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한한 하세가와 가즈오 '무상화 연락회' 대표를 지난 1일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통일뉴스>가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한반도가 광복을 맞은 지 70년이다. 1945년 8월 15일은 식민지배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동포들에게도 해방의 날이었다.

하지만 조국의 분단은 동포사회의 아픔이었고, 결국 조국의 통일을 바라며 일본에 남아 삶을 이어가며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기 위한 '국어강습소'를 만들었다. 이는 조선학교 70년의 역사의 출발이었다.

그러나, 조선학교는 현재 일본정부의 고교 무상화 배제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교사 월급, 교재.교구 구입 등 학교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리고 일본정부의 재일동포 차별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동포들이 교육비 부담을 떠안게 되자 조선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엔 등에서도 일본정부의 조선학교 차별정책 철회를 권고하고 있음에도 왜 조선학교는 70년째 어려운 상황일까?

하세가와 가즈오 '고교무상화에서 조선학교배제에 반대하는 연락회'(무상화 연락회) 대표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놨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서울 등지에서 진행된 '재일동포 인권주간' 순회강연을 위해 방한한 하세가와 가즈오 대표(68세)를 지난 1일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통일뉴스>가 만났다.

하세가와 가즈오 대표는 현재 조선학교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정부의 무상화 배제 정책과 지자체 보조금 지원 중단으로 교사 월급이 몇 달째 끊긴 상태이다.

그리고 한 학생당 조선학교 교육비 30만원에 더해 교재.교구 구입, 급식 등 학교운영비를 떠안아야 하는 학무보들의 재정적 부담이 상당해 초등학교만 보내고 중.고등학교는 일본학교로 보내는 상황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7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조선학교가 위기에 놓인 것이다.

▲ 하세가와 가즈오 대표는 과거사 청산이 조선학교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하세가와 대표는 "일본사회가 1945년 제2차대전 이후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해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래 조선학교 문제에 일본정부가 나서야한다. 왜 조선학교가 생겼고 재일교포들이 왜 일본에 살고 있는가"라며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하고 식민통치하면서 주권을 빼앗은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렇다면 스스로 일본정부가 식민지배에 대한 과거를 청산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그럼에도 패전 후 식민지배를 청산하지 않고 그냥 넘겼다. 결국 이런 상황이 빚어졌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하세가와 대표는 일본정부의 식민지배 정당화 교육에 따른 일본사회 내 재일동포와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의식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정부는 조선민족은 일본사람보다 미천하다는 인식을 심어놨다. 대부분의 일본사람들 사이에는 조선사람을 깔보는 의식이 생겼고 여기서 차별의식이 생겼다"며 "일본인의 조선학교 차별은 정부정책과 의식이 합쳐져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현재의 조선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일본정부 스스로 식민지배 과거사를 올바로 청산하고, 일본사회 스스로도 차별의식을 없애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아베정권의 행보는 조선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길과 멀어지고 있다. 오히려, 과거사를 미화하고 나아가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하세가와 대표는 일본인들이 일상적으로 재일교포와 교류하고 조선학교를 직접 방문해 현실을 마주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하세가와 가즈오 대표는 조선학교를 직접 방문해 실상을 알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하세가와 대표는 "차별의식을 한꺼번에 바꿀 수 없다.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조선학교에 직접 가보고 학생들이 수업받는 모습을 보면 알게된다"며 "일상적으로 일본인들이 재일교포와 인간관계를 맺고 실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례로 2011년 일본 도쿄 아사카야 지역에 일본인들로 구성된 조선학교 지원을 위한 '사랑의 모임'이 결성됐다. 이들은 재일동포 1세들의 증언을 토대로 조선학교 초기역사를 채록하고 있다.

그리고 한 학기에 한 번 아사카야 지역 조선학교에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일본인들이 급식을 제공하는 날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활동도 한다.

한 일본인 교사는 처음 조선학교를 방문,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현실을 깨닫고, '조선학교만은 지킬 것이다'라고 다짐할 정도라고 하세가와 대표가 전했다.

그는 "차별의식이라는 것은 막연하고 관념적이다. 구체적인 교류사업을 통해서 막연한 차별의식을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양심있는 일본인들의 조선학교 지키기 운동은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사회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 다큐멘터리를 필두로 '몽당연필',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결성됐지만 조선학교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조선학교라고 하면 북한을 떠오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북한이라고 하면 몸서리치는 이들이 적지않은 현실에서 조선학교 지키기 운동에 동참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하세가와 대표는 한국인들이 조선학교를 찾아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민족교육이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는 일본정부을 향한 과거사 청산 촉구운동과 병행되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아베정부를 반대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조선학교를 지키는 일이다. 이는 일본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나아가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일이다."

광복 70년, 한일수교 50년.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 속에서 올바른 과거사 청산과 조선학교 지키기 운동에 뛰어든 백발의 일본인, 하세가와 대표가 한국사회에 던지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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