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광복군 출신 지복영 여사의 회고록 『민들레의 비상』이 출간됐다. 이 책은 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한 ‘여성독립운동가 시리즈’의 하나로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손부 허은 여사의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에 이어 두 번째로 빛을 보았다.

지복영 여사는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장군의 막내딸로 3․1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가던 1919년 4월 11일(음)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24년 여름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오빠를 따라 아버지가 망명해 있던 만주로 이주했다. 이때부터 1945년 해방이 되던 해까지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이 겪었던 역경과 신산한 삶이 회고록에 오롯이 담겼다.

손발이 부르트도록 황무지를 개간해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며, 일본군과 비적이 횡행하고 밀정들이 염탐하는 불안한 환경에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던 위태로운 나날들, 장티푸스로 죽을 고비를 넘겼던 일 등이 어두운 기억이라면, 어려서부터 고집스레 추구했던 향학열, 자연과의 교감, 국치일 기념식과 연극공연, 청년지사의 열정적 독립운동 등 자부심어린 추억에 이르기까지, 독립투사의 딸로 태어난 운명을 안고 여린 소녀가 ‘독립전사’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복영 여사는 19세 되던 해인 1938년 말, 일본군을 피해 피난 중이던 중국 광서성 유주에서 항적선전(抗敵宣傳)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1939년에는 한국광복진선 청년공작대에 참가했고, 1940년 한국광복군이 창군되자 자원입대하여 『광복』 잡지 발간, 적정 탐지, 광복군 초모, 대적 한국어 방송 등의 군사활동에 복무했다.

최근 천만 관객 동원을 바라보고 있는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 저격수 안옥윤으로 분한 전지현의 열연으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 광복군의 회고록이 출간되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여성독립운동가’ 시리즈 3편으로 독립운동가 김예진 목사의 아내 한도신 여사의 회고록을 곧 출판할 예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기존의 독립운동사가 지나치게 명망가 중심으로 사료에만 입각해 서술되고 있어 구체성과 생동감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면서, “특히 여성들이 독립운동에 기여한 바가 큰데, 공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진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문헌사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회고록 출간이나 생존 역사인물에 대한 구술조사사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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