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3년부터 1150년까지 통치한 수리야바르만 2세가 착공을 시작해 40년 동안 지어진 '앙코르와트(Angkor Wat)'. 현대의 기술로도 이러한 건축물을 40년만에 지을 수 없으며, 동서남북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지난 2일부터 1주일 동안 기자는 휴식을 위해 캄보디아 시엠립과 시아누크빌을 찾았다. 가난한 나라라고 하지만 가난이라는 기준이 과연 무엇을 두고 말하는 지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나라였다.

일본, 인도, 독일, 중국 정부는 앙코르 유적지 복원을 지원하고 있고 많은 학교를 세웠지만 정작 한국과 관련해 코이카가 세운 병원 한 곳만 보았을 뿐, 여기저기 널린 물건 파는데 급급한 한국기업들의 로고가 아쉬웠다.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앙코르와트는 크메르 민족이 건설한 유적 중 하나이고 5년 동안 벌어진 킬링필드의 이면에는 미국이 존재한다.

앙코르왕국은 802년부터 1431년까지 존재했다. 우리로 치면 후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 초기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이다. 그 기간 동안 찬란한 문명을 꽃피워왔는데 시대별로 나열하면 룰루오스 지역, 앙코르와트, 앙코르톰이다.

룰루오스 지역은 초기 앙코르문명을 엿볼수 있는 유적지이다. 앙코르와트는 나침반을 두고 정확히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어 어떻게 만들었는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그리고 대표적인 유산임을 자랑하듯 캄보디아 국기에 새겨있다.

앙코르톰은 도시이다. 사면상의 고푸라가 내려다보는 남문을 지나 '크메르의 미소'라 불리는 바이온, 바푸온, 피미엔나카스, 코끼리테라스, 문둥왕테라스 등이 남아있다.

그리고 영화 '툼 레이더'로 유명한 따프롬, 프랑스 제국주의의 무례함을 엿볼 수 있는 반띠에이 쓰레이 등 다양한 유적이 있다. 이들 유적은 캄보디아 시엠립에 위치하고 있다.

▲ '왓 트마이(Wat Thmei). 크메르루즈 정권이 자행한 킬링필드 희생자들의 유골이 안치된 사원이다. 시엠립에도 킬링필드의 흔적이 남아있다. 당연히 정숙해야 하는 곳이지만 시끄럽게 떠들고 웃는 한국 단체관광객들이 민망하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크메르루즈가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장악하던 캄보디아의 현대사를 알기 위해서는 수도 프놈펜으로 가야한다. 하지만 '킬링필드'가 캄보디아 전역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시엠립에도 킬링필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킬링필드 희생자들의 유골이 안치된 '왓 트마이'이다. 우리는 흔히 크메르루즈가 공산주의자들이고 이들이 잔혹한 킬링필드를 자행했다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크메르루즈가 어떻게 캄보디아를 장악했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캄보디아의 현대사는 프랑스 식민지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현재 캄보디아 국경도 프랑스가 제멋대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여기에 베트남 전쟁으로 참패를 거듭한 미국은 자신들이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아무도 모르게 당시 중립국이던 캄보디아를 침공한다. 그리고 당시 시아누크 왕을 축출하고 친미정권인 론놀을 세웠지만 그는 나라를 통치할 인물이 아니었다.

미국은 캄보디아를 침공하면서 베트남 전쟁을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캄보디아의 오랜 숙적인 베트남을 겨냥해야 한다면서 크메르루즈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에서 참패한 미국은 인도차이나에서 발을 빼면서 캄보디아도 그냥 내버려뒀다. 이는 크메르루즈가 정권을 잡는 길을 터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크메르루즈는 1979년 베트남이 침공하기 전까지 킬링필드를 자행했다.

한마디로 미국이 자신들의 목적으로 캄보디아를 전쟁에 밀어넣었고, 캄보디아는 킬링필드라는 학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시아누크 왕의 말이다. "베트남 전쟁을 캄보디아로까지 확대시키는 바람에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그들은 인도차이나의 상당지역을 공산주의자들 손에 넘겨주고 말았다. 바로 미국인들이 크메르루즈 정권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앙코르와트에서 만난 스님들. 캄보디아는 소승불교를 믿는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문화인류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캄보디아 시엠립은 반드시 찾아가야 할 곳이고 유적지를 둘러보기 전에 꼭 박물관을 찾아가는게 좋다. 그리고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진랍풍토기'와 '숨겨진 전쟁' 일독을 권한다.

'진랍풍토기'는 원나라 시대 주달관이 1년 동안 생활하며 쓴 책으로 오만한 중국인의 생각이 담겨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앙코르왕국의 생활상을 엿볼 수있다.

'숨겨진 전쟁'은 언론인 윌리엄 쇼크로스가 쓴 책으로 캄보디아의 현대사를 조망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시엠립의 '왓 트마이'를 방문하는 한국 단체관광객들에게 말하고 싶다. 제발 여기서만은 웃고 떠들지 말자. '빨갱이는 다 죽여야해'라는 말도 함부로 내뱉지 말자.

▲ 1191년 세워진 불교사원 '바이온(Bayon)'. 이 곳에는 사면상이 유명하다. '크메르의 미소'라고 불리는데 부처의 얼굴이라고도 하고 이 사원을 세운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고도 한다.[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1191년 세워진 불교사원 '바이온(Bayon)' 회랑에 새겨진 부조. 중국인 서당의 모습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9세기 후반에 세워진 최초의 피라미드형 힌두사원 '바콩(Bakong)'.[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1060년 세워진 '바푸온(Baphuon)'. 2011년 10월 처음 개방됐으며, '진랍풍토기'의 기록에도 나와있다. 프랑스 정부가 40년째 복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20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바푸온(Baphuon)' 서쪽면에 있는 와불. 힌두사원에 불상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세히 봐야 누워있는 부처를 볼 수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967년에 세워진 앙코르의 보석 '반띠에이 쓰레이(Banteay Srei). 화려한 부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반띠에이 쓰레이'의 데바타 부조. '동양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린다. 소설 '인간의 조건'의 저자인 앙드레 말로가 1923년 이 곳에서 여신상을 훔쳐 도망가다 잡혔다.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앙코르와트' 2층에서 3층을 바라본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앙코르와트' 회랑에 새겨진 부조 중 수리야바르만 2세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10세기말~11세기 세워진 '피미엔나카스(Phimeanakas)'. 왕궁터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피라미드형 유적으로 '진랍풍토기'에 금으로 된 탑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왕이 밤마다 이곳에서 잠을 자는데 신의 정령과 동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앙코르 톰 내부에 있는 코끼리테라스. 벽면 가득히 코끼리가 새겨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문둥왕테라스에 있는 문둥왕 조각. 캄보디아 보물 1호로 진품은 프놈펜 국립박물관에 소장 중이다. 발견당시 코와 손, 발이 문드러져 있어 한센병 환자 왕으로 추정됐으며, 실제 당시 왕들 중에는 한센병을 앓고 있던 왕이 2명 있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10세기 후반에 세워진 '동 메본(East Mebon)'. 지금은 물이 말라있지만 저수지에 세워진 힌두사원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12세기 후반 건설된 수상병원 '네악뽀안(Neak Pean)'. 중앙연못에 있는 탑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병이 나면 목욕을 하면 낫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앙코르와트 해자 등지에서 목욕을 한다고 한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12세기 후반 세워진 불교사원 '따솜(Ta Som)'. 동쪽문에 있는 고푸라가 벵골 보리수 뿌리에 감겨있는 모습이 유명하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1186년에 세워진 불교사원 '따 프롬(Ta Prohm). 영화 '툼레이더' 촬영지로 유명한데 스펑나무와 보리수 뿌리가 유적지를 휘감고 있어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압사라 부조가 나무 뿌리에 얼굴만 내밀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왓 트마이' 유골탑.[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캄보디아 휴양지 시아누크빌. 캄보디아 국왕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의 물자운송기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낮 동안 유적지를 둘러본 관광객들이 밤이면 몰려드는 시엠립 펍스트리트.[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펍스트리트의 한 술집에 걸려있는 손기정 선수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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