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북한의 핵실험과 짧게는 최근 개성공단 폐쇄로부터 촉발된 남북관계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특별연설을 통해 밝힌 주요 키워드는 ‘북한 변화’와 ‘대북정책 전환’이다. 한마디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 핵심은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북한 변화론’과 ‘북한 붕괴론’. 어디선가 많이 듣던 레퍼토리다. 시기를 달리해 수없이 나왔지만 특히 미국 부시 행정부 때 ‘악의 축’을 필두로 극성을 떨치지 않았는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를 위해 국민적 단합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에 이르기까지 매 상황에서 지속되게 나타난 박 대통령의 몇 가지 오판을 먼저 살펴보자.

새해 벽두인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 박 대통령은 곧바로 대북 확성기 재개 카드를 사용했다. 첫 번째 오판이다. ‘핵실험 대 확성기’. 뭔가 어울리지 않은 구도다. 평시에는 북한에 타격을 줬을지 모르지만 이 때는 달랐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협소화시켰다. 국제 공조를 취해야 할 때 독자제재를 한다는 것은 마음이 급하거나 개인적 화풀이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대북 제재 카드 하나를 무의미하게 소진한 것이다. 한번 잘못된 판단은 계속 잘못된 판단을 낳는가? 나아가 북한의 핵실험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박 대통령은 2월 7일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자 당일 미국과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 개시를 선언했다. 두 번째 오판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는커녕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드 배치 선언으로 한반도에는 단번에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들어섰다. ‘북한 대 국제사회’라는 ‘1 대 다자 구조’가 사라짐과 동시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적 제재 전선이 흐트러진 것이다.

잘못된 판단은 계속된다. 2월 10일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세 번째 오판이다. 다음날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로 대응할 것조차 예상하지 못한 듯 허둥댔다. 가장 큰 궁금증은 북한의 핵실험 및 위성 발사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그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자금 전용 문제’는 앞서 홍용표 통일장관이 수차례에 걸쳐 말을 바꾸다가 결국 증거자료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격이 됐다. 한 정부 안에서도 대통령과 주무장관의 말이 서로 안 맞는 것이다. 그만큼 급하고 소통조차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국제적 차원이 아닌 남북문제로 더 한층 협소화시켰으며 나아가 남남갈등으로까지 왜곡시킨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이날 이 모든 난제를 풀기 위해 국회 특별연설을 자청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거듭된 오판은 그릇된 해법을 낳는가? 박 대통령은 북핵 포기를 위해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말미를 “저와 정부는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도록 만들”겠다고 장식했다. 이를 위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계속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독자제재는 다 소진했고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중국이 자국의 ‘한반도 핵문제 처리 원칙’과 사드 문제로 여전히 소극적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초강력, 아니 초초강력 제재를 통한 북한의 변화! 미국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수십 년에 걸쳐 수십 차례 시도해봤을 법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하겠다고? 그래서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잘못된 해법 앞에 무작정 국민적 단합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북한의 변화는 그 스스로가 하는 것이고 정 외부에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제재나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가능한 것임을 대북사업을 해온 숱한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