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 성공했다. 북한 측에 따르면 첫 수소폭탄 실험이다. 북한은 이날 가장 높은 수준의 ‘공화국 정부성명’ 발표를 통해 “첫 수소탄(수소폭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알렸다. 북한은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 이후 2009년 5월, 2013년 2월에 걸쳐 세 차례 핵실험을 했으며, 이번에 10년 만에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 실험에 나선 셈이 된다.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세계에서 6번째 수소폭탄 보유국이 된다. 지구상에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소련, 영국, 중국, 프랑스 등 5개국뿐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현저히 높아진 것이다.

북한은 이번 수소폭탄 실험으로 국제사회에 ‘빈말하지 않는 북한’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아울러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터프한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사실 북한은 이미 수소폭탄 개발을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개보수를 끝낸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면서 “우리 수령님(김일성 주석)께서 이곳에서 울리신 역사의 총성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조국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자위의 핵탄,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며 수소폭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이 지난해 12월 21일 동해 신포항 인근 수중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무차별적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언제고 위성 발사와 핵실험을 할 태세와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번 수소폭탄 실험 택일은 절묘했다. 북한의 전형적인 기습공격을 보는 듯하다. 이미 지난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위성 발사설이 대두됐으나 어떤 이유에서건 무산됐기에 호흡을 고르던 차였다. 더구나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며 사실상 북한의 핵실험 등을 반대해 왔기에, 또한 류윈산의 방북과 더불어 북한이 이에 맞추는 듯 했기에 최근 북.중관계 복원이 예상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특히, 통상 북한의 ‘도발’은 ‘미사일 발사-핵실험’의 순서로 이어졌다. ‘선(先) 미사일’이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연초부터 핵실험이 진행된 것이다. 그것도 수소폭탄 실험으로. 게다가 북한은 앞서 세 차례 핵실험을 했을 당시 1-2일 전 미국과 중국에 사전 통보를 했으나 이번에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5월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이 우호적 대외환경 조성 차원에서 ‘전략적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둬왔지만, 이 같은 관측에 허를 찔린 것이다.

북한의 이날 수소폭탄 실험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사전에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고 해도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뼈아프다. 과거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핵무기 운반과 조립 등과 같은 사전 준비를 했고 이는 한미 양국 군 당국에 포착됐다. 그러기에 군 당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최소 한 달 전에는 예측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번에 빈말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풍계리 핵실험장을 민간 위성사진으로 관찰해온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경우 지난달 관찰 보고서에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판단했기에 북한의 이번 수소폭탄 실험 움직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북한이 우리 군과 국제사회가 파악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핵실험을 했다는 얘기밖에 안 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듯 이번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은 그 시기의 절묘함과 은밀성 때문에 누군가의 말처럼 “‘서프라이즈(깜짝)’ 실험”이 된 것이다.

북한의 이번 수소폭탄 실험 의도는 명백하다. 외부적으로는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히자는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자위적 조치로서 ‘핵억제력’을 갖자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 공화국 정부성명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서게 되었으며 우리 인민은 최강의 핵억제력을 갖춘 존엄 높은 민족의 기개를 떨치게 되었다”고 밝힌 게 그것이다. 또한 북한은 같은 성명에서 “미국의 극악무도한 대조선 적대시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의 핵개발 중단이나 핵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과의 문제임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로써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을 통해 전략적 노선인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했다. 북한의 셈법은 간단하다. 핵보유국이 됨으로서 체제안정을 이루고 또한 체제안정을 이룸으로써 국방비용을 절감해 그 여유분을 경제개발 비용으로 돌림으로써 숙원인 인민생활 향상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재일 <조선신보>가 “2016년 1월의 수소탄시험은 조선식 경제부흥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강조한 것이 그 맥락이다.

교훈을 찾아야 한다. 상투적으로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대북 제재에 들어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8.25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는데 이도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해법은 오직 하나. 북한도 공화국 정부성명에서 명백히 밝혔듯이 미국이 나서야 한다. 이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파탄 났으며 또한 시간은 미국편이 아닌 북한편이 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오죽하면 북한이 “수소탄 시험은 미국이 우리를 오판하고 실행해오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한 대답”이라고 주장했겠는가. 북한은 공화국 정부성명에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으로 미국의 아픈 곳을 찌른 것이다. 미국이 여전히 ‘전략적 인내’를 고수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무장력은 고도화되고 핵이전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당장 미국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제 북한이 다루기가 힘들고 길들이기가 어려운 존재임이 드러났다. 이처럼 터프한 상대와는 대결하는 것보다 대화를 나누는 게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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