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7~8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다음달 20~26일 금강산에서 각 100명씩 200명 규모로 진행하기로 8일 합의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이룬 8.25합의에 근거한 첫 결실입니다.

고위당국자 접촉에 이어 이번 적십자 실무접촉에서도 남북이 만나면 밤을 새더라도 합의를 내는 진풍경을 보여줘, 당사자들은 힘들었겠지만 흐뭇한 소식을 전해준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로써 남과 북은 관계개선의 도화선인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고, 8.25합의도 순항할 수 있는 탄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회담의 합의가 비교적 간단했음에도 불구하고 1박을 할 정도로 길어졌던 이유가 상봉 날짜에 대한 공방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즉, 상봉 날짜를 북측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이전으로 잡느냐, 이후로 잡느냐 하고 밀당을 했는데 후자로 됐다고 합니다. 남측은 북측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즈음한 위성 발사 가능성을 우려했는데, 이는 이산가족 상봉과 위성 발사를 연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쨌든 남측 정부는 이번 실무접촉에서 다음달 10일 이전에 상봉행사 개최를 바랐겠지만, 상봉행사 준비에 소요되는 6주 정도의 기간을 감안하고 또 북측이 ‘10월의 대축전장’으로 준비하고 있는 노동당 창건일을 피해야했기에 10월 20~26일로 잡았는데, 이는 양측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남측이 우려하듯 노동당 창건일에 즈음해 북측이 위성을 발사하느냐 여부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북 제재를 가하겠다고 그물을 쳐놓은 상태입니다. 최근 국제사회는 북측의 위성 발사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는 듯싶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측은 여러 경로를 통해 “우주개발은 (북한의) 국가 정책이고, 주권 사항이다”, “우주개발사업은 그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포기할 일이 아니다”, “연구 목적의 위성을 계속해서 우주로 쏘아 올릴 것이다”고 말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위성 발사를 시사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8.25합의로 형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를 감안해 북측이 위성 발사를 포기하거나 미룰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북측이 위성을 발사할지 안 할지는 오직 북측만이 알 것입니다. 북측의 기존 행태에서 판단하자면, 북측은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일정표대로 움직이기에 노동당 창건일에 즈음해 위성을 쏠 공산이 큽니다. 2012년 북한과 미국은 어렵사리 2.29합의를 했지만 뒤이은 북한측의 로켓 발사가 빌미로 되어 파기된 바 있습니다. 이후 여태까지 양국은 아무런 접점도 못 찾고 있습니다.

북측이 위성을 발사할 경우 남북 사이에도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소지가 큽니다. 북측이 위성 발사를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설사 한다고 해도 남측은 이를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위성 발사든 미사일 발사든 국제사회에서 해결할 여지를 남겨둡시다. 이산가족 상봉이 물거품 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급제동이 걸리고, 8.25합의도 동력을 잃고 좌초될 것입니다. 그러면 남북관계는 다시 8.25합의 이전 상태로 돌아가 완전 단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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