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북 당국회담이 결렬됐습니다. 남측 황부기 통일부 차관과 북측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을 수석대표와 단장으로 한 이번 차관(부상)급 남북 당국회담이 11일 오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1박 2일에 걸쳐 진행했지만 결실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남북은 합의사항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발표하지 못한 것은 물론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습니다. ‘결렬’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싶습니다. 이번 회담이 8년 만에 열린 남북 당국회담이자, 8.25합의 후속조치 성격인 첫 당국회담이었던 만큼 ‘결렬’이 주는 아쉬움과 당혹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12월 11일 회담에서의 결렬 이유는 너무도 명백합니다. 동시에 이는 이미 예상된 것이기도 합니다. 결렬 이유는 한마디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였습니다.

앞선 지난 11월 26일 남북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도 드러났듯이 남과 북이 관계개선을 위한 ‘첫수’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 남측에서의 ‘금강산 관광 재개 불가’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감지되던 참입니다.

반면에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북측의 집념은 익히 예상됐습니다. 북측은 8.25합의 이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물론 신계사 복원 8주년 남북 합동법회와 7대종단 수장이 참석한 남북 종교인모임 등을 잇따라 개최하면서 이른바 ‘적공’(積功)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12월 11일 당국회담에서도 이 점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남측은 “전면적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을 제기했으며,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입장을 이미 알고 있다면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니 이전과는 다른 전술을 갖고 나와야 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적어도 문제를 풀겠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북측은 금강산 관광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시켜 동시 이행을 주장했습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를 함께 풀자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남측은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그 성격이 다른 사안임으로 둘을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양측의 결정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 고수라는 예전의 입장을 그대로 들고 나왔지만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을 맞바꿀 수 있다는 변화된 방법을 갖고 나온 점입니다.

어느 쪽이 옳으냐고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어느 쪽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느냐는 것입니다. 사실 남측이 기존 입장을 그대로 들고 나온 이유 중에 하나는 명확합니다. 앞서 미국 행정부가 8일 북한 전략로켓군을 비롯한 단체 4곳과 개인 6명을 대북 제재 목록에 추가했기에, 남측 당국이 이 흐름을 역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12월 11일 남북 당국회담이 결렬됨으로써 8.25합의의 동력이 급속도로 소진되고 있습니다. 올해 2015년은 분단 70년 광복 70년입니다. 올 초 남북 사이에 정상회담 운운했던 호시절이 있기도 했습니다. 한 해를 보내는 지금 남과 북은 2015년에 정상회담 개최는커녕 가장 기본적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금강산 관광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낮은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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