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7일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받아들일 수는 당연히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장관은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6.15공동선언 2항에 명시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방안이 일선 학교 통일교육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낮은 단계든, 높은 단계든 연방제는 연방제고 그건 북측의 통일방안”이라며 이같이 말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연방제란 단어가 들어가는 통일방안은 북측의 것이기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낮은 단계든, 높은 단계든’ 무조건 받지 않겠다는 것은 북측의 것이라면 무조건 반대한다는 식으로 들릴 정도로 ‘소아적 발상’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지난 2000년 남과 북의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합의한 통일방안을 지금 통일부장관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격’에도 맞지 않고 다소 ‘도발적’이기까지 합니다. 아울러 합의의 한 주체인 북측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주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둘째, 모두 5개 항으로 된 6.15공동선언 중에서 제2항은 통일방안에 관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핵심 조항입니다. 제2항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6.15공동선언 전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셋째, 남과 북은 각각 자기의 통일방안이 있습니다. 자기의 통일방안만을 옳다하고 상대편의 통일방안을 부정하면 평화통일은 영영 불가능할 것입니다. 서로가 다른 통일방안을 놓고 가능한 방법을 맞춰나가는 게 지혜롭고 올바른 방법입니다. 이런 점에서 6.15공동선언의 제2항은 ‘낮은 차원이나마’ 남북의 정상이 만나 최초로 합의한 매우 의미 있는 통일방안입니다. 앞으로 여기서 출발해 ‘더 높은 차원의’ 통일방안 합의로 나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홍 장관의 전날 위 발언에 대해 “6.15 남북 공동선언을 포함해 모든 남북 합의사항을 존중한다는 것은 정부의 기본원칙”이라며 ‘제2항 불수용=6.15선언 부정’이라는 등식을 불식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 대변인은 “그렇지만 6.15선언의 제2항은 남북이 통일방안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통일방안에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의미”라면서 “그래서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우리가 수용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홍 장관의 견해를 지원했습니다.

알다시피, 6.15공동선언 제2항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있습니다.

정 대변인이 “6.15선언의 제2항은 남북이 통일방안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통일방안에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했는데, 이는 6.15공동선언의 취지와 의미를 너무 좁게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6.15공동선언 자체가 남북이 합의한 것이고, 제2항 역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에서처럼 사실상 합의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남북이 이에 기초해 ‘실질적인 통일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남측이 남북의 합의사항인 6.15공동선언을 존중한다면서 그에 속해 있는 제2항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자가당착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남과 북은 서로 같은 점을 찾고 합의한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것마저 부정한다면 어디서 화해와 협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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