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즈음한 ‘위성 발사설’이 물 건너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아직까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또한 보통 위성 발사를 위해서는 로켓의 이동과 연료 주입 등 7∼10일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기에 물리적으로 10월 10일 이전 발사가 사실상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측은 위성 발사를 몇 차례 시사하긴 했지만 그 날짜를 명시하진 않았습니다. 지난달 14일 북측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이 ‘조선노동당 창건 일흔 돌’을 제시하며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발사 날짜를 못 박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기에 북측은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를 뜻하는 ‘10월 대축전’에 대해 미국과 남측 등이 장거리 미사일을 뜻하는 ‘10월 도발설’로 여론을 몰아가자, 이는 ‘미국의 북 악마화전략의 구체적인 실천형태’, ‘8.25합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성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고 북측이 위성 발사를 완전히 접은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발사를 포기한 흔적이 없기에 그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상황이 변한 건 없습니다. 굳이 바뀐 게 있다면 외부세계에 의해 퍼진 ‘10월 도발설’이 순연되면서, 북측이 임의의 시간에 언제고 발사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북측은 그동안 위성 발사를 기정사실화하며 그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 왔습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지난 1일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위성 발사는 “주권국으로서의 자주적 권리”이며 핵실험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언제고 위성 발사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다만 그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앞서, 현광일 북한 우주개발국 과학개발국장도 지난달 2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로켓 발사가 임박했지만, 명절이나 기념일에 로켓을 발사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 이번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위성을 발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기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고 택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10월 위성 발사설’은 북측이 한 말이 아니라 외부세계가 북측의 당 창건 기념 축포용이라며 ‘10월 도발설’로 예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부세계가 ‘10월 도발설’로 여론화하며 자가발전한 것이 이제 방전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아직 확실하지 않긴 하지만 북측의 당 창건 70주년에 즈음한 ‘위성 발사설’의 무산을 보면서 몇 가지 교훈을 읽게 됩니다.

북측의 경우, 지난 ‘2012년 4월의 교훈’이 있습니다. 당시 북측은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을 맞아 축포용으로 위성을 쏘겠다며 외신기자들까지 불러들였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머쓱해진 적이 있습니다. 그 교훈은 위성 발사라는 ‘과학’과 축포라는 ‘이벤트’를 결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북측은 당시의 학습효과 때문에 위성 발사를 이번 당 창건 70주년 기념 축포와 결합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남측의 경우, 북측의 위성 발사라는 변수가 블랙홀이 되어 8.25합의 이행 등 모든 게 멈춰있습니다. 남측은 북측의 위성 발사만을 주시하며 모든 걸 그 결과에 따라 움직이겠다며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북측이 위성을 발사하면 8.25합의는 파탄난 것으로 간주하고 발사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야 뜸을 들이겠다는 심보입니다.

북측의 위성 발사만을 목 빠지게 쳐다보고 있다가는 아무 일도 못할 판입니다.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은커녕 아예 관계가 중지될 정도입니다. 이제 북측의 위성 발사는 병가지상사가 되었습니다. 북측이 언제고 위성을 발사한다면 그때 대처해도 늦지 않습니다. 북측의 ‘위성 10월 발사설’이 남측에 주는 교훈은 발사 여부에 관계없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속도 있게 나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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