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1주일 동안 기자는 휴식을 위해 캄보디아 시엠립과 시아누크빌을 찾았다. 가난한 나라라고 하지만 가난이라는 기준이 과연 무엇을 두고 말하는 지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나라였다.
일본, 인도, 독일, 중국 정부는 앙코르 유적지 복원을 지원하고 있고 많은 학교를 세웠지만 정작 한국과 관련해 코이카가 세운 병원 한 곳만 보았을 뿐, 여기저기 널린 물건 파는데 급급한 한국기업들의 로고가 아쉬웠다.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앙코르와트는 크메르 민족이 건설한 유적 중 하나이고 5년 동안 벌어진 킬링필드의 이면에는 미국이 존재한다.
앙코르왕국은 802년부터 1431년까지 존재했다. 우리로 치면 후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 초기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이다. 그 기간 동안 찬란한 문명을 꽃피워왔는데 시대별로 나열하면 룰루오스 지역, 앙코르와트, 앙코르톰이다.
룰루오스 지역은 초기 앙코르문명을 엿볼수 있는 유적지이다. 앙코르와트는 나침반을 두고 정확히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어 어떻게 만들었는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그리고 대표적인 유산임을 자랑하듯 캄보디아 국기에 새겨있다.
앙코르톰은 도시이다. 사면상의 고푸라가 내려다보는 남문을 지나 '크메르의 미소'라 불리는 바이온, 바푸온, 피미엔나카스, 코끼리테라스, 문둥왕테라스 등이 남아있다.
그리고 영화 '툼 레이더'로 유명한 따프롬, 프랑스 제국주의의 무례함을 엿볼 수 있는 반띠에이 쓰레이 등 다양한 유적이 있다. 이들 유적은 캄보디아 시엠립에 위치하고 있다.
크메르루즈가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장악하던 캄보디아의 현대사를 알기 위해서는 수도 프놈펜으로 가야한다. 하지만 '킬링필드'가 캄보디아 전역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시엠립에도 킬링필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킬링필드 희생자들의 유골이 안치된 '왓 트마이'이다. 우리는 흔히 크메르루즈가 공산주의자들이고 이들이 잔혹한 킬링필드를 자행했다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크메르루즈가 어떻게 캄보디아를 장악했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캄보디아의 현대사는 프랑스 식민지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현재 캄보디아 국경도 프랑스가 제멋대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여기에 베트남 전쟁으로 참패를 거듭한 미국은 자신들이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아무도 모르게 당시 중립국이던 캄보디아를 침공한다. 그리고 당시 시아누크 왕을 축출하고 친미정권인 론놀을 세웠지만 그는 나라를 통치할 인물이 아니었다.
미국은 캄보디아를 침공하면서 베트남 전쟁을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캄보디아의 오랜 숙적인 베트남을 겨냥해야 한다면서 크메르루즈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에서 참패한 미국은 인도차이나에서 발을 빼면서 캄보디아도 그냥 내버려뒀다. 이는 크메르루즈가 정권을 잡는 길을 터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크메르루즈는 1979년 베트남이 침공하기 전까지 킬링필드를 자행했다.
한마디로 미국이 자신들의 목적으로 캄보디아를 전쟁에 밀어넣었고, 캄보디아는 킬링필드라는 학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시아누크 왕의 말이다. "베트남 전쟁을 캄보디아로까지 확대시키는 바람에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그들은 인도차이나의 상당지역을 공산주의자들 손에 넘겨주고 말았다. 바로 미국인들이 크메르루즈 정권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문화인류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캄보디아 시엠립은 반드시 찾아가야 할 곳이고 유적지를 둘러보기 전에 꼭 박물관을 찾아가는게 좋다. 그리고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진랍풍토기'와 '숨겨진 전쟁' 일독을 권한다.
'진랍풍토기'는 원나라 시대 주달관이 1년 동안 생활하며 쓴 책으로 오만한 중국인의 생각이 담겨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앙코르왕국의 생활상을 엿볼 수있다.
'숨겨진 전쟁'은 언론인 윌리엄 쇼크로스가 쓴 책으로 캄보디아의 현대사를 조망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시엠립의 '왓 트마이'를 방문하는 한국 단체관광객들에게 말하고 싶다. 제발 여기서만은 웃고 떠들지 말자. '빨갱이는 다 죽여야해'라는 말도 함부로 내뱉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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