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관 (통일뉴스 기획부장)


▶0.75평 지상에서 가장 작은 내방 하나
[저자] : 김선명, 신인영, 김석형, 조창손, 홍경선, 이종환, 이종 [출판사] : 창
「0.75평 지상에서 가장 작은 내 방 하나」라는 다소 긴 이름의 이 책은 상당히 특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에 명시된 대로 지난 9월 3일 북한으로 송환되었던 비전향 장기수 63분 중 7분이 직접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인 것이다.
그동안 비전향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몇권 있었다. 김하기의 소설 `완전한 만남`에서부터 최근 발간된 비전향 장기수 김동기 선생의 수필집 `새는 앉는 곳마다 깃을 남긴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비전향 장기수 분들이 직접 자신들의 살아온 전생애를 담담히 서술한 책은 아마도 이 책이 최초이자 최후가 될 것이다. 이미 이 분들은 북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감옥생활 45년으로 세계 최장기수로 기록된 김선명 선생의 이야기로부터 최근 구순 노모와 또다른 이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신인영 선생, 엄혹한 감옥생활 속에서도 시를 써온 이종 선생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격동의 현대사를 대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분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조국의 통일을 위해 지조를 꺽지 않았다는 것이며, 그 고통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혹함이었고, 30-40년 이상의 기나긴 세월이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분들의 삶이 우리 현대사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한 사람의 생애를 접한다는 것은 늘 경이로운 일이지만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한몸으로 받아낸 이 분들의 삶을 접하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이해의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다. 눈물로 통한의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이분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분단의 역사와 인간의 삶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무엇이 이분들로 하여금 30-40년의 긴 세월을 `유예된 삶`을 살게 했는지를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일제시기, 해방전후 시기, 한국전쟁시기와 복구시기 등의 역사 속에서 이 분들이 고민하고 실천한 족적을 이 책의 안내를 받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쪽의 전쟁시기와 복구시기의 생생한 생활상 등은 매우 신선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그간의 반쪽 현대사를 넘어선 몸으로 쓴 온전한 우리 현대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신념의 강자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은 언제 접해도 우리에게 깊은 성찰과 거대한 힘을 안겨준다. 역사를 둘러보고 자신의 좌표를 찾고자 하는 모든 사람은 이책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사표인 이분들의 삶을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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