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제주도에서 열린 제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남북한은 5개항에 합의하는 등 군사적 신뢰구축의 첫단계에 사실상 진입했다.

조성태 국방장관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제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이틀째 회의를 갖고 양측 지역을 연결하는 경의선 철도와 도로 주변의 군사분계선(MDL) 및 비무장지대(DMZ)를 개방해 남북관할지역으로 설정키로 하고, 이 문제를 정전협정에 기초해 처리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를 이룩해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긴요한 문제`라는 데 이해를 같이 하고 이를 위해 공동노력키로 한 내용을 골자로 5개항에 합의, 이를 공동보도문을 통해 발표했다.

이로써 남북 국방장관회담은 6.15 공동선언에 따른 군사적 뒷받침의 필요성에 의해 제기되어 이제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게 되었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합의문 4항으로 비무장지대 공사지역을 남북 관할지역으로 설정한 부분이다. 남북은, 철도 및 도로 주변의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개방해 남북 관할지역을 설정하는 문제는 정전협정에 기초해 처리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전협정에 따르면 북한과 유엔사가 비무장지대와 관련한 사항을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그러나 경의선 철도 도로지역 문제를 앞으로 남한이 유엔사를 거치지 않고 북한과 직접 협의하기로 유엔사의 양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 인민무력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토머스 슈워츠 유엔군 사령관이 이를 양해했다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북쪽에 보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관할지역 면적은 최소 32만 제곱미터이며 여기에 남북 공동역사를 건설하고 물류기지를 세운다면 그 면적은 휠씬 늘어난다. 이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관리가 현실화 될 조짐으로 보인다.

반면 북쪽은 이번 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일체 거론하지 않았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북쪽은 진정한 군사적 신뢰구축을 달성하려면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이 맺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은 군사분야의 화해, 협력이 가장 긴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를 위한 1단계 조치로 첫째, 남북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둘째, 대규모 부대 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 및 훈련 참관, 셋째, 남북 국방장관회담의 정례화 등을 제안했다.

반면 북측은 경의선 공사와 관련한 군사적 문제만을 협의하자고 주장했다. 과거의 불신, 대결로부터 벗어나 신뢰, 화해의 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군도 뒷받침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50여년만의 첫 남북장관급회담은 "쌍방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를 이룩하여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긴요한 문제라는데 이해를 같이하고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포괄적 합의문을 발표하고, 남북 민간인들의 왕래와 교류, 협력을 보장하는데 따르는 군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첫포문을 열었다.

이밖에 2차 회담을 11월 중순 북쪽 지역에서 열기로 하고, 경의선 철도 연결 및 도로 개설 공사를 위해 10월 초 남북 실무자간 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담을 마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북쪽 대표단 일행은 26일 오후 청와대로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하고 4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판문점을 통해 북쪽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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