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다음날인 9일 서울 중학동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김서경, 김운성 조각가를 만나 '기억정의재단'의 설립과 이를 위한 기금 모집 활동인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 등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구 일본대사관 앞 인도, 빈 의자 옆에 앉아 있는 ‘평화비 소녀상’은 한사코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기어코 기억을 지우려는 세력이 격돌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소녀의 얼굴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과거 아픔과 군국주의를 향한 서늘한 응시가 있으며,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모두 들어 있다. 10대의 소녀들이 할머니가 된지도 오래, 한명 두명 세상을 뜨지만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현재의 소녀들이 잊지 않겠다며 이곳을 찾고 있다.

나라 잃은 식민지 조선의 어린 소녀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형언할 수 없는 치욕을 오늘의 젊은이들은 과거의 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28일 소녀상 철거 약속을 전제로 일본측이 재단에 10억엔을 출연하는 방안이 한.일 양국 정부사이에 합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생들은 즉시 소녀상 이전 및 철거 반대 농성에 돌입했다.

수은주가 영하 16도까지 떨어진 지난해 말 시작된 농성은 설날 연휴인 9일까지 42일째 계속되고 있었다. 소녀상은 담요에 모자, 목도리, 귀마개까지 꽁꽁 싸맨 채 추위를 이기고 있었고, 아직 뒤꿈치를 땅에 붙이지 못한 발에도 양말이 신겨져 있었다. 등불과 꽃다발, 꽃신, 수호 진돗개 인형까지... 모든 걸 다 바쳐 소녀상을 지키겠다는 정성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어느새 인권과 평화를 일깨우는 가장 강력한 상징이 된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 김운성 작가를 설 다음 날인 9일 소녀상 앞에서 만나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 등 올해 새로 계획하는 여러 활동에 대해 들어 봤다.

그동안 남편과 부인의 이름을 나란히 이어서 ‘김운성·김서경’으로 쓰던 이 부부 조각가는 앞으로 ‘김서경운성’이라는 한 이름으로 붙여 쓰기로 했다며,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더욱 더 한 몸처럼 활동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가운데 점도 찍지 말고 한 사람의 이름처럼 써달라고 요청했다.

▲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는 일상에서 평화를 실천하고 전세계로 확산하기 위한 공공예술 프로젝트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통일뉴스 : 지난해 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문제를 일본 당국과 졸속으로 합의한 이후 엄청난 비난여론이 쏟아졌는데,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빌미로 이에 대한 부담을 덮으려는 듯 '북한 때리기'에 압도적인 물량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진행되는 상황이 있나.

■ 김서경운성 : 아까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학생들하고도 말했는데... 외교부 당국자들이 할머니들을 개별적으로 찾아갔다. 당국자들은 한일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문제에 대해 합의하고 재단 설립과 운영을 위한 기금마련을 하기로 한데 대해서 모든 할머니들이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부 당국에서는 피해 당사자들을 찾아다니면서 한.일 정부사이의 합의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근거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이를 토대로 합의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아가 소녀상 철거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가 제시한 10억엔 전제조건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징검다리를 놓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 당국자들이 할머니들을 개별접촉하는 것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나.

■ 할머니들에 대한 개별접촉은 이제 다 끝났다. 문제는 어떤 내용으로 언제 발표할 것이냐 하는 것인데... 북한 핵과 로켓 발사를 계기로 남북대결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정부 당국의)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것 같다.

□ 그렇게 보는 근거는?

■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박근혜 정권이 그나마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 외교영역에서 성과를 냈다는 것인데, 지금 북한 핵 및 로켓 발사를 빌미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화하면서 중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미국으로부터 사드만 구입해주면 될 것으로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런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로 비화되지 않았나? 당장 사드 배치를 언급한 정부의 태도는 평화와 공존의 가치로 함께 해야 할 이웃 대국인 중국에게는 적대행위로 비춰지는 것 같다.

중국은 정부의 사드 배치 발언 이후 ‘타격’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행제한에 이어 경제제재 조치가 취해지면 과연 정부가 책임질 수 있나? 국민들은 그 불안과 경제적 압력을 고스란히 짊어져야하는데...

지난해 말 한.일 당국이 졸속으로 처리한 위안부 합의에 이어 사드 배치 공식화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은 큰 외교적 실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해서는 그동안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 없이 압박 일변도로 밀어붙인 정책의 실패로 보아야 하는데, 지금 왜 이렇게 당당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당장 4월 총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 할머니들께 설 인사는 다녀 왔나?

■ 김서경 : 할머니들은 설 지나서 찾아뵙기로 했다. 그 전에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무슨 행사를 만들곤 했는데 이제는 할머니들이 살아 계실 때 할머니들에게 헌정·헌사하는 조형물 같은 걸 구상 중이다.

■ 김운성 : 할머니들이 수십 년 동안 싸움으로 인해 몸이 많이 불편하시지 않나. 사실은 지난해 말 한.일 정부 사이의 합의 전에는 몸이 아파서 (수요시위에) 못 나오시다가 (합의 후에) 너무 화가 나서 가끔 나오시는데... 사실은 다들 몸이 안 좋아서 나올 형편이 못된다.

우리도 많이 걱정하던 차에 할머니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5월에 할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정 전시회 등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할머니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평화의 이야기를 전하고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장본인들이니까.

▲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대학생들의 농성 42일째. 김서경, 김운성 작가가 설 명절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학생들을 찾아 격려했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학생들이 엄동설한에 계속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농성을 해 오고 있다.

■ 김서경 : 대학생들에게는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다. 그야말로 엄동설한에 나와서 밤을 새우는데...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이 보이는 측면이 있다.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8개 단체가 농성장을 지켜왔는데 점차 일반인들과 각 대학 총학생회가 합류하면서 이달 말까지 일정이 연장된 상황이다.

그 전에 대학생들과 함께 이화여대 앞과 제주도에서 두 개의 소녀상 조형물을 설치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 때는 대학생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대학생 평화나비가 생기는 등 뭔가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대학생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지금까지 만든 소녀상이 6종류에 달하고 국내에 27곳, 미국 2곳, 캐나다 1곳에 설치돼 있다. 중요한 특징이나 의미있는 내용이 있으면 설명해 달라.

■ 김서경 : 2014년 12월 24일 ‘대학생 평화나비’ 설립 1주년에 맞추어 이화여대 앞거리에 설치한 소녀상은 ‘도약하는 평화나비’라는 의미를 담아 파란 날개를 달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그해 1월 17일 거제도에 세운 소녀상은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화헌법 9조를 수정 내지 폐기하려고 하는 등 재무장 의도를 노골화하는데 맞서는 의미에서 분연히 일어선 모습으로 표현했다.

미국 LA 인근 소도시인 글렌데일시는 소녀상이 설치된 후 일본 정치인들이 철거를 요구하며 이곳을 찾고, 반대의 이유로 미국과 한국 정치인들이 계속 방문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 "2014년 12월 24일 ‘대학생 평화나비’ 설립 1주년에 맞추어 이화여대 앞거리에 설치한 소녀상은 ‘도약하는 평화나비’라는 의미를 담아 파란 날개를 달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사진제공-김서경운성]

■ 김운성 : 소녀상을 없애려는 일본 정부의 여러 시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집요하게 추진되었고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베 총리는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안보법제 제·개정을 관철시켰고 국내에서는 진전이 없던 친일교과서가 국정화의 이름으로 진척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글렌데일에서 그토록 뽑아내려고 했던 소녀상은 지금은 일본대사관 앞 ‘원본 소녀상’으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 없애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는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 일본 정부는 2011년 12월 14일 오전 7시 서울시 중학동 구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으로 소녀상이 설치될 당시부터 제작을 방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에는 어떤 형태의 방해가 있었나.

■ 우리한테 뭐라고 직접 제기한 건 아니고 언론을 통해 한일외교의 불편함을 거론하며 제작을 방해했었다. 지금처럼 평화비 소녀상이 아니라 비석을 세우려고 했을 때부터 압박이 들어왔었다.

일본은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면 기억도 묻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는데 소녀상이 할머니들을 대신하는 강력한 상징으로 작용하니까 그것이 불편했던 것 같다.

□ 최근에 소녀상 설치의 법적 근거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는데.

■ 종로구청장이 자기 입으로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다고 밝혔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정부가 설치한 게 아니고 국민이 모금으로 세운 설치물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철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 않았나.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외교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개별접촉하면서 ‘소녀상은 허가받지 않은 불법 설치물이다. 저건 뽑힐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기금에는 개인보상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외교부에서는 할머니들을 쫒아 다니면서 N분의 1로 나누어 드릴 것이라고 떠들고 다니고 있다.

법률적으로 소녀상의 거취는 설치 주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승인기관인 종로구청장의 재량에 속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따라서 외교부가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으며, 이에 앞서 한.일 외교장관의 회담 결과가 소녀상의 이전이나 철거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2011년 소녀상 설치 당시 도로 위 시설물에 대한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도로법 제5조’를 우회해 여성가족부가 종로구청에 설치를 요청한 것이어서 정부가 종로구청과 명목상의 협의를 거쳐 이전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뒤늦게 파악이 되었다.

지난해 말 한.일 외무장관 합의 이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소녀상 이전을 막기 위한 철야농성이 40여일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최근 서울시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부근에 소녀상과 나란히 앉은 중국 위안부 소녀상이 들어서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나?

■ 김서경 : 아직 구체화된 계획이 있지는 않다. 난징대학살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중국계 미국인인 레오스융 씨가 위안부 문제로 관심을 확대하면서 중국 칭화대 판이췬 교수와 함께 작업을 하던 중 소녀상과 나란히 앉은 중국 위안부 소녀의 구상을 갖고 우리에게 의뢰를 해온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위안부 소녀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 김운성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과 대만에서는 위안부가 국가 권력에 의한 공출 방식으로 조달됐다면 중국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는 납치된 경우이다.

■ 김서경 : 우리는 공출이든 납치이든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피해를 당한 모든 나라의 소녀들이 함께 앉아 있는 평화와 연대의 소녀상을 만들고 유엔본부 같은 곳에서 전시도 하고 싶다.

□ 북측과는 '위안부' 관련 협력이 논의되고 있나?

■ 우리는 루트가 없어서 직접 협의한 바는 없다. 정대협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공동 대응 등을 주로 협의하니까 소녀상만을 주제로 북측과 협의한 바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북측을 방문한 해외동포들이 소녀상과 관련한 협력사업을 제안하면 북측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답하는 것으로 듣고 있다. 장차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다.

▲ 두 작가는  미래세대의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소녀상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좋고 잠을 못자도 좋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일부 언론을 통해 소개된 베트남 피에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 김서경 : 본인들이 전쟁 피해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각국의 내전과 전쟁 피해 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 위해 직접 돈을 내시고 기금을 조성해 ‘희망나비’ 재단을 만들었다.

모금을 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고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평화박물관 등 관계자들과 함께 평화기행의 일환으로 베트남을 방문, 현지의 위령비와 ‘증오비’ 등을 보면서 깜짝 놀랄만한 경험을 했다. 특히 한국군의 학살 사실이 묘사된 ‘증오비’는 충격적이었다.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아기들을 보면서 위령비를 세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대협과 평화박물관, 그리고 베트남 현지에서 활동하는 구수정씨 등과 협의를 한 끝에 앞서 베트남과 관련한 활동을 해온 분들의 뜻을 한데 모아서 우선 베트남 재단을 만들기로 하고 사과와 반성의 의미를 담은 ‘피에타’를 세우기로 한 것이다.

■ 김운성 : 추모라기보다는 ‘사죄와 반성의 조형물’이라고 해야겠는데... 그래서 그 제목을 ‘베트남 피에타’라고 한 것이다. 소녀상도 아픈 상처를 담은 것인데... 베트남에서는 우리가 군국주의 일본이 우리에게 한 것에 못지 않게 상처를 준 경우가 된다. 소녀상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죄와 반성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파월 장병들과 고엽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월남에서 한 일을 애국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미국정부로부터 돈을 벌기 위해 용병으로 참전했다는 것이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 일본 정부가 출연하겠다는 기금을 대신해 민간의 노력으로 ‘정의기억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작은 소녀상’을 매개로 한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달라.

■ 김서경 : 텀블벅이라는 사이트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금가지 진행한지 일주일 정도 됐다. 사이트에서 작은 소녀상을 구입하면 제작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정의기억재단’의 재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모금 목표기일까지 52일 남은 상태인데, 1억원을 모으려는 당초 목표는 이미 달성해 46시간 만에 1억4천만원을 조성했다.

■ 김운성 :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마치 혜택을 베푸는 듯한 태도로 기금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기금의 성격은 분명히 사죄와 반성, 재발방지가 전제되는 ‘배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국제기구에 기부하듯이 하려고 한다. 이건 아니다. 이걸 감사하게 받을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거부한다는 의미가 있다.

‘10억엔 줄테니까 내가 사과한 것 받아들여. 알았지? 그리고 다시는 이 문제를 꺼내지 말아’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김서경 : 국민들이 기금을 모아서 우리 땅에 설치한 상징 조형물을 자기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치우라는 요구도 불쾌하고 불가역적 합의라는 표현도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 김운성 : 더구나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최근 사드 배치 등으로 중국과의 갈등이 덧씌워지면서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의 심각성이 덮이는 듯한 분위기에서 이 사안을 항상 끄집어내서 상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는?

‘김서경 김운성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라는 부제로 진행하고 있는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각각 10cm, 20cm, 30cm 크기로 제작된 작은 소녀상을 사무실 책상이나 거실 책장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녀상의 친구가 되고 평화의 상징물인 소녀상을 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한 운동.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의 3D 입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3가지 크기로 만들어진 작은 소녀상은 PVC, ABS수지와 레진 소재로 제작돼 브론즈 색상으로 채색되는 과정을 거친다.

제작비를 제외한 후원금 전액을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하며, 모금은 3월 31일까지 하고 4월 15일께 작은 소녀상 배송 등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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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금계획이 초과달성되면 2차, 3차 계획도 세워야 할 것 같은데.

■ 김운성 : 이번 모금을 통해 2억 원 정도가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건 그대로 진행하면서 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구상을 해봐야 한다.

일본 정부는 유엔에 위안부 강제동원은 없었으며,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온 것이라는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모금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193개 유엔 회원국 대표들에게 작은 소녀상을 만들어 보내면서 위안부 피해 관련 역사적 사실을 정리한 자료를 함께 발송하려고 한다.

□ 부부 조각가로서 꾸준히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예술 작업으로 승화시켜온 삶을 살아오고 있는데 때로 힘들지는 않나?

■ 김서경 : 할머니들은 몸이 아프지만 수요시위 현장에 나오는 이유를 젊은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미래세대의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라고 말씀하신다. 할머니들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

■ 김운성 :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건 사람들의 한결같은 꿈이라고 생각한다. 소녀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평화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고 그 꿈을 사람들 사이에 계속 확산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 작가로서 우리가 바라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잠을 못자도 좋고 힘들어도 좋을 뿐이다.

참, 3월 1일부터 15일까지 소녀상 부근 인사동 고도갤러리에서 지금까지 제작한 소녀상 6종을 모두 볼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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