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산악회 24명 7월 산행, 호명산 호명호수에서.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6.15산악회(회장 권오헌) 2015년 7월 정기 산행은 경기도 가평군 청평리에 있는 호명산(632m)이었다. 호명산은 산림이 우거지고 호랑이들이 많이 서식하여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곤 했다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상봉역에서 춘천행 지하철을 타고 청평역에 도착하니 부슬 부슬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9시 30분 청평역에 모인 인원은 모두 24명이었다.

그간의 산행과 마찬가지로 A팀은 청평역에서 출발하여 호명산 정상을 거쳐 기차봉 전망대를 지나 호명 호수를 보고 상천역으로 하산하기로 하였고, B팀은 상천역에서 호명 호수로 올라가 A팀과 만나는 것으로 정하였다. A팀은 산 정상까지 도전하는 쪽이고 B팀은 건강 등의 이유로 정상까지 가지 않는 회원들로 나뉘게 되었다.

▲ 가파른 등산로 중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청평댐.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나는 산악 대장께서 정상까지 9.3km(약 5시간 소요)이며 비교적 힘든 코스란 설명에 잠시 망설였지만 A팀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순간의 판단에 의해 모든 결과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종천 징검다리를 건너 호명산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25도 이상의 가파른 오르막길이 쉼터까지 이어졌다. 올라 간지 채 십 여분도 되지 않아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에 안경마저 뿌옇게 수증기가 서려 왔다.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머리까지 흠뻑 젖은 내 모습에, 애 낳고 몸 푸는 산모 같다는 농담을 하는 모 회원의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모두들 완주는커녕 정상을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눈빛으로 지켜보셨지만 구순이 넘은 선생님께서도 앞서 오르시는데 여기서 포기하고 되돌아 갈 수는 없었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하늘인지 땅인지 어질어질 방향을 잃은 나에게 조금만 올라가면 시원한 청평댐이 보인다며 수건 한 쪽 끝을 잡고 오르라고 손을 내밀어 준 총무, 조금만 힘내면 정상이고 평탄한 능선이라며 격려해 주시는 일행들 덕분에, 드디어 쓰러질 것 같았던 나는 632m의 호명산 정상에 도착했다.

▲ 632미터 호명산 정상에 오른 A팀.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인생의 험난한 여정도 옆에서 손잡아 주고 이끌어 주는 동지들 덕분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숨을 고른 후 기차봉 전망대를 거쳐 평평한 장소를 찾아 도시락을 나누어 먹고 나니 새로운 기운이 났다.

호명호수로 가는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길의 연속이었지만 비교적 완만한 능선이었다. 게다가 가지고 온 스틱을 내게 빌려 주신 산악 대장님의 호의에 힘입어 힘들지 않게 호숫가에 도착을 하였다.

▲ 호명호수에 오른 류기진 선생님. 구순을 넘긴 류 선생님은 매번 최고령 산행기록을 세운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호명호수는 양수발전용 댐으로 1979년에 건설되었다 한다. 회원들은 높은 산 위에 물을 끌어올려 전기를 만드는 것이 아직도 효율성이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이하게 두 마리의 백조와 거북이 조형물이 호수 가운데에 떠 있었다.

우리는 호숫가에서 기다리던 B팀 일행과 합류하여 모두들 자기소개를 하고, 곧바로 산상강연을 시작했다.

▲ 호명호수 옆에서 산상강연을 하는 통일뉴스 이계환 대표와 이 대표의 멕시코와 쿠바 여행 이야기를 부러워하며 듣고 있는 회원들.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 강연에 몰입한 강태희, 양원진(87세), 김영식 선생(83세, 왼쪽부터).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이번의 강연은 지난 6월, 20여일 간에 걸쳐 멕시코와 쿠바를 여행하고 돌아오신 통일뉴스 대표님이 해 주셨다. 미국의 봉쇄와 압박을 견뎌내고 결국 국교의 수립이라는 결과를 얻어낸 쿠바의 상황과 앞으로의 변화, 발전의 방향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미국의 금수와 봉쇄 조치를 당하고 있는 세계의 유일 국가가 되어버린 북한과 비교하여 미국의 조치를 이겨낸 또 다른 사회주의 쿠바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했다는 말씀도 하셨다.

산상 강연 후의 하산 길은 비가 내린 후의 축축한 돌과 나뭇잎이 미끄러워 조심스럽기만 했다. 보통은 오르는 길에 보지 못했던 산의 경치를 보면서 내려왔지만 그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다음 발을 딛을 곳을 찾기만 하는 하산이었다.

▲ 하산길 가평의 명물 잣나무 숲에서. [사진 - 통일뉴스 류경완 통신원]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눈앞에 잣나무 길이 끝이 안 보이게 펼쳐졌다. 다들 감탄사를 연발하며 잣나무 숲에서 끼리끼리 사진도 찍고 땅에 떨어진 잣방울을 줍기도 했다.

어떤 잣방울은 이미 청설모나 다람쥐가 씨앗을 모두 떼어가 버려 볼품없어진 것도 있었다. 이놈들의 특성 상 땅에 묻어두었을 것이고 혹시나 묻은 곳을 잊었다면 몇 해 후에는 새로운 잣나무 싹이 돋아오를 것이라는 상상도 해보았다. 잣나무 숲을 보니 가평잣이라는 이름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다.

산에 오르기 전, 태풍의 가장자리에서 거칠어진 바다처럼 헝클어진 마음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며 비 오듯 쏟아진 땀방울에 다 씻겨 내려간 듯 한결 가벼워졌다. 죽어라 힘들어도 꾸준히 걸어가면 무엇인가 내 몫은 남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축히 젖은 돌부리에 미끄러져도 이 시간을 함께 한 이들과의 기억이 나의 산행에 힘이 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손잡아주고 이끌어주는 동지들을 믿으며 힘들어도 함께 하리라 다짐을 하게 된 호명산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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