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도교 박남수 교령과 24일 수운회관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현재 정세는 120년전 동학혁명이 일어나던 시대와 똑 같다. 우리의 통일문제나 민족정신, 민족문화나 주권을 마치 세계 4대 강국에 맡겨놓고 그들이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 않느냐 생각된다.”

박남수 천도교 교령은 동학혁명 120주년이었던 지난해, 남북관계 경색이나 세월호 참사 발생 등을 두고 천도교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신사의 “이 뒤에 또 갑오년과 비슷한 일이 있으리니”라는 예언과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때를 당하여 잘 처변하면 현도(顯道)가 쉬우나, 만일 잘 처변치 못하면 도리어 근심을 만나리라”라는 해월 신사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건을 잘 처변 안 하고 피해만 가려하고, 말로만 ‘잊지 않겠다’면서 다 잊어버렸다”고 개탄했다.

24일 오후 서울 경운동 소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만난 박남수 교령은 “지금의 세상은 생명이 무너져가는 세상을 눈으로 보면서도 막지 못하는 세상”이라며 “통일이 되면 다 해결 될 건데”라며 ‘통일’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 지난해 동학혁명 12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박남수 교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천도교]
오랫동안 동학민족통일회를 이끌어 오면서 남북교류에 앞장서온 박 교령은 지난해 개천절 방북이 무산된 데 대해 “모처럼 지자체 단체장들이 성공적으로 방북해 남북교류에 큰 기여가 될 줄 알았는데, 정부 당국 간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방북교육까지 받았는데 막판에 중단됐다”고 아쉬워했다.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올해에도 천도교는 역시 개천절을 계기로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박 교령은 “전세 비행기 타고 평양 가는데, 개천절 행사만 하러 갈 이유는 없다”며 △ 카스라-태프트 밀약과 을사늑약 규탄대회, △동학혁명 120주년 기념행사, △화성의숙 발굴.개발 사업 등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진행하지 못한 동학혁명 120주년 기념행사는 동학혁명 당시 19세의 ‘아기 접주’로 유명했던 김구 선생이 활약했던 해주에서 진행하고, 최동오* 선생이 숙장을 맡았고, 고 김일성 북한 주석도 수학했던 화성의숙 자리(중국 지린성 화뎬시 소재)를 함께 찾아 나선다는 것.

* 의산 최동오(1889~1963)
최동오는 3.1운동후 천도교 대표로 상해임시정부의 법무부장(장관)을 지냈고 화성의숙을 열어 민족주의자를 길러냈다. 그의 아들 최덕신은 남쪽에서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고, 제7대 천도교 교령을 지내고 월북해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 위원장을 맡았다. 최덕신 사후 부인 류미영은 고령(93세)에도 불구하고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위원장 겸 천도교청우당지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남측 대표단과도 만나고 있다.

▲ 박남수 교령은 동학혁명 국가 기념일을 6월 11일로 정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 교령은 “북한 영유아 지원 사업도 지속할 것”이라며 천도교도였던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 날’을 제정했고, 해월 신사는 “경솔히 아이를 때리지 말라. 아이를 때리는 것은 곧 한울님을 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세월호 사건을 제대로 처변하지 못해 유사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최근 어린이집 어린이 학대 사건이 대표적”이라며 ‘어린 아이를 때리지 말자’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박 교령은 지난해 동학혁명 120주년 기념행사의 의의에 대해 “동학혁명이 두 갑자를 맞이했지만, 60년 전에는 ‘동학란’이었고, 이번 갑오년에 처음으로 ‘동학혁명’이 국가와 민족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120주년에 가장 중요한 화두는 모든 동학 후손, 후학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같은 생각으로 같은 정신을 계승해나가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천도교의 기득권이나 주장을 다 내려놓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동학의 정통을 이어받은 천도교와 2004년 동학혁명명예회복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그리고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가 함께하는 기념행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는 것.

특히 동학혁명을 기념하는 ‘국가기념일 제정’을 ‘전주화약’*을 맺은 6월 11일로 결정한 합의를 지난 17일 이뤄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북측은 해월 신사가 총기포령을 내린 10월 11일(음력 9월 18일)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도교 등은 3월 중 동학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할 예정이며, 이는 행정자치부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게 된다.

* 전주화약
동학농민운동 중 청나라와 일본이 개입하자 동학군은 정부에 폐정 개혁안을 담은 화약을 체결하고 해산한 사건을 말한다. 전주화약에는 신분제 폐지, 삼정 개혁 등이 들어 있다. 동학군은 해산한 뒤 각 고을에 자치기구인 집강소를 설치해 개혁을 추진했지만 정부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일본은 궁궐을 침범해 2차 봉기가 일어났다.

박 교령은 “동학혁명이 전국화 되는 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을 기준 만들었고, 학계 대표들의 고증을 거쳐 국가기념일 중복을 피해 가장 적합한 날로 정했다”며 “아마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 날짜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서울시정에서 열린 동학혁명 120주년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남수 교령. [사진제공 - 천도교]
그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이라지만 어떻게 보면 부끄럽다. 낯이 뜨겁다는 생각을 갖는다”며 “통일을 추진하는 정부 당국이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통일을 짜증나게 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북교류를 하면 (남북이) 다 신뢰하게 된다”며 “정치지도자가 남북교류를 하고, 그 뒷받침인 민간인 교류도 하고, 종교인도 교류하면 그 모든 것이 통일에 희망을 주는 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개천절과 3.1절은 남북이 부담 없이 함께 기념할 수 있다며 “지난해 성사되지 못한 동학혁명 120주년 기념행사”와 “3.1절 100주년 사업 추진 계획 발표”를 올해 주요사업으로 꼽았다.

그는 “천도교 교리는 사람이 곧 하늘을 모시고 있다는 시천주(侍天主)”라며 “모두가 한울님을 모시고 있고, 모든 사람은 동포”라고 말하고 ‘남진원만 북하회(南辰圓滿北河回)’를 화두로 제시했다.

수운 최제우 신사의 『동경대전』에 나오는 ‘남진원만 북하회’는 ‘남쪽 별이 원만하면 북쪽 강물도 돌아온다’는 뜻이다. 그는 “남쪽이 변하지 않고 북쪽만 변하라는 것은 통일의 길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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