평을 말하기도 했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와 외교가 복잡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부 당국끼리 하는 일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면 안 되지 않나. 어쨌든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를 하고 서로 알아 나가야 하는데 그걸 차단하니까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이제는 정말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편집이 1월말에 마무리되어서 현재 칸느영화제, 모스크바영화제, 상하이영화제 등에는 출품했고 올해 9월 열리는 제15회 평양국제영화축전에도 출품할 예정이다.

재일동포 3세인 박영이 감독은 가나가와 조선중고급학교를 졸업하고 조선대학교를 나와 영화 전문대학에 입학하여 현재 영상제작회사인 NEWSTYLE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첫 영화는 33살때인 지난 2010년 이바라기조선학교의 민족 교육과 재일동포의 역사를 다큐와 재연 드라마 형식을 혼합해 만든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로 그해 9월 제12회 평양국제영화제 단편 및 기록영화 구성상을 수상했다.

이어 그해 10월에는 일본 후쿠이 영화제 단편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단편 극영화 ‘마토우- まとう’를 춘천 국제대학생평화영화제에 출품, 상영하기도 했다.

1994년 일본에서 있었던 조선학교 여학생들의 치마저고리 테러 사건을 소재로 삼은 ‘마토우’는 36분의 상영시간 동안 재일(在日)이라는 존재가 갖는 불안과 고민, 갈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 박 감독은 영화에서 상투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연출 스타일은 여전한가.

■ 원래 다큐는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이번엔 그게 좀 어려웠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조선학교 출신이고 영화를 찍는 순간에는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을 함께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만들려고 해도 그게 안 됐다. 그래서 도중에 그건 말자고 생각했다. 내가 살아온 삶과 생각, 마음을 그냥 그대로 보여주자, 판단은 관객들이 해달라고 생각을 바꿨다.

또 그전에 만들었던 ‘마토우(まとう)’나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런닝타임이 길어서 좀 힘들었다.

□ 지난 2010년 일본 후쿠이 영화제 단편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마토우’의 장편 사업을 추진하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마토우 장편 사업은 계속 추진 중이긴 한데 제작비도 충당해야 하고 극영화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각본 문제도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고 또 다른 방식으로 문제의식을 표현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서 이번 다큐가 만들어진 것 같다.

마토우는 내가 조선대학교를 졸업한 후 영화전문학교를 다니면서 33살에 졸업작품으로 만든 것이고 7년이 지나서 세 번째로 만든 작품이 ‘하늘색심포니’이다.

박영이(朴英二)는 우리식 이름이기도 하지만 일본어로는 ‘에이지’로 발음되는 완벽한 일본 이름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자식을 낳은 재일동포 부모들은 아예 한국 이름을 짓거나 완전 일본 이름이기도 한 우리식 이름을 지어주기도 한단다. 박 감독은 다른 사람들은 좀처럼 잘 쓰지 않는 이름이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자신의 이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수정, 3월 3일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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