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화순>에서 열연하는 50여 배우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미군정에 새총으로 맞서는 소년.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만세! 만세! 삼천리 강산에 해방조선 만세!”
“내일은 꼭 오리라!”

1946년 10월항쟁 직전, 이 땅에 '좌우'니 '빨갱이'니 하는 생경한 언어가 생기기 전 모순의 원형, 냉전과 분단독재의 배태기인 미군정에 맨몸으로 맞선 화순탄광 3천 광부들의 이야기.

100분 공연 내내 50여 배우들의 폭발하는 합창과 장엄한 서사가 심장을 파고든다. 해방 공간의 희열과 새 세상을 향한 열정, 군정의 탄압과 반동, 학살과 파업, 산으로 가는 사람들과 부모 잃고 그 뒤를 따르는 새총 든 소년들.

스탠딩뮤지컬 <화순>이 ‘한국판 레미제라블’이란 화제를 낳은 지난 9월의 초연에 이어 앵콜공연을 펼친다. 배우와 스텝 포함 70여 명의 출연진이 무보수로 분투하는 보기 드문 소재의 대형 무대이다. 11월 4일~8일, 대학로 엘림홀, 공연 문의 02-734-7744. 공연 블로그 http://hwasoon.tistory.com/

▲ 1945년 8월, 무너진 화순 탄광 갱도에서 노래극은 시작된다.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거기 사람이.”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매몰된 바위 틈을 뚫고 만세소리가 들린다. 해방이다. 구조된 광부들이 가족과 뜨겁게 재회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기다리는 집으로 아무 일 없듯이 집으로 가자. 가자.”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광부들은 자치위원회를 건설하여 탄광을 직접 운영한다. 새 세상을 향한 희열이 끓어번진다. “우리가 나고 자란 내 고향이건만 내 것은 아니었지. 허나 이젠 우리가 우리의 주인이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잠시나마 반짝이던 탄광촌의 평화.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미군정은 자치위원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해산시킨다. 탄광은 군정 소유로 넘어가고 긴장은 고조된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다시 올리는 깃발. “해방인 줄 알았더니 그놈이 그놈! 해방군이 아니라 순 훼방꾼이라.”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1946년 8월 15일 광부들은 해방 1주년 기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광주로 향하지만 미군의 탱크에 가로막힌다. “해방을 기념하는데 좌익 우익이 따로 있나? 우리는 가야겠으니 어서 길을 열어주시오. 으샤! 으샤! 으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학살의 혼돈, 기념대회는 강제해산당하고 너릿재에서 미군의 토끼몰이식 진압에 수많은 광부들이 죽고 다친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이건 꿈이야. 악몽을 꾸는 거야. 잠에서 깨어나면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반장의 장례식.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광부들은 미군정의 폭정에 맞서 파업을 준비하고, 경찰은 노조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좌익의 선동으로 나라가 어지럽다. 협력자도 방관자도 모두 엄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노조와 미군정 간의 협상은 결렬되고 광부들은 파업에 돌입한다. 미군정은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탄광촌을 포위한다. “별빛도 달빛도 이 땅을 비추지 않고, 우리의 조국은 우리를 구하지 않아도.”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광부들은 탄광촌으로 들어오는 다리를 폭파하며 격렬히 저항하지만, 미군은 특무대를 투입하여 지도부를 체포한다. 파업은 진압당하고, 화순탄광은 어둡고 긴 침묵 속에 빠져 들어간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살아남은 사람들은 체포를 피해 산으로 오르고, 부모 잃은 여럿 소년들도 어느 날 어디론가 사라진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지속되는 패배는 없다. “내일은 꼭 오리라!” 희망을 부르는 50여 배우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뮤지컬 화순 후기] 우리는 너릿재를 넘었을까 _ 왕조현

화순 탄광 사건은 불편하다. 뮤지컬 화순은 불편하다. 억압만 남고 사람은 사라진 현대. 그저 위로를 찾아 대학로를 찾아드는 대중들에게 ‘사람이길 고집했던’ 화순 탄광의 노동자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뮤지컬 화순이 가장 먼저 입을 떼는 넘버는 의미심장하다. “사람이 있어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그 주제대로 뮤지컬 화순은 오직 사람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무대가 배우를 만드는 것이 아닌, 배우가 있기에 공간이 무대가 되는 마술을 부린다. 40여 명의 배우가 몸을 울려가며 뿜는 소리는 귀가 아니라 몸뚱이를 관통해 들려온다. 너릿재에서 죽어갔던 광부들의 힘이 배우들에게 내려앉은 걸까. 지하 소극장은 화순 탄광이 되고, 조선 땅이 되고, 역사가 된다.

역사극이 으레 그렇듯, 가르치려들 수도 있었을 게다. 교훈을 전하기 위해 긴 말을 할 수도 있었을 게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지 않았다. 극의 초점은 화순 탄광에 살았던 이들의 삶을 향해 있다. 바보 같을 만큼 직선적인 시선은 정치적인 다툼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목숨이 꺼져가는 화순 마을에서 좌익과 우익이라는 단어는 바람처럼 가볍다. 상엿소리보다도 울림이 없다.

해방군이 아닌 조선 점령군, 미군에게 학살당한 화순 광부들. 과연 지금의 우리는 너릿재를 넘었을까. 여전히 너릿재에 갇혀 검은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 우리는 너릿재를 넘으려는 의지나마 남아있나. 칼에 살이 찢겨가면서도 이 고개를 넘어보겠다던 광부들이 그저 역사 속 희생자에 불과한가. 뮤지컬 화순이 남기는 의문은 무겁다. 이 의문이 대중을 행동으로 이끄는 도화선이 되길 기대해본다.

한 마디 더하자면, 좁은 무대와 많은 사람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애쓴 흔적이 보여 만족스러웠다. 터지는 에너지를 가진 뮤지컬 화순에게 지하 소극장은 너무 좁다. 이들에게 더욱 넓은 무대와 넉넉한 상연기간이 허락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대한민국의 뮤지컬 화순, 꼭 재연으로 만나게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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