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 영암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6.15산악회 회원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영암 고을에 둥근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사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님 보는 아리랑
                                         
   [하춘화의 ‘영암아리랑’가사 중에서]

   
필자는 어렸을 적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 중에 두 사람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었다. 그 두 사람은 바로 백제시대 때 일본에 학문을 전한 왕인박사와 가수 하춘화 씨다.

맞다. 필자의 고향은 전라남도 영암이다. 한국사람 아니랄까봐 어렸을 때부터 지연을 무척 좋아하였나보다. 물론 지금도 자연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여튼 영암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두 사람을 참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국립공원(1988년 지정)인 월출산(809m)을 내 고향의 자랑거리로 삼았다. 기암괴석이 정말 많은 월출산은 ‘호남의 소금강’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금강산과 참 많이 닮았다.

금강산을 바라보며 마치 월출산을 보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 밑에서 바라본 월출산 기암절벽.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필자가 금강산을 처음 갔을 때 온정각에서 금강산을 바라보며 마치 월출산을 보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어머니께서 살고 계신 고향집에서 웅장하게 솟아 있는 월출산을 보며 성장했지만 사실 월출산에는 몇 번 오르지 않았다. 그것도 매번 구름다리까지만 올랐었다.

때마침 '6.15한마음통일산악회(회장 권오헌)’가 8월 정기 산행으로 월출산에 가기로 해서 필자도 오랜만에 산행에 참가했다. 산악회는 22일 토요일 밤 서울역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영암으로 향했다.

새벽 3시경에 월출산 천황 탐방로 입구에 도착해서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4시부터 산에 올랐다.

이번 산행에는 서울에서 28명, 전남에서 5명 등 총 33명이 함께했다. 또한 항상 그렇듯 이번에도 종주를 하는 A팀과 하산 지점인 도갑사로 먼저 이동해 기다리기로 한 B팀으로 나누었다. A팀은 천황 탐방로 입구를 출발해 구름다리와 사자봉, 천황봉, 구정봉, 억새밭을 경유해 도갑사로 하산하기로 했다.

회원들은 김재선 대장의 지휘 하에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상기된 표정으로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며 구름다리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출발한 지 20분도 안 돼 유영호 형님이 “B팀으로 갈 걸 후회되네”라며 탄식을 했다. 왜냐하면 안개가 많이 낀 날씨에 굉장히 습도가 높아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땀으로 목욕을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가 “이따가 올라가 보시면 ‘B팀으로 갔으면 후회할 뻔 했네’라고 하실 것입니다”라고 한 마디 거들었다.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 구름다리 앞에서 찰칵.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1시간 여 땀과 사투를 벌이며 올라가니 팔각정과 구름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구름다리는 길이가 51m, 너비 0.6m이며, 절벽 높이가 무려 120m나 된다.

구름다리를 보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자아냈다. 안개에 휩싸인 구름다리는 이름처럼 마치 구름위에 다리가 있는 듯 신비롭기까지 했다. 동이 트기 전이고 안개가 많아서 우리들은 구름다리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을 보기 위해 아침식사를 하면서 동이 트길 기다리기로 했다.

안개에 싸인 구름다리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주먹밥과 라면, 도시락, 막걸리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안개위에서 식사를 하는 우리는 흡사 신선인가 싶다.

식사를 마쳤는데도 안개가 걷히지 않고 비가 올 조짐이라 서둘러 구름다리를 건넜다. 필자가 구름다리를 처음 왔을 때가 30여 년 전인데 그 때는 다리 바닥에 구멍이 뻥뻥 뚫린 철판이 놓여있었고 많이 흔들렸었다. 그래서 무서워 못 건너고 다시 내려갔었는데 지금은 훨씬 안전하고 튼튼하게 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건널 수 있다.

▲ 젊은 우리도 구름다리에서.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구름다리를 건너 천황봉으로 가는 길은 암벽에 설치한 철계단이 많다. 그런데 계단이 경사가 굉장히 심해서 처음 온 사람들은 용기를 내야할 정도다. 금강산 수정봉에 오르는 길에도 경사가 심한 계단이 무척 많은데 월출산도 그렇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고 나면 황홀한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 혹여 나중에 누구라도 이 곳 계단이 힘들어 오르기를 포기할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오르기를 강추한다. 오르면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평소 여러 산을 다녀 보신 권오헌 산악회장님도 오르자마자 펼쳐진 기암괴석들을 보며 “어쩜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는가!”라며 연신 감탄사를 자아내셨다. 회장님뿐이던가.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눌러대며 풍경에 푹 빠진 모습들이다.

나무 사이로 곳곳에 우뚝 솟아 있는 기암괴석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감탄사의 향연을 뽐내게 했다. 아름답고 장엄한 광경을 글로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혹여 시인이라면 할 수 있을 지도...

드디어 천황봉에 오르다

▲ 월출산 정상 천황봉에서.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산에 오른 지 4시간 만인 아침 8시 조금 넘어서 드디어 천황봉에 올랐다.

천황봉에 올라 봉우리들을 둘러보니 이 또한 예술이다. 안개가 자욱하게 봉우리들을 감싸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시 걷히며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곤 하는데 변화무쌍한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천황봉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오라는 뜻인가 보다.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산을 코앞에 두고도 40년이 넘게 정상에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니...왠지 월출산에 미안한 감정이 든다고나 할까. 아무튼 월출산이 마치 내 산이라도 되는 듯 어깨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 "힘들지만 올라왔어요"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여성 회원들 "우리도 올라왔습니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정상에서 잠깐 휴식을.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천황봉에서 도갑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도 굽이굽이 기암괴석이 펼쳐져 있다. 힘들게 올라왔지만 내려가는 길은 초반에만 급경사일 뿐 구정봉과 억새밭을 지나 도갑사까지 완만한 길이기에 크게 힘들지는 않다. 이 구간에서는 장군바위, 남근바위, 베틀굴 등 다양한 모양의 기암괴석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구정봉 근처에는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이는 국보 제144호이며, 전체 높이가 8.6m나 된다. 아쉽게도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마애여래좌상으로 가보지는 못하고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 이날 산사나이 권오헌 회장님도 다리에 쥐가 나는 통에 긴급처방을 받기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하산 길에 권오헌 회장님께서 다리에 쥐가 나는 통에 긴급처방을 받기도 했다. 필자도 오랜만에 산에 오른 탓인지 아니면 고향 땅을 왜 이제야 왔냐고 질책 받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쪽 무릎에 통증이 있어서 하산 길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 도갑사 입구에서 기다리는 B팀 선생님들을 만나 근처 식당으로 가서 늦은 점심식사를 한 후 서울로 출발했다.

“월출산을 마치 금강산에 오르는 기분으로 올랐어”

▲ 구름다리 위에 선 최고령 류기진 선생님. 류 선생님은 하산 후 “월출산을 마치 금강산에 오르는 기분으로 올랐어”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이번 산상강연은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진행했으나 강사는 잠이라는 놈에게 정세 주도권을 완전히 뺏기고 말았다. 역시 산상강연은 산에서 해야 한다는~~~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 출발 장소인 서울역에 돌아왔다.

9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월출산 종주를 하시어 6.15산악회 최고령 종주 기록을 쓰고 계시는 류기진 선생님께서는 “월출산을 마치 금강산에 오르는 기분으로 올랐어”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기쁨 가득한 표정 안고 집으로 향하셨다.

힘든 하루였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가하시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필자도 마냥 흐뭇했다.

 

<월출산의 모습들>

▲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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