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27정전협정일(‘전승절’)에 즈음해 25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노병(老兵)대회에서 행한 축하연설을 두고 중국 측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다름 아닌 김 제1위원장이 1950년 한국전쟁에 북한 측을 도와 참전했던 ‘중국 인민지원군’을 명시적으로 거론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경의’를 표했기 때문입니다.

김 제1위원장은 먼저 “조국의 자유독립과 평화를 위한 성전에 고귀한 생명을 바친 인민군 열사들과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고 했으며, 이어 “조선인민의 자유독립과 동방에서의 평화를 위하여 우리 인민군대와 한 전호에서 어깨 겯고 피 흘려 싸우며 우리의 정의의 혁명전쟁을 도와준 중국 인민지원군 노병 동지들에게도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세상을 뜬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들’과 생존해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노병들’에게 경의를 표한 것입니다.

이는 북한이 7.27정전협정일에 즈음해 매년 행하는 중앙보고대회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알리거나 양국의 혈맹관계를 강조하기는커녕 아예 ‘중국’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않은 것과 비교해 볼 때 다소 놀라운 일입니다.

이에 중국 언론들도 26일 ‘김정은이 인민지원군 열사들에게 경의를 표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거나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중국군 노병에게 경의를 표했다”며 중국 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시한 김 제1위원장의 발언에 큰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중국 언론들의 양국 관계 개선을 바라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김 제1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수년간에 걸쳐 냉각 기류에 있는 양국 관계에서 볼 때 분명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아 왔습니다. 2014년만 해도 7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에 앞서 남한을 먼저 방문하자 ‘대국주의자’라는 말로 비난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규탄 언론 성명에 동참하자 ‘줏대 없는 나라’라고 힐난도 했습니다.

특히, 김 제 1위원장의 ‘경의’ 발언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오는 9월 3일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그의 참석 여부가 관심의 초점인 가운데 나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미 항일전승절에 김 제1위원장을 초청한 바 있습니다.

마침 지난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방문했습니다. 아울러 시 주석은 북.중.러 접경지역인 ‘창지투 경제개발구’를 찾아 개방과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북한 측에 화해 메시지를 보낸 바 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일까요? 북한은 말 한마디나 행동 한 거지(擧止)도 서툴게 하지 않습니다. 많은 복선을 깔고 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들’과 ‘노병들’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 중국의 항일전승절 열병식에 참가하는 등 당장 북중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중국에 대한 첫 번째 화해 메시지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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