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만의 합창 - 나비 날다' 총감독 이철주 문화기획자와 13일 광화문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천만의 합창’, 역사 이래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아니 시도할 엄두조차 내 본 적이 없는 거대한 통일 프로젝트가 구상에서 실현으로 옮겨지는 순간, 무거운 짐은 그의 어깨에 떨어졌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천만명의 시민이 천원씩 100억원의 기금을 모아 8월 15일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는 ‘2015 우리의 소원 천만의 합창 - 나비 날다’의 공연 총감독을 맡은 이철주(51) 문화기획자. 그는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우리 민족에게 미래가 없지 않을까. 그런 것이 동기가 됐던 것 같다”고 기꺼이 짐을 걸머진 이유를 밝혔다.

이철주 총감독은 13일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작심한 듯 박원순 서울시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참가를 공식 제안했다. 그리고 북측과 재일 총련측에도 다시 한 번 참가를 요청했다.

전날 이 감독은 천만의합창국민위원회가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어린이합창단, 그리고 재일본조선인총연맹(총련) 금강산가극단과 조선학교 어린이들을 초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굿 펀드’(www.goodfunding.net)를 오픈하고 1차로 7월 12일까지 10억원 펀드 모금에도 돌입했다.

그는 “서울시에 공동주최를 제안했고, 공동주최를 같이 해줬으면 한다”며 “장소도 서울시 것이고, 서울시향 교향악단과 서울시립 합창단도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이 오프닝 공연에 올라와 ‘우리의 소원’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밝혔다.

천만의합창국민위원회는 8월 15일 잠실운동장을 예약했으며, 오프닝 무대로 국회의장과 통일부장관, 서울시장, 그리고 성악가 조수미 씨를 함께 무대에 올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현재 이 행사의 후원을 맡는 것으로만 돼 있다.

그는 “우리 행사가 민간 주도이기는 하지만 통일은 민간만 갖고 하는 것이 아니”라며 특히 “박원순 시장이 참가해주면 좋겠다”고 특별히 요청했다.

또한 “올해 통일문화과까지 만들어서 통일문화를 범국민적으로 많이 알리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게 통일부라면, 거기의 수장이 통일부장관이라면, 당연히 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행정부 대표로 당연히 통일부 장관이 참가해서 시민들이랑 어깨동무하고 노래 불러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통일부는 후원공문을 받았지만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 ‘꿈의 기획’을 접한 누구나가 그러하겠지만 그는 “이게 될까?”라는 의문부호 앞에 가장 정면에서 답을 줘야 하는 입장이다. “그럼 반문하고 싶다. 분단 70년 동안 ‘통일이 될까?’라고 달려온 건지,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거다”.

단순히 큰소리만 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Vadim Repin)이 “남사할린도 일본 지배에 들어갔던, 같은 역사가 있었던 것을 본인이 알고 있기 때문”에 참가를 결정했고, “독일의 침공을 가장 많이 받았던 나라” 프랑스의 세계적 성악가 로베르토 알라냐(Roberto Alagna)도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참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악가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조수미도 이미 일정을 비워두고 있고, 음악에 문외한이라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도 참가를 위해 일정조정을 하고 있다는 것.

그는 “공연은 기본적으로 장소가 있어야 되고, 출연자가 있어야 되고, 관객이 있어야 된다. 그러면 잠실운동장은 우리가 빌렸다. 잠실운동장만큼 단일한 곳에서 많은 관객을 모을 데는 없다. 좋은 남북 아티스트 다 출연시키고, 세계적인 아티스트 다 출연시킨다. 그러면 힘을 같이 모으는 게 낫다. 재원도 같이 모으는 게 낫다. 왜 다 따로 하느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부터 민간의 '광복70돌, 6.15 15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과 조직들이 8.15 기념행사를 각자 준비 중이지만, 최근 남북관계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는 인터뷰 이후 6.15, 8.15공동행사 장소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6.15행사는 기왕 서울에서 추진하고 있으니, 북측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8.15행사는 평양에서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면서 “8.15방북단에 남측의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북측 예술가들과 함께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나비 날다>가 그 축하 행사가 되어, 애초의 남북공동행사의 의미를 드높이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광복70주년 준비위원회에서도 공동 주최하자는 우리의 제안을 수용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KBS 교향악단에 출연제안을 했었는데, KBS 본사 관할 부서에서 거부당했다”며 “KBS는 공사로서 이런 범국민 켐페인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압박했다. 13개의 위성채널을 갖춘 공영방송 KBS가 참여하면 전 세계 해외동포들도 이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기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

2003년 잠실운동장에서 <아이다> 야외공연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남북교류 초기부터 통일음악회를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남북 문화예술 교류에 나서 두 차례 금강산가극단 내한 공연을 성사시켰고, 2013년 철원 노동당사 특설무대에서 비록 북측 공연진의 참여는 불발됐지만 국제적인 평화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북측과 교류할 때 수용하기 쉬운 것부터 교류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도 “그건 이미 2000년도의 논리라는 거다... 북측이 정말 자랑하고 있는 혁명가극들을 나는 남측의 오페라 관객들한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냉정하게 예술적, 미학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측의 교예, 써커스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거 다 안다면, 남측의 자본력과 테크놀로지와 국제적 마케팅을 갖고 결합해서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통일문화 교류에서도 사고의 발상이 좀 바뀌어야”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쨌든 가장 목표로 삼는 레퍼토리는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우리 한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이 연합공연을 하고, 남과 북, 그리고 조선학교를 포함한 해외 어린이 합창단이 같이 노래를 하고, 해외 동포 예술가들도 참여를 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개인적으로는 100만을 넘는 것이 1차 목표고, 과연 1000만까지 얼만큼 도달할 것이냐. 그걸 보고 싶은 거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황의중 불암고 교사의 발의로 시작된 ‘천만의 합창 - 나비 발다’는 이철주 총감독의 손에서 세계적 공연으로 준비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는 “명분도 있고 감동도 있다는 이야긴데, 이런 것조차 함께 만들지 못하는 수준의 사회라면 또다시 더 큰 통일을 위한 노력들이 가능하겠느냐?”고 스스로를 추스렸다.

다음은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한 커피숍에서 이철주 ‘천만의 합창 - 나비 날다’ 총감독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해명> KBS교향악단, '천만의 합창' 일정 겹쳐 출연 검토 불가

<통일뉴스>는 지난 5월 18일자, “남북, 세계적 아티스트 다 출연시킨다” 제하의 인터뷰 기사에서, ‘천만의 합창’ 행사에 KBS교향악단 출연을 제안하였으나 KBS본사 관할 부서에서 거부당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바 있습니다. 관련하여 (재)KBS교향악단이 아래와 같이 해명해 왔습니다.

“이번에 보도된 행사의 경우 KBS교향악단은 이철주 천만의합창 총감독과 마지막 통화할 당시에, 이미 KBS가 개최하는 광복70주년 KBS 국민대합창 프로젝트에 내부적으로 참여가 결정된 상태라 일정이 겹치는 관계로 출연 검토 자체가 불가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드렸던 것입니다.”

(2015.6.2)
 

세계적인 아티스트들 참가 추진 중

▲ 인터뷰 전날인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천만의합창국민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철주 총감독(왼쪽)이 사회를 보고 있다. 이날 이 감독은 북한과 재일 총련에 예술단 참여를 공식 요청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천만의 합창 - 나비 날다’를 제안한 황의중 선생과 잘 아나?

■ 이철주 총감독 : 지구촌동포연대와는 2년 정도 됐고, 배덕호 대표와는 잘 아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까 황의중 선생과도 당연히 인연이 있었는데, 작년 겨울에 뜬금없이 술 먹다가 이야기하는 거다.

일단 고민을 많이 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는 보통 2,3년 스케줄이 있고, 8월 15일이면 우리만 특별한 날이 아니고 2차 세계대전 전승일이기 때문에 다들 행사가 많기 때문이다.

나름의 판단이 몇 가지 있었다. 정세를 봤을 때, 미-일이 가까워지고 중-러가 가까워지고 거기서 한반도는 애매한 상황이 되는, 또 다른 신냉전 시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다.

그 다음, 법적으로 가장 적대적 관계라고 하는 북의 정세가 크게 바뀌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다. 1,2대 지도자는 전쟁을 겪어본 세대고, 3대 지도자는 전쟁을 안 겪어 본 세대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봤을 때, 자기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국내의 불만을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역사에서 충분히 봤던 내용들이다.

다른 이들은 지금이 통일의 절호의 기회라 이야기하지만 나는 좀더 불안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통일을 운동의 문제가 아니라 절박한 문제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반전과 평화는 통일의 또 다른 동의어로 쓰여야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 이런 것들은 사실은 교육의 문제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절실하게 마음에서 우러나야 되는 문제, 어떤 생각들이나 판단들이 개인한테 체화가 돼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랬을 때 제일 유효한 수단은 문화예술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을 잘못 이야기하면 그것이 종북으로 몰려서 어려워질 수 있고, 또 뭔가 통일을 위해서 교류하자고 하면 언제나 정세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것을 뚫을 방법은 정말 범국민적으로 통일의 의지가 구현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 이건 정권이나 명망가나 단체의 문제를 벗어났다. 나는 그렇게 판단했던 거다. 그런 점에서 ‘나비 날다’라는 행사는 상당히 획기적인 발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물론 예술경영, 문화산업적 면에서는 쉽지 않은 프로젝트이기는 했으나 지향성이나 예상되는 캠페인들은 이 시점에 꼭 필요하지 않겠는가 생각돼 시작하게 된 거다.

□ 어떻게 보면 한 개인의 발의로 출발했다. 어떤 조직이나 대단한 명망가가 하자는 것도 아닌데, 무모한 상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전문 기획자가 이를 받아줌으로써 현실화된 것 같다.

박수치기는 쉬운데 막상 자기가 맡아서 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이제는 반드시 성공을 시켜야 하는 입장이 된 것 같다.

■ 아마 황 선생이 나한테 부탁했던 것은 2003년 잠실운동장에서 야외오페라 <아이다>를 공연했던 경험을 비롯해 상당히 큰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던 과거의 내 경력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2013년 철원노동당사 앞에서 ‘콘체르토 포 피스’(Concerto for Peace)라는 평화음악회 브랜드를 런칭했다. 아마 내가 평생 문화기획자로서 공연 아이템 중의 하나로 가져갈 것이 ‘콘체르토 포 피스’일 터인데, 당시에는 북측 예술가를 무대에 세우지는 못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그때 미국의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린 하렐(Lynn Harrell)이 참가했는데, 참가한 동기가 우리 역사와 아주 밀접하다. 아주 친한 형이 한국전에 참가해서 죽은 거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스케줄을 다 무시하고 우리 공연에 참가하게 됐다.

그리고 평화나 반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클래식 같은 경우는 베토벤도 그랬고 최근에 활동하고 있는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도 갈등과 평화에 대해서 문화예술의 힘을 이미 확인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래서 그런 이들의 마음을 믿었던 거다.

□ 현재 저명한 예술가로서 참가가 확정된 이가 있나?

■ 지금 참여를 하겠다고 결정한 바딤 레핀(Vadim Repin)도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 임에도 불구하고 취지 때문에 참가한다. 자기 조국 러시아도 같은 경험이 있다는 거다. 왜냐하면 남사할린도 일본 지배에 들어갔던, 같은 역사가 있었던 것을 본인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독일의 침공을 가장 많이 받았던 나라가 프랑스 아니겠나. 그래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 알라냐(Roberto Alagna)도 지금 일정 조정을 하면서까지 오겠다는 거다. 세계에서 가장 바쁘다는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도 어떻게든 참가해보겠다고 지금 일정조정을 하고 있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안 되는 거다.

사실 조수미 같은 경우도 우리나라 출신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성악가 임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8월 15일을 이 행사 때문에 비워놓고 있었다. 고마운 거다.

밖에서도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성원하는 힘이 있었고, 기획자로서 그런 믿음이 있었던 거다. 2013년 평화음악회를 준비하면서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걸 기획하면서 국내에도 지금은 비록 소시민으로서 발언은 안 하지만 ‘내 후손에게 전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도 통일이 필요한 것이구나’ 느끼는 분들이 있을 거다. 정치적 수사나 교육에서 배웠던 통일이 아니라. 나 자신도 부모님이 다 북측이 고향이고 이산가족이기 때문에 통일이 되면 좋겠다.

하지만 피에 대한 끌림 이전에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우리 민족에게 미래가 없지 않을까. 그런 것이 동기가 됐던 것 같다.

‘잠실운동장은 우리가 빌렸다“

▲ 재일동포 그래픽 디자이너 허상호 씨가 디자인한 '천만의 합창 - 나비 날다' 포스터.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 만한 요소라는 것이 잘 다가온다. 이번 행사에 해외동포들도 참가하는 것으로 안다.

■ 사실 이런 결정을 할 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국내에 많은 지인들도 있지만, 해외 동포들이다. 만나보면 정말 부채의식이 생긴다.

우리는 한반도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민족, 분단, 통일이라는 말이 사실 그렇게 실감이 안 난다. 평화 투어가 있어서 철원이나 DMZ(비무장지대)를 가도 좀 색다르고 신기한, ‘그런가 보다’ 하지, 이것이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바로 연결이 안 된다.

그런데 해외에 나가서 동포들을 만나보면, 북측을 지지하거나 남측을 지지하거나 상관없이 민족과 통일에 대해서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물론, 해외에도 여러 가지 사상 문제, 이념적 문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지지하는 지향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과정이 다를 뿐이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 사할린 사람들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눠보면, 아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동포로서 역사적 부채의식이 생긴다. 그리고 ‘민족간 갈등의 문제, 분단의 문제, 그리고 통일로 나가는 문제에서 내가 갖고 있는 기술이나 재능을 좀 돌려야 하지 않는가’라는 그런 나름의 의무감이 생기는 거다.

그리고 나서 맞닥뜨리는 게 ‘내가 움직였을 때 무얼 할 수 있을까? 개인이 움직였을 때 얼마큼 바람이 될까?’라는 고민이다. 사실 분단 70년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통일을 이야기했고, 얼마나 많은 단체들이 통일을 주장하고 노력했나? 그런데 사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 않나?

가장 큰 것은 정세 탓이겠지만, 이제는 조금 판을 키워야 한다. 정말 시민단체가 다 모여서 100만이 돼야 하고, 그 다음에 그들의 노선이나 방법론에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지향을 같이하는 양심적인 세력들 500만, 1,000만이 모여야 정세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통일로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랬을 때, 그런 모두를 담아낼만한 캠페인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 그래서 기획자로 뛰어든 거다. 그런데 뛰어들 때 가장 걱정은, 나뿐만 아니라 황의중 선생이나 운영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실패했을 때 또다시 이런 캠페인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게 사실 유일한 걱정이었다.

뭐 행사는 가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조정이 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계획대로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깨졌을 때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거다. 기획적으로, 내용적으로 제3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정말 훌륭한 아이템이고 내용이다. 그 이야기는 명분도 있고 감동도 있다는 이야긴데, 이런 것조차 함께 만들지 못하는 수준의 사회라면 또다시 더 큰 통일을 위한 노력들이 가능하겠느냐?

지금 시대에 정말 세계적인 혁명가나 역사에 남을 지도자가 나오기도 쉽지 않을 텐데, 그러면 그 역할을 시민의 자발성으로 대체해야 하는 건데, 그 자발성을 만들 수 있는 어떠한 핵심이 필요한 것 아니겠나. 그런데 그게 안 됐을 때 상당히 앞으로의 통일운동, 범국민적 통일 캠페인에서 분명히 부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사실 지금도 제일 불안하다.

□ 백만도 아닌 천만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기획인데, 운영위원 구성의 면면이라든지 여전히 의문부호가 있다. 용두사미가 되면 안 될 텐데, 어려움이 많겠다.

■ 행사의 내용이나 규모나 지향에 비해서 언론이 참 무관심하다. 그 다음에 우리나라에 참 많은 통일 관련, 평화 관련 시민단체가 있는데, 기대만큼 뜨겁지는 않다.

딱 하나다. 이게 될까라는 퀘스쳔(의문)이다. 그럼 반문하고 싶다. 분단 70년 동안 ‘통일이 될까?’라고 달려온 건지,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거다. 이걸 되게 만들어야 통일에 더 가까워지는 거다. 그런 아쉬움이 있다.

지금 서울시도 통일준비위원회도, 광복70돌 준비위원회도 방송 3사도 다 8월 15일을 전후해서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광복70년, 분단70년이니까 평화와 통일이라는 컨셉을 담아내는 행사일 것이다. 그러면, 그걸 왜 각자 진행하나?

공연은 기본적으로 장소가 있어야 되고, 출연자가 있어야 되고, 관객이 있어야 된다. 그러면 잠실운동장은 우리가 빌렸다. 잠실운동장만큼 단일한 곳에서 많은 관객을 모을 데는 없다. 좋은 남북 아티스트 다 출연시키고, 세계적인 아티스트 다 출연시킨다. 그러면 힘을 같이 모으는 게 낫다. 재원도 같이 모으는 게 낫다. 왜 다 따로 하느냐?

‘천만의 합창 - 나비 날다’에 누가 생각해도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참여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거리상으로도 그렇고. 그러면 서울시가 같이 해야 한다. 광복70돌 준비위원회도 같이하면 얼마나 좋나? 장소 따로 구할 필요 없고, 컨텐츠 고민할 필요도 없고, 재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본인들이 주인공, 주최로 나가서 모든 스포트라이트 받고 싶으면 우리는 다 양보할 수 있다. 우리는 내용이 중요하니까. 같이 해야 한다. 누구만의 광복 70년, 누구만의 통일공연이 아니지 않나?

박원순 서울시장, 홍용표 통일부장관에 참가 제안

▲ 이철주 총감독이 제작해 2013년 철원 노동당사 특설무대에서 열린 '콘체르토 포 피스' 포스터.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서울시나 통일준비위원회, 광복70돌 준비위원회 측에 제안은 해봤나?

■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호소하고 싶은 내용이 몇 가지 있다.

서울시에 공동주최를 제안했고, 공동주최를 같이 해줬으면 한다. 지금은 후원으로 돼 있다. 장소도 서울시 것이고, 서울시향 교향악단과 서울시립 합창단도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이 오프닝 공연에 올라와 ‘우리의 소원’ 노래를 불러야 한다.

우리 행사가 민간 주도이기는 하지만 통일은 민간만 갖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관이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열려있고 정부한테도 제안했다.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본공연 시작 전 오프닝 때 3부 요인과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해서 서울시장이 조수미 씨와 같이 무대에 서달라고 제안했다. ‘우리의 소원’ 노래 같이 불러 달라고. 얼마나 모양이 좋나? 박원순 시장이 참가해주면 좋겠다.

국회의장실에 제안했다. 국회의장 또는 국회 부의장 참가해줬으면 좋겠다. 통일부에 후원공문 제출했다. 행정부 대표로 당연히 통일부 장관이 참가해서 시민들이랑 어깨동무하고 노래 불러야 되는 것 아닌가?

올해 통일문화과까지 만들어서 통일문화를 범국민적으로 많이 알리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게 통일부라면, 거기의 수장이 통일부장관이라면, 당연히 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대답이 없다.

그리고 국제사회를 대표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가해주면 기획자로서의 가장 좋은 모양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국내도 정리가 안 됐기 때문에 먼저 국내에서 준비하고 제안하려고 한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참가가 가능하다고 보나?

■ 나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매년 유엔데이(UN Day)가 있어서 그해 아주 특별한 공연들이 매해 벌어진다. 올해 유엔데이 공연에 KBS 국악관현악단이 참가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유엔까지 불러서 공연을 할 정도면, 본인이 오면 된다. 반 총장도 8월 15일이면 휴가시즌일 거다.

반기문 총장이 참여하고 입법부, 행정부 책임자, 서울시장이 참여하고 조수미 씨까지 함께‘우리의 소원’을 함게 부르면 5만 명의 관객들, 국민들은 그 모습이 얼마나 흐뭇하겠나? 정파와 이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다 모여서 한목소리로 부르고, 그 모습이 전 세계에 중계된다면, ‘아, 한반도가 정말 그런 열망을 갖고 있구나’라는 메시지가 퍼져 나갈 거다.

이쪽 일을 하면서 보면, 세계적인 아티스트 중에서 한국을 안 온 이들이 있다. 상당수가 전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그렇다. 세계적인 박물관들이 컬렉션을 안 보내는 경우가 있거나 또는 보내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보험료가 비싸다. 전쟁 발발 국가라는 것 때문에 그렇다. 우리는 무덤덤해졌지만 밖에서 보는 한반도는 전쟁상태다.

그런데 3부 책임자들과 지자체장과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한국의 5만 명이 넘는 관객이 한목소리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는 모습이 전 세계에 방영 됐을 때, 그리고 해외동포들까지 해당 국가에서 같은 행사에 참여하는 게 인터넷 중계가 될 때, 세계에서 우리를 어떻게 보겠나?

아마 정부가 한류를 키우고 또는 ‘한반도가 경제투자 하기 좋은 나라’라고 홍보비 수백억 쓰는 것 보다 두 시간 공연, 3~5분 중창이 훨씬 세계적인 여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 어제 기자회견에서 북측과 재일 총련 측에 공연단 파견을 공식으로 요청했는데.

■ 그렇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5월부터 시작된 ‘밀라노 엑스포’에서 남북이 같이 한번 특별한 공연을 해보자고 연초에 통일부의 허가를 받고 북측에 제안을 했다. 대답이 없다.

그 제안을 하면서 8월 15일 이런 행사가 있으니까 참여하면 좋겠다는 비공식 제안도 같이 했다. 그런데 알다시피 모든 것이 6.15공동행사에 맞춰져 역시 대답을 못 듣고 있어서 더 이상 공식적으로 얘기할 바가 없었던 거다.

나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이미 뉴욕필 평양공연에서 세계적 수준임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에 더욱더 내려와서 국립예술단체로서의 진가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북측이 세계에 자기를 많이 알리려고 하는데, 이것보다 더 큰 효과가 어디 있겠나.

예를 들어서 북이 국가 정책으로 원산을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만들어 가는 것, 국경의 여러 지역에 경제특구를 만드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관광특구에 사람이 많이 와야 하고 경제특구에는 투자자가 많이 와야 된다. 그러면 유인동기는 세금에 대한 혜택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심리적으로 큰 것은 정치적 불안이나 전쟁에 대한 불안이 없어야 되는 거다. 즉 ‘우리가 평화롭다.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 이것이 가장 전제가 되는 거다.

이런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서 끊임없이 남북이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것만한 효과가 어디 있겠나. 실제 그런 작은 교류 하나가 원산을 성공시키고, 경제특구를 성공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거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또한 우리가 통일을 이야기할 때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외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지 않나. 군사적 또는 정치적, 지역적 통일이 아니라 정말 민족적 통일이 우리가 원하는 통일이기 때문에 해외를 무시할 수 없다.

해외에서도 가장 광복 또는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그대로 갖고 있는 데가 재일(在日)이라고 본다. 그래서 재일의 예술가들, 특히 민족교육을 통해서 민족문화와 예술을 올곧게 지키고 있는 조선학교 아이들을 꼭 해외를 대표해서 참가시켰으면 좋겠다.

조선학교에서 배운 기본 소양과 북측의 통신교육을 통해서 배운 기량들이 합해져서 훌륭한 아티스트 많이 나왔다.

조선국립교향악단, 금강산가극단 초청

▲ 이철주 총감독은 대형 공연기획과 남북 예술교류의 경험을 이번 공연에 쏟아붇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북측 예술인들의 무대로 어떤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나?

■ 실제 8.15 잠실 공연에서는 북측의 교향곡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를 연주하려고 한다. 그리고 장세납 연주자를 (무대에) 세우고 싶다.

남북 문화교류를 10년 이상 해오면서 느낀 것은 뭐냐면 두 가지였다.

먼저,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소통할 수 없다. 뭐냐면, 북측은 북측만의 예술적인 양식들을 완성시키거나 완성시켜나가고 있다. 음악에서는 민족배합관현악이라는 형태로 미술에서는 조선화라는 형태로.

남측에서 볼 때는 익숙치 않다. 남측의 전통예술이 볼 때는 우리의 전통예술이 갖고 있는 얼과 혼이 너무 서구화된 게 아니냐 이야기도 하고, 조선화를 보면 과거의 한국화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그건 그 나라 체제 속에서 예술이 그렇게 꽃핀 거다. 북측 문화예술 정책에 따라서.

하지만 지금 세계의 예술계는 기본적으로 내셔낼러티(nationality)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아이덴터티(identity)가 더 중요하게 대접을 받는다. 그러면 북측의 예술론과 예술적 양식은 인정하고 시작을 해야 교류가 되는 거다.

그런데 다행히 북측의 예술수준이 상당히 높다. 그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북측 체제에서 예술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과 힘이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또 훌륭한 예술교육 시스템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영재교육 시키니까, 소수는 잘 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럼 우리나라 예술 영재교육은 특별히 다른가? 가난한 아이들이 예술영재로 클 수 있는 기회가 많은가? 어느 나라나 훌륭한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천재성과 그것이 꽃필 수 있는 지원과 후원이 필요한 거다. 훌륭한 부모님이나 훌륭한 지원체제가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 형태나 방식은 다 다를 수가 있는 거다. 따라서 그걸 비판할 문제가 아니고 일단은 인정하고 시작하는 거다.

그래서 나름 완성되고 세계적 수준에 있는 북측의 예술과 남측의 예술이 교류하면 된다. 그 사이에서 동질감을 찾아나가면 되는 거다. 그래서 더욱더 교류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단어도 다르지 않나. 똑같은 뜻을 가진 단어도 이제 분단 70년 동안 많이 달라졌는데, 하물며 사람의 감정, 감성, 영혼을 표현한 예술이 안 달라졌다면 우스운 거다.

그나마 가장 편하게 교류할 수 있는 게 클래식이다. 글로벌한 보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채택한 것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클래식은 가사가 없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림도 그렇다. 인공기가 나오지 않고, 북한의 지도자가 나오지 않고, 한국전쟁을 북측에 유리하게 묘사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남북 교류할 때 북측 미술전을 많이 하는데, 거의 대동소이하다. 북측의 조선화 위주다. 한국화의 감성으로 바라보는 조선화는 받아들이기 쉽고 법적으로 허가받고 반입하고 전시하기 유리하니까.

그런데 북측의 조선화라는 미술 양식을 바라볼 때 정말 좋은 작품 중 하나가 <강선의 노을>이라는 작품이 있다. 2000년도 초에 한국에 왔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볼 수 없었다.

<강선의 노을>이나 <용해공> 같은 작품들은 북측의 경제성장 과정에서의 노동자들을 인정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정치적으로 표현하면 나름의 선동에 가까운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미학적으로도 대단히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면 당연히 북측 미술전 할 때 그런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못 보는 작품이 많다. 미학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 때문에 못 보는 거다.

북측이 사회주의 국가이고, 노동당 우선, 선군이 우선이고, 지도자가 아닌 영도자가 있는 나라인데 거기서 당연히 찬양 노래가 많다. 합창곡은 사회주의 남성합창단이 가장 센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냐면 그만큼 명곡이 더 많다는 것이다. 완성도가 높은 예술작품이 더 많다는 거다. 그건 한국 무대에 못 서는 거다. 점차 바뀌어야 한다.

사실 북측과 교류할 때 수용하기 쉬운 것부터 교류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건 이미 2000년도의 논리라는 거다. 이미 15년이 지났다. 유튜브를 통해서 북측 설맞이 공연은 언제나 볼 수 있다. 그런 시대적 환경인데, 정치적 이유 때문에, 군사적 이유 때문에 국가보안법으로 예술작품을 재단하는 모양은 앞으로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북측이 정말 자랑하고 있는 혁명가극들을 나는 남측의 오페라 관객들한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냉정하게 예술적, 미학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통일문화 교류를 추진하는 단체들도 교류 아이템을 선정할 때 자꾸 제한되는 것 같다. ‘안 될 것이다. 허가가 안 날 것이다. 이건 너무 세다’ 그런데, 지금은 혁명가극을 갖고 와야 한다. 최승희를 북측이 복권시켰듯이 남측도 다른 각도에서 최승희를 들여다봐야 될 것 같다.

북측의 교예, 써커스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거 다 안다면, 남측의 자본력과 테크놀로지와 국제적 마케팅을 갖고 결합해서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 수 있는 거다. 이제는 통일문화 교류에서도 사고의 발상이 좀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시금석으로 나는 이번에 ‘8.15 나비 날다’가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북한판 ‘태양의 서커스’ 만들자

▲ 이철주 총감독이 제작한 북한의 유일의 해외예술단 '금강산 가극단'의 2006년 내한 공연 모습. 최영덕 기악부장이 개량악기인 장새납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 - 이철주]
□ 아주 좋은 의견인데, 오히려 이번 공연의 현실성을 낮추는 것 아닌가?

■ 기획자로서 개인 인터뷰니까 내 의견을 밝힌 거다.

실제로 전시기획은 몇 개는 다 돼 있다. 조선미술박물관 내한전(來韓展)도 사실 합의서가 체결돼 있다. 그때 북측에 제안한 게 있었다. 나도 기본적으로 일회성 이벤트는 원하지 않는다. 교류에 큰 도움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조선미술박물관 내한전을 북측과 합의할 때 ‘당신들 수장고를 좀 열어라, 그래서 남측의 보존과학 전문가들과 미술사 연구자들을 받아들여서 같이 공동연구를 하자. 그 성과를 문서로 발표하자. 대신 수장고의 리모델링에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로, ‘대동강변에서 우리 사생대회 좀 하자. 청소년과 기성으로 나눠서. 그래서 국제친선전람관이랑 남측의 서울 전시장에서 순회공연 좀 하자. 50대 50으로 100명 참가시켜서’. 그게 교류 아니겠느냐. 그 조건을 포함해서 조선미술박물관 내한전에 합의했다.

남북 문화교류가 큰 계기성 사업을 통해서 그래도 좀 지속적인 뭔가를 남길 수 있는 쪽으로 계속 순기능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이번에 ‘나비 날다’도 정말 세계적인 이벤트 한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천만이 참여해서 100억 목표가 달성됐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가 대통령을 뽑고 국회의원을 뽑는 나라인데 여론에서 천만이면 어마어마한 힘이다. 그 힘을 갖고 ‘우리 합창단 필요하다. 북측에서 정말 합창단 천명 내려와라. 북측에서 훌륭한 음악가들 대거 내려와라’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평화 음악회의 특징 중의 하나가 명분이 중요한 것도 있지만 스케일이 대단히 큰 것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것 못 만들 이유가 없다. 오케스트라 천명, 합창단 만명이 아니라 2만명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전 세계가 놀랄 거다.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어느 나라나 상류층, 가진자들의 예술 영역이라는 건 보편적 상식이다. 그러면 남북을 떠나서 전 세계의 클래식을 선호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국에서 기네스북에 남을 만한 스케일과 내용을 담보할 클래식 공연이 벌어졌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일까?

예를 들어서 지금 아베 총리가 세계 기록문화유산에 군함도를 등록시키려 한다. 재일 조선인 징용 광부의 후손들이 와서 그 세계적인 문대에서 만약에 그런 문제를 발언한다면 아마 외교부보다 훨씬 파워풀 할 거다. 독도문제에 대해서도 지금 발언을 같이할 수 있다.

또 하나가 있다. 해외동포 문제, 특히 과거사 문제는 같이 발언을 해야 한다. 징용 문제, 사할린 문제, 위안부 문제, 조선학교 문제.

남북의 예술가들이 모여서 <임진강>이라는 노래를 클래식으로 연주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임진강> 노래를 자막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임진강>을 가장 많이 부르는 우리 민족은 재일동포들이다. 조선적을 여전히 지키는 동포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이유도 그래서 그럴 거다.

재일 조선인 성악가가 <임진강>을 부르고 ‘내년이 중등교육 70주년인데, 민족교육을 반세기 이상 지켜온 조선학교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그것을 남북이 다 호응하고. 이게 통일이고 화합이고 융합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이 갖고 있는 힘이기도 하고.

□ 어제 기자회견에서 주요 행사와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 보통 공연은 한 6개월 전, 늦어도 3개월 전에는 프로그램 다 정리가 된다. 그런데 지금 결정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계속 시나리오만 10개 가지고 있는데, 레퍼토리도 그 이상 갖고 있다.

어쨌든 가장 목표로 삼는 레퍼토리는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우리 한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이 연합공연을 하고, 남과 북, 그리고 조선학교를 포함한 해외 어린이 합창단이 같이 노래를 하고, 해외 동포 예술가들도 참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파와 이념을 넘어서 전 세계 해외동포들이 8월 15일 같은 날 자기가 있는 공간에서 ‘우리의 소원’을 부르면 좋겠다. 예를 들어 8월 15일 일본에서 사이타마 예술극장과 오사카 한국교회에서 행사가 확정돼 있다. 오사카에서는 조선학교 아이들과 한국학교 아이들의 취주악 합동연주가 추진되고 있다. 나는 이것이 통일이고 ‘나비 날다’의 지향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밖에서도 그러는데 본무대에서 그걸 못 만들면 정말 책임방기 아닌가 싶다. 나는 그래서 총련에서도 예술단을 꼭 좀 보내줬으면 좋겠다.

□ 금강산가극단 공연 경력이 눈에 띈다. 금강산가극단 구성이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 내가 재일 조선인 예술가들, 북한 유일의 해외예술단인 ‘금강산가극단’에 대해서 2005년부터 교류했으니까 딱 10년 된다. 한국 공연도 두 번 했다.

□ ‘금강산 가극단’이 북한 유일의 해외예술단인가?

■ 70년대 초반에 금강산가극단이 국립예술단 정식 명칭을 받았다. 재일 조선인들이 중앙예술단을 만들어서 일본에서도 민족의 글과 예술을 지키자고 했다. 그러다가 북측의 지원이 민족교육부터 시작해서 대대적으로 있었다. 남측은 상대적으로 외면했고.

그러면서 북측 예술을 많이 전습을 받았다. 북측이 초청해서 재일 조선 중앙예술단이 민족가극을 배우게 되고, 그러면서 금강산예술단이라고 이름을 받으면서 국립예술단 지위를 받았다. 그때 북측의 ‘교시’라고 하나? ‘해외에서 북한만의 사회주의 예술의 훌륭함을 많이 알리라’는 교시를 받았다. 그것에 근거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두 번 정도 그들의 한국 공연을 제작하면서 느낀 바로는 민족예술의 전통과 기교가 가장 높고, 더 놀라운 것은 스스로가 창작의 기능과 기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단으로서 기악부, 성악부, 창작파트, 연출, 각색, 그 다음에 조명, 음향이 있는 제작파트, 후원회까지 하나의 완성된 예술단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문으로 ‘오페라 트룹’(opera troop)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60만 재일동포들이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우리말로 불려지는 노래, 우리 전통 춤의 향수를 채워줄 수 있는 무용을 보고 싶다면 금강산가극단 공연을 간다.

□ 북측에도 예술단이 따로 있지 않나?

■ 북측에는 만수대예술단, 평양민족예술단, 피바다가극단이 대표적인 예술단이다. 이런 예술단 외에 해외에 있는 유일한 국립예술단이 금강산가극단인 것이다.

□ 이번에도 금강산가극단과 재일조선학교 아이들 초청했는데, 금강산가극단에 공식 제안했나?

■ 제안했다. 그쪽도 예술인들이기 때문에 참가하고 싶어한다. 큰 무대인데다 의미도 좋고 내용도 좋은 무대니까 당연히 예술가로서 참여를 희망한다. 하지만 결정은 북측 정부와 총련 중앙의 결정이 있어야 하는데, 가능하면 허락해줬으면 한다.

□ 문제는 이 행사가 빨리 확정돼서, 빨리 성사될 수 있느냐 같다.

■ 아니다. 확정은 됐고 성사과정인데, 우리의 목표 달성치가 어디냐가 가장 궁금하다. 100억 목표인데 700만 참가해서 70억이 걷혔다고 가정하면 70억짜리 행사가 될 것이다. 300만이 참가하면 30억짜리 행사가 된다. 모이는 게 중요하다.

사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과거 문성근 씨가 100만 송이였나? 우리나라에서 시민들의 자발성을 요구했던 참여에서 100만을 넘은 게 거의 없었다. 이번에 개인적으로는 100만을 넘는 것이 1차 목표고, 과연 1000만까지 얼만큼 도달할 것이냐. 그걸 보고 싶은 거다.

“통일을 얘기하면서 같이 신나게 부를 노래가 있나?”

▲ 이철주 총감독은 북한과 총련은 물론, 서울시장과 통일부장관, KBS와 민관단체들에도 '천만의 합창' 참여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많은 홍보가 필요할 텐데, 방송 3사들에는 공식 제안이 갔나?

■ 일단 공식 제안을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자기 행사들이 다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홍보가 필요하니까 빨리 방송사가 들어와서 홍보를 도와줬으면 좋겠고, 다음에 우리가 정말 잘 되면 방송국들이 역으로 중계권을 가져가려고 할 것이다.

KBS는 공사로서 이런 범국민 켐페인에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위성채널을 제일 많이 갖고 있다. 동시에 13개까지 채널이 가능해 해외 13군데에서 이걸 할 수 있다.

그러나 KBS 교향악단에 출연제안을 했었는데, KBS 본사 관할 부서에서 거부당했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거부를 당했다. KBS가 공사로서 이런 국민적 캠페인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남북 문화예술 교류에 뛰어든 계기는?

■ 1999년도에 불발됐지만 평양에서 통일음악회를 추진했다. 그때 북한 문화예술에 대해서 알게 됐다. 북한의 공연 문화예술이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마치 허리우드 영화가 한국 스크린을 점령했을 때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이 들어와서 당시 어마어마한 관객을 유입했던 이유가 색다름과 예술적 깊이였다.

내가 <아리랑> 공연을 두 번 봤다. 외국 언론 관계자가 남측에서 왔다니까 공연평을 부탁하더라. 한마디 했다. “미라클, 기적이다”.

지금 특히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태양의 서커스’ 같은 블록버스터를 보면 상당히 테크놀로지에 의존을 많이 한다. 그런데 예술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하는 거다. 북한 예술의 가장 기본이 사람이다. 북한의 서커스 완성도가 무지하게 높다. 그러나 기계는 정말 조악하다.

전 세계의 유례가 없는 <아리랑> 공연 같은 경우도 사실 기계, 테크놀로지 수준에서 보면 참 경이롭다. 이 정도의 것을 가지고 이런 걸 어떻게 만들까? 사람의 힘으로 만든 예술이라는 거다.

그리고 나서 나름 공부하다 보니까 북한 예술은 가지만의 예술화를 추구하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북이 예술가를 대고 남에서 연출과 자본력과 글로벌 마케팅하는 교류가 참 좋겠다. 그런 뮤지컬이나 그런 오페라나 아트 서커스를 만들면 정말 세계적인 통일 컨텐츠로 명분도 있고 돈도 벌수 있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그런 것 때문에 금강산가극단도 인연이 됐던 거다. 그런 얘기를 자꾸 북에 하니까 ‘우리는 계속 지속적인 교류가 어려우니, 일본에 있는 우리 해외예술단에 가서 한번 이야기해봐라’.

그때가 불란서 뮤지컬이 처음 한국에 들어온 시점이었다. 똑 같은 느낌이라는 거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식상할 때 유럽의 예술성 높은 뮤지컬을 본 우리 관객들은 열광했지 않나.

그래서 금강산가극단이랑 공동제작하는 뮤지컬 <설죽화>라는 작품을 추진했다. 2007년 교류가 끝나기 전까지. <설죽화>는 역사소설이었고, 북도 남도 다 인정할 만한 ‘한민족판 잔다르크’가 주인공이다. 역사소설 설죽화를 원작으로 해서 댄스뮤지컬을 만들려고 했었다.

아쉽다. 그런 기회들이 정세 때문에 자꾸 단절되면 과거로 돌아가는 거다. 계속 앞으로 나가도 시간이 없는 판에. 그나마 문화부가 남북문화교류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맡는 걸로 조정돼 기대감이 있다.

사실 문화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현장 입장에서는 통일부의 지원보다는 훨씬 유리하다. 문화부가 일정 부분 통일문화에 대해서 역할을 맡았다는 것은 사실 현장 입장에서는 좀 기대하는 부분인데, 기대하는 것만큼 많은 성과가 없어서 안타깝다. 앞으로 좋아지리라 기대하고 남북 문화교류, 공동사업들에 대해서 문화부가 많은 관심과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 개인적으로 통일 컨텐츠가 참 많았으면 좋겠다. 통일을 떠올릴 때 연주할 수 있는 클래식곡이 있을까? 통일을 얘기하면서 같이 신나게 부를 노래가 있나? 요새 젊은 애들은 통일을 어떤 노래를 부르지? 본질적인 질문사항이다.

결론은 하나더라. ‘아, 통일 컨텐츠가 정말 많아져야겠구나’. 지금같이 SNS 망이 많은 시대에는 정말 완성도를 떠나 자발적으로 컨텐츠가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공모전도 하는 거다.

80년대 민중문화운동 할 때도 모였을 때 제일 힘이 났던 것은 노래하면서 어깨동무하고 같은 춤을 췄을 때다. 그것이 2000년도에는 꼭지점 댄스로 해서 붉은악마 응원문화가 됐지 않나? 그런데 국민들이 같이할 수 있는 통일안무가 없는 거다.

통일이라는 단어와 내마음 속의 통일이라는 의지 사이에 이걸 연결해주는 컨텐츠, 매개가 있어야 한다. 그런 문화예술 컨텐츠를 많이 의도적으로 생산도 해보고 그게 하나의 단초가 돼서 많은 이들이 통일 컨텐츠를 만드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문화예술의 좋은 점은 의외성이다. 의도하지 않은 바에 대해 순기능하는 경우가 참 많다. 요번에 하나 나왔으면 좋겠다.

(추가, 19일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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